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설렘과 두렴이 순식간에 이월되어

느닷없는 이월이 등장한다

 

당연한 돌발처럼 나타나는 이곳은

모름지기 애매함의 계절

일월 시작과 삼월 출발 사이의

짧은 호흡, 깊은 회한, 섧은 탄식

 

뱀다리 같은 하루를 붙였다 떨어뜨렸다 하며

흐릿한 정체성이 갈피 없는 마음을 희롱한다

 

어떤 다짐도 어떤 포기도 용납 않는

죄책감의 숙주, 이월

2월 달력을 보는 마음은 뒤숭숭하다. 계획도, 정리도 어울리지 않는 과도월(過渡月) 2월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2월 달력을 보는 마음은 뒤숭숭하다. 계획도, 정리도 어울리지 않는 과도월(過渡月) 2월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한 해에서 가장 이상한 달을 꼽으라면 단연코 2월이다. 우선, 위치가 모호하다. 1월은 새해의 시작이고 3월에는 새 학기가 출발한다. 그 사이에 낀 2월은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적응하기도 애매한 시기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겨울 방학을 마치고 봄방학까지 불과 보름 남짓의 시간 동안 마음이 붕 떠 있었다.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르침에 집중하지 못하고 ‘첫사랑 얘기해 주세요~’, ‘군대 얘기해 주세요~’ 하는 아이들의 요청에 기꺼이 굴복하지 않았나 싶다.

2월이 이상한 또 하나의 이유는 29일 때문이다. 이 날은 2월의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든다. 지구의 태양 공전 주기를 맞추느라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 끼어 들어온다는데 그 과학적 원리는 정확히 몰라도 2월을 특이하게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생일이 2월 29일인 중학교 친구가 있었는데 실제로 자신의 정체성에 심각한 회의감을 품기도 했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은 사춘기 소년의 질풍노도에 기름을 붓기 충분한 것이다.

이지완 (TJB PD)
이지완 (TJB PD)

어쨌든, 2월은 당연히 오는 달이지만 순식간에, 그리고 느닷없이 온다. 11월이 인내심을 시험하는 달이라면 2월은 우리의 집중력을 검증하려는 달 같다. 무언가를 계획하기엔 늦고, 포기는 이르고, 추스를 내용은 없고, 반성할 소재도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무엇에든 집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 정도가 어울리는 달이랄까?

하지만 2월이 ‘온전’하다면 우리는 지칠 것 같다. 이 달의 애매함은 1월의 각오, 3월의 다짐 사이에 쉬어가도 된다는 신호가 아닐까? 가뜩이나 기약 없는 코로나로 더 힘든 2021년 2월은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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