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 당직자, 주민자치회 곳곳 포진
선거·출마 수단 활용 우려, 제재 방안 없어

세종시 주민자치회 출범식 모습.
세종시 주민자치회 출범식 모습.

전국 선도 사례로 꼽히는 세종시 ‘주민자치회’가 정치 중립 논란으로 위상에 금이 가고 있다. 일부 회장들이 특정 정당 당직을 겸직 중인 사례가 여럿 확인되면서 문제가 불거지는 분위기다.

시는 2019년 7월 기존 주민자치협의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 '주민자치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현재까지 20개 읍·면·동 중 18곳이 주민자치회 전환을 완료했다.

주민자치위원은 정치적 중립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길 시 해촉 사유가 된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는 주민자치회 위원의 정치적 중립 준수에 관한 사안이 규정돼있고, ‘세종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4조(주민자치회의 운영원칙), 제11조(위원의 해촉), 제13조(위원의 의무 등)에도 같은 내용이 명시돼있다.

최근 세종시 주민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일부 인사들이 특정 정당 읍면동 당원협의회장이나 시당 운영위원, 대변인 등 당직을 맡고 있는 사례가 확인됐다. 실제 이들 중 다수가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아우르는 주민자치협의회 임원진으로 활동하거나 출마 예정자로 언급되고 있다.

읍면동 당원협의회가 정당의 뿌리조직이자 선거 최일선 조직으로 기능하고, 상시적으로 당원 모집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자치회 운영 원칙인 정치적 중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최근엔 동지역 당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한 주민자치회장이 당원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되는 등 소란도 발생했다.

주민자치활동가 A 씨는 “주민자치회장이나 위원들은 정치 중립 의무에 따라 정치색을 드러내면 안 될뿐더러 이를 입신양명의 도구로 쓰는 일은 더 옳지 않다”며 “하지만 이 의무가 법률로 명문화돼있지 않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치 수단화 우려 현실화, 제도 미비

초기 주민자치회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논란이 최근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하반기 세종시 주민자치회장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동장, 지방의원 개입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특정 인물을 회장으로 밀어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거나, 공개추첨 방식인 위원 선정 시기에 앞서 당원들에게 위원 참여를 독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제재 수단은 미비한 상태다. 정치적 중립에 관한 정의가 해석의 여지가 있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절차조차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 정치 중립 의무와 관련된 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할 의무도 없다. 

시 참여공동체과 관계자는 “현행 조례 내에서 정당의 직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부서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올해 상반기 전 읍면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 정치 중립 의무 준수에 관한 내용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자치활동가 A 씨는 “진정한 주민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며 “문제가 반복된다면, 정치 중립 의무 위배에 해당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문화 하는 일도 검토해야 한다. 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영향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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