[디트의 눈] 충남도 실국원장회의서 ‘부실 비말차단기’ 격노한 이유

양승조 충남지사가 2일 열린 실국원장회의에서 '격노'했다. 부실한 '비말차단기' 설치 실태를 언급하면서 ‘예산낭비’라는 표현으로 담당 부서를 질타했다.

양 지사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식당에 가림막(비말차단기)을 설치했는데, 행정낭비 표본 사례들이었다. 아무 의미도 없는 형식적 설치에 헛돈을 썼다”며 “만든 분도 이해가 안 간다. 뭐가 가림막인가. 어떤 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는 몰지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식으로 세금이 쓰이면 안 된다. 감사위원회는 (가림막 설치가) 왜 그랬는지, 예산낭비에 대한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며 “심한 말로 던지고 싶었다. 저출산복지보건실장은 현장을 한 번 가봐라. 아무 소용없는 가림막에 예산을 낭비한 것이 개탄스럽다”고 질책했다. 

양 지사가 언급한 식당 비말차단기는 충남도와 시·군이 50%씩 총 8억 1400만 원을 들여 15개 시·군 2507개 음식점에 설치했다. 개당 평균 단가는 3만2500원이며, 식약처 기준인 높이 70㎝를 넘도록 권고했다. 다만 설치는 시·군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그렇게 설치된 비말차단기는 대부분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 한 개씩 있다. 마주보거나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들은 효과를 볼 수 없는 구조다. 양 지사가 화를 낸 까닭은 여기에 있다. 당초 양 지사 구상은 테이블에 앉은 모두가 보호 받을 수 있는 ‘십자형(+)’이었던 것이다. 

비말차단기 아이디어는 양 지사가 직접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꾸짖는 강도도 평소보다 심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오히려 양 지사의 격노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양 지사 “테이블 사이만 차단, 사실상 효과 없어” 
십자 차단막 설치, 메뉴·식기·서빙 제한…현장 여론 온도차

테이블을 십자로 나누면 식당의 메뉴도, 그에 따른 식기도 바꿔야 한다. 서빙 난이도 역시 어려워지고, 1인당 반찬을 따로 제공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가림막 제작비도 달라진다. 10㎝만 높여도 가격이 두 배로 오르고, 구멍을 뚫거나 투명도를 바꾸면 20~30%씩 편차가 생긴다. 양 지사가 원하는 1인 보호 형태로 제작하려면 20~30만 원이 든다. 

결과적으로 등장 때부터 효율성 논란을 빚었던 비말차단기는 취지를 떠나 공감대가 부족한 사업이었다는 게 확인됐다. 현실적인 고민이 적었던 건 아니었나,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세간에서는 양 지사가 충청대망론과 대선 경선에 참여에 조바심을 내고 있는 탓이라고도 한다. 쇠심줄 같은 그의 ‘신념 정치’가 ‘고지식함’으로 비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양 지사 측은 진정성을 강조한다. 한 측근은 “숨통을 조금이라도 트이게 하려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양쪽을 다 고민한 끝에 나온 게 비말차단기다. 현실적 상황과 공감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진정성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늘 목도한 양 지사의 격노가 세간에서 하는 ‘대통령 병’이 아닌, 측근이 호소한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었기를. 그의 개탄에 도민들이 개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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