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행정절차 무시 문화재급 건축물과 향나무 훼손
시민단체 출신 공무원의 ‘시민단체 공간확보 프로젝트’ 의혹

옛 충남도청사 부속 건물 등의 리모델링 공사가 중단된 모습. 담장을 이뤘던 향나무 군락이 모두 제거된 상태다.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 일부 공간을 시민소통협력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도청 상징과 같은 향나무 군락을 보존대책 없이 제거하는 등 무리한 공사를 강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 공무원이 해당 시민단체 공간마련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 지역공동체과는 지난해 9월 ‘지역 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 일환으로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공사 집행계획을 세웠다. 

옛 충남도청사 부속건물인 의회동과 무기고동, 선관위동, 우체국동 내외·부를 시비 64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후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사회혁신센터 등과 공유주방, 카페, 갤러리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공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와 업체선정, 철거 공사 등이 일사천리 진행됐다. 시는 지난 10월 말 긴급 입찰공고를 통해 총 공사금액 약 39억원 규모 지역제한 입찰을 실시해 공사업체를 선정했다. 

공사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옛 충남도청사 담장에 식재된 향나무 172주 중 128주가 일시에 잘려나갔다. 옛 충남도청 상징과 같은 수령 70∼80년이 넘는 나무는 물론이고 지난 2009년 정읍에서 들여 온 향나무까지 별도 보존 대책 없이 대부분 폐기됐다.  

문제는 향나무 벌목을 포함한 긴박한 리모델링 공사가 행정절차상 큰 결격 사유를 안고 진행됐다는 점이다. 옛 충남도청사는 충청남도 재산으로 국유화(문화체육관광부)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간적으로 대전시 내부에 있는 공공청사지만, 대전시 스스로 처분하거나 리모델링할 수 없는 건물이라는 뜻이다.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구상도. 왼편 옛 의회동 건물에 사회적자본센터 등 시민단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대전시와 충청남도, 문체부 등에 따르면 대전시는 이번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하면서 사전협의를 충분하게 진행하지 않았다. 문체부 실사 과정에서 향나무 제거와 일방적인 부속건물 철거 등이 확인돼 문체부가 공사에 제동을 건 상태다. 

충남도 역시 대전시가 추진한 리모델링 행위가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 원상복귀 요구와 함께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방침이다. 대전시는 광역자치단체가 좀처럼 범하기 어려운 미숙한 행정으로 옛 충남도청사 활용에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전시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익명의 시 관계자는 “관련 절차를 무시하고 문화재급 건축물과 수목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남겼다는 점에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며 “무엇이 이 같은 졸속결정의 배경이 됐는지, 투명한 진상공개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시 졸속행정은 정치적 공격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전시민이 대전에 남겨진 역사적 유산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무엇을 들여도 좋다고 허락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 사안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허태정 시장의 역사의식 부재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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