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 군락 훼손에 충남도·문체부와 마찰까지 
담당 국·과장 언론브리핑 “행정미숙 인정, 사과”
허태정 시장 ‘필요하다면 감사 착수’ 지시

대전시가 소통협력공간 조성을 이유로 옛 충남도청사 향나무 군락을 훼손하고 부속건물 내부 철거에 나선 모습.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 일부 공간에 대한 리모델링 추진과정에서 미숙한 행정으로 향나무 군락을 훼손하고 충청남도,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행정마찰을 일으킨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시는 필요하다면 내부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18일 오전 이규원 시민공동체국장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깊이 사죄드리고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 의회동과 무기고동, 선관위동, 우체국동 등 부속건물을 소통협력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리모델링 공사에 나섰지만, 미숙한 행정절차로 여러 논란을 일으킨 데 따른 사과입장 표명이다. 

대전시와 충청남도, 문체부 등에 따르면 대전시는 이번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하면서 사전협의를 충분하게 진행하지 않았다. 문체부 실사 과정에서 향나무 제거와 일방적인 부속건물 철거 등이 확인돼 문체부가 공사에 제동을 건 상태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체부 담당국장이 18일 오후 직접 옛 도청사 현장 실사에 나서기도 했다. 

강영희 지역공동체과장(왼쪽)과 이규원 시민공동체국장이 언론브리핑을 통해 사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남도 역시 리모델링 행위가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는 뜻을 대전시에 공문으로 통보해 왔다.  충남도는 “현재 진행 중인 의회동 및 부속건물 등에 대한 공사를 중지하고 원상복구하라”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부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공식 통보했다. 대전시는 옛 충남도청사 건물을 활용하면서 충남도에 매월 약 1억 원 가량의 대부료를 지불해 왔다.   

이번 리모델링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강영희 지역공동체과장도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실책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강 과장은 “이번 기회에 행정에 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됐다”며 “신의를 가지고 기관과 얘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공문서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실책”이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강 과장은 대전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센터장 출신으로 현 허태정 시정부에 합류, 공동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대전시가 지난해 9월 마련한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공사 집행계획’에 따르면, 리모델링 공간인 의회동 2층에 사회적자본지원센터와 사회혁신센터 입주계획이 담겼다. 1층은 카페와 공유주방, 코워킹스페이스, 리빙랩, 시민의 서재 등으로 꾸밀 예정이다.  

NGO출신 공직자가 NGO공간 마련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 과장은 “사회적자본지원센터 등은 일부 공간만 사용할 예정이었고, 확정된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민범 대전시 대변인은 “이번 소통협력공간 조성과 관련해 위법성 부분이 발견되면 감사위원회가 그에 따른 조치를 하라는 (허태정 시장)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위법성 논란이 감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러나 새로 부임할 이성규 신임 대전시 감사위원장이 이번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 추진 당시 시민공동체국장을 역임하며 전결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자칫 셀프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척사유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는 이미 예산을 투입해 추진 중이었던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이 중단된 데다 문체부, 충청남도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오래된 향나무 군락 훼손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노출된 졸속행정과 미숙함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옛 충남도청사(부속건물) 리모델링 후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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