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전교육은 미래 인재를 잘 키우고 있나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자료사진.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자료사진.

우리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총체적 변혁과 혼돈 속에 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민보건과 건강의 위기, 경제난과 빈부격차의 심화, 민주주의의 후퇴와 정치적 권위의 실종 등 복합적인 위기 속에 국민들은 미래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을 특성으로 한 제4차산업혁명의 급속한 진행,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기후위기, 탈진실·반지성의 위험사회 도래 등으로 개개인 삶의 내용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 새로운 문명사적 대전환에 대비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 국가와 사회 그리고 우리의 삶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못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지난 100년 동안 국내외의 혼돈과 망국,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의 산업화와 민주화 및 정보화를 동시에 성공시켜가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발돋움했다. 우리 민족의 저력이 새삼 자랑스럽다. 그 성공의 원천은 무엇보다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작은 국토, 적은 인구’의 여건은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고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이 악조건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맞이한 총체적 변혁과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 국민의 지적(知的) 역량을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해서 결집시키는 것 외에는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다. 

문재인 정부 지난 4년의 교육정책에 대한 총평은 낙제점이란 혹평이 많다. 문 정부 5대 국정 전략 중 하나가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이다. 이를 실현할 교육부 국정과제는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교육의 희망사다리 복원,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 평생 직업교육 혁신, 안전한 학교, 교육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 등 그야말로 장밋빛 청사진으로 국민들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억에 남는 성과는 고교 무상교육과 학점제 실현, 자사고․국제고․외고의 폐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와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정도에 불과해서 여전히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임을 감안해도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였던 교육혁신과 교육 불평등 해소는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1년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교육 불평등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현행 교육이 경제적 부와 학벌 및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교육정책은 국민소통과 공감에 기반해 현장 친화적이어야 그나마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민들은 문 정부에서 다른 건 몰라도 교육문제 만큼은 해결해서 새로운 미래를 이끌 인재양성과 국민들의 지적역량을 높여주길 바랐지만, 이제 그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의 교육은 미래인재를 잘 키우고 있고, 시민들이 원하는 교육서비스를 잘 제공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대전은 지금 코로나의 위험 속에서 도시침체의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인구는 감소하고, 도시의 미래 좌표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젊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미래 교육을 인근 세종시에 맡기고 싶어한다. 

과학도시라는 대전에서 열심히 공부해도 대부분 대덕연구단지를 비롯 이 도시에 소재한 직장에서 조차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한다며 수도권을 향해 일찌감치 떠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대전에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외지에 살아도 대전을 위해 봉사할 자부심과 사명감도 없어 보인다. 대전시 교육청의 비전과 정책을 보면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대전 교육비전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에서 미래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대전교육’이다. 이를 구체화 할 정책방향은 미래를 선도하는 교육혁신,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교육기회 균등 및 교육복지다. 더 손댈 필요 없는 완벽한  청사진이다. 이런 비전과 정책 그리고 교육계의 노력으로 대전교육은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한다. 

즉 전국과학전람회와 전국교육자료전에서 대통령상, 대한민국학생창의력대회 대상 등 각종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교육재정 우수교육청, 감사원 감사 A등급을 연속받는 등 행정부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자랑할만 하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많은 시상과 높은 성적평가 보다 시민들이 대전교육의 미래를 신뢰하고, 학생들이 학교 교육의 내용과 질에 만족하고, 교육의 버팀목인 교사들이 긍지와 보람을 느끼기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수단과 형식이 목표와 본질로 변질되는 이른바 동조과잉(同調過剩) 현상을 늘 경계해야 한다.

상을 받은 학생과 교사는 인재 육성의 완성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일 뿐이다. 이들이 앞으로 보다 좋은 맞춤형 교육을 받고, 희망하는 직업과 직장에서 꿈과 끼를 마음껏 발휘해 사회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관리해주는 일은 대전교육 당국자들의 몫이다. 교육청이 받은 높은 성적표 역시 교육혁신의 결실이 아니라 보다 질 좋은 교육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격려일 뿐이다. 

민선재임 8년째를 맞는 교육감과 대전교육청은 시민과 학부모, 학생과 교사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설동호표’ 교육성과를 구체적으로 내놓을 때가 되었다. 성과지표와 연계되지 않은 업무계획들 즉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토대마련, 대전형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구축, 청렴하고 깨끗한 행정시스템 조성, 대전 특색을 살린 맞춤형 교육기반 강화 등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으로는 그 성과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대전의 미래를 여는 힘의 원천은 뭐니뭐니해도 교육이다. 또한, 지역발전의 궁극적 목표도 그 지역의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그 지역민들의 행복한 삶의 기회를 확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일이다. 따라서,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급격한 사회변혁에 대비하도록 대전교육의 목표와 방향, 틀과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대전의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와 시민들은 대전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달라지길 기대하고 있다.

대전의 교육계는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서 국가와 지역발전과 연계시키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야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안심하고 대전교육에 매력과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은 교사들의 사명감과 경쟁력에 달려있다. 그렇지만 교사들은 본인들이 관리와 평가의 대상으로 간주될 뿐 교육의 주체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하루속히 내놓아야 한다. 몇몇 체험관 설치 외에 대전만의 독창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개발해서 학교현장과 접목시키는 일도 확실한 진전을 보여야 할 것이다. 청렴도 평가에서 대전교육청이 전국 바닥권에 머물고 있는 문제와 잇따른 스쿨미투 사건들도 깨끗하게 털고 가야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게다가, 대전 동·서부간의 교육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업부실과 비대면 수업의 부작용은 계층간 교육불평등을 더 벌리고 있다. 일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영재들은 오늘도 대전을 떠난다. 앞으로 세종시에 국내외 유수대학의 분교가 대거 설립된다면 대전의 인재유출은 더욱 막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문제들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그동안 대전교육계는 중앙정부의 결정에 늘 소극적으로 순응하는데 익숙해 왔다. 형식적인 법과 규정위주의 교육행정은 수요자 중심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다. 교육청의 뿌리깊은 관료주의 성향은 일선교사들의 불만을 키우는 주요인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행정혁신이 필요하다. 학부모와 시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전 미래교육이 결정적으로 자리잡을 때 대전의 침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설 교육감과 대전교육청은 그동안 시민들로부터 많은 기대와 신뢰를 받아왔다. 이는 교육혁신을 가능케하는 큰 원동력이다. 이를 제대로 활용해야 시민들로부터 대전 교육계가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성원하고 기다려준 시민들에게 대전교육의 확실한 실적으로 보답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지난 대전 교육정책의 성과들을 몇몇 상장이나 성적표로 대변하기 보다는 대전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와 본질적인 교육 성과지표에 맞게 정확히 재정리해서 제시해 주길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시민들이 공감하고 만족하는 교육정책들만이 그 성공이 담보될 뿐만 아니라 교육자치의 진정한 의미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강조컨대, 교육감과 대전교육청의 분발을 다시금 촉구한다. 대전의 미래와 시민들의 미래 삶이 전적으로 대전교육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설 교육감의 두 번째 임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한편, 대전교육이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대전시를 구원할 희망의 보루로서 역할을 다해주길 시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음 기회에 계속될 원고에서는 대전교육이 가야 할 바른 길과 새롭게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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