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지난 2월 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무실 등 교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이 청소하도록 시키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한 중학생이 진정한 이 사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 교장에게 청소 중단을 권고했다고 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중등학교에서는 관행적으로 교무실과 행정실 등의 청소를 학생에게 맡겨 왔다. 학교에서는 청소도 일종의 교육 활동의 하나로 여기고 학생이 하여야 될 당연한 책무로 생각했다. 또 고전적인 사제관계의 시각에서 보자면 교무실을 청소하는 것은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공경심의 표현이라고 보는 경향도 있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진 기성세대에게 이 결정은 낯선 것일 것이다. 

“요즘 중학생들은 대단하다. 그런데 이것이 칭찬할만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때는 너무도 당연했던 일들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안 통하는 가보다, 그러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얼마나 힘들까?”
라는 반응은 7~80년대 학력고사 세대들의 반응이다. 

하지만 수능 세대인 학부모에게서는 온도차를 느껴진다. 
“교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아이들에게 청소 시키는 것은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볼 수 없어요. 자신들이 스스로 청소하거나 아니면 청소용역을 맡기면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청소년들의 반응도 대부분 교무실 청소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청소하는 것은 불합리해요” 
“선생님들도 본인들이 사용하는 교무실은 스스로 청소하여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였으면 좋겠어요”
이런 말들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학교의 시각은 어떠했을까? 이번 국가인권위 결정이 나오기 전에는 대부분의 교육당국에서 이 문제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교육청이나 학교교사들은 그동안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교육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청소도 일종의 교육활동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교사들의 볼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요즘 학생들이 집에서 청소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나요? 아이들이 빗자루로 어떻게 바닥을 쓰는지조차 모르는데 그런 것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어요?”
“자신들이 사용한 공간만 청소해야 한다는 마음은 이기주의적인 사고가 아닐까요? 교무실이나 학교의 시설을 청소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는 일종의 봉사활동으로 교육적으로 옳다고 봐요.” 

과거에는 학교내 모든 시설과 구역을 학급별로 나누어 학생들이 청소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 복도와 계단, 화장실 청소와 잡초 제거에서 청소전담인력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일부 학교는 교직원들이 사용하는 교무실과 행정실도 전담인력에게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학생들은 교실이나 특별실, 운동장 및 정원 등의 청소를 맡고 있지만, 교사들에게 청소지도야말로 곤혹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이다. 아이들이 청소를 기피하려 하는 것도 힘들지만 청소의 방법도 일일이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소시간에 담임교사들은 학생 상담이나 회의, 행정적 업무 등으로 바빠서 교실 청소도 지도하기 만만찮다. 하물며 교무실 청소 등의 담당구역 청소는 말할 필요가 없다.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학교경영자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청소의 방법도 가르쳐야 하는 것은 옳은 것이다. 그러나 청소를 억지로 가르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과거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 청소를 전면적으로 전담인력에 맡길 수밖에 없는 때가 왔다. 다만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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