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벌목하려다 운영위 반발에 44주 이식계획
조경업자 “나무선별 없이, 그냥 옮겨 심었다”
금고동 양묘장 현장, 시들시들 고사 직전 향나무들

대전시 금고동 한밭수목원 양묘장에 식재된 옛 충남도청 향나무들.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 향나무 군락을 훼손하면서 그나마 44주를 금고동 양묘장에 이식해 두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또한 주먹구구 행정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향나무를 옮겨 심은 조경업자 A씨는 <디트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대전시가 도청사 정문 좌우측 구간을 정해주고 44주를 옮겨 심어달라고 해서 옮겨 심었을 뿐, 나무 선별에 대한 별도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시는 옛 충남도청사에 식재된 나무 중 경관성과 기능성, 유지관리성, 경제성 등 선정기준을 점수로 매겨 이식 수목과 폐기 수목을 선별해 처리했다고 설명해 왔다. 총 172주 향나무 중 128주를 폐기하고 44주를 옮겨 심은 이유였다. 그러나 A씨 진술에 따르면 처음부터 그런 선별기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전시는 당초 향나무 전체를 벌목하려 했지만 수목보전에 대한 내부이견이 나오자 44주 향나무만 살려두는 것으로 수목이식 계획을 세웠다. 

대전시 ‘수목이식 계획’ 문서 보면

19일 <디트뉴스>가 입수한 ‘옛 충남도청 수목이식 계획’ 문서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해 6월 15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옛 충남도청 내 향나무 44주를 유성구 금고동 양묘장으로 옮겨 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전시는 이 문서에 “옛 충남도청 경계에 위치한 수목(향나무)은 담장 및 차폐용 수목으로, 향후 소통협력공간 조성시 시민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제거가 필요하다”고 향나무 벌목 이유를 적시했다. 당초엔 향나무 전체를 벌목하려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6일 열린 소통협력공간 운영협의회에서 향나무 등을 보존해야 한다는 이견이 표출됐다. 문서엔 “제거할 향나무의 역사성 및 상징성 등 보존가치 논란이 있어 향후 활용에 대비해 공사 전 이식이 필요하다”고 적시됐다. 향나무 제거 시 어떤 논란이 불거질 지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시는 이와 같은 수목이식 계획에 따라, 옛 충남도청사에 식재된 향나무 172주 중 44주만 양묘장으로 옮기고 나머지 128주를 두 차례에 걸쳐 베어버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청사 현 소유주인 충청남도, 인수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구체적 협의도 진행하지 않아 행정마찰을 빚고 있다. 

금고동 양묘장 현장 가보니...

19일 오전 <디트뉴스>가 대전시가 운영 중인 유성구 금고동 양묘장 현장을 방문한 결과, 옛 충남도청에서 지난해 6월 이식된 향나무들은 일부가 고사된 채 식재돼 있었다. 

향나무는 총 70주 정도로 대전시 설명보다 개체수가 25주 이상 많았다. 나무를 옮겨 심은 조경업자 A씨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한 나무에 1∼2주씩 엉겨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 이를 떼어 내 식재하면서 전체적으로 숫자가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묘장을 관리하는 한밭수목원측은 최근 논란을 의식한 듯 나무 이식, 관리 상태와 관련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밭수목원 관계자는 “수목원은 지역공동체과에 (향나무 이식용) 땅을 빌려줬을 뿐, 나무 관리와 관련해 어떤 협조요청도 받은 사실이 없어 수량과 생육, 관리 등에 대해 아는 사실이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고동에 방치된 향나무 일부는 고사 직전에 이르고 전체적으로 색감이 떨어지는 등 생육에 문제가 많다는 점도 확인됐다. 조경 전문가 B씨는 “논바닥처럼 습기가 많은 곳에 향나무를 이식해 두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며 “금고동 현장은 가보지 않았지만, 사진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한 곳에 방치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옛 충남도청사 향나무 군락 훼손과 이식과정이 이처럼 ‘주먹구구 행정’의 연속이었다는 점이 속속 밝혀지면서 대전시가 예고한 감사 과정에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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