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채근담편

▴ 때때로 내려놓고 비워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채근담에서 말했다.
‘세상살이에 경험이 적으면 속세의 때 묻음도 적으나 세상일에 대한 경력이 많으면 그 만큼 술수도 많음이니라.’(涉世淺하면 點染亦淺하고 歷事深하면 機械亦深이니라)하였다.
인간끼리 살아가는 인간사회는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살아야 하는 대동사회(大同社會)이면서도 서로가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경쟁사회다. 

경쟁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앞세워야 한다. 자신의 양심을 지키지 못하게도 된다. 
이기기 위한 술수도 부려야 한다. 
그래서 인간사회는 단순하거나 소박하거나 순수하지만은 않다. 
세상살이를 경험한 만큼 때 묻음도 크고 인간의 순수성도 잃게 된다.

그래서 채근담에서 말했다.
‘군자는 세상살이에 능수능난하기 보다는 순박한 편이 낫고 형식과 격식의 틀에 얽매이기 보다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움이 낫다.’하였다. 

그러나 현실 생활은 어떤가? 복잡다난한 일상,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단순하고 순박하게 살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세상살이를 피해 살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바쁜 일상에서 가끔은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자, 때로는 비워보는 연습을 해보자 그리하여 혼탁한 마음을 비우고 명경지수(明鏡止水)의 마음으로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자 그리하면 온갖 세상살이에 내 마음의 호수가 얼마나 혼탁해졌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얼마나 이기적이고 욕심적이며 그리고 나를 속였나를 성찰하게 된다. 
이렇게 세상살이로 혼탁해진 본성의 먼지를 닦아내고 세상살이의 집착으로 치우쳐진 나의 중심을 바로 잡게 되면 참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 
때때로 마음을 비우고 참 나를 찾는 명상의 시간을 가져 봄이 어떨가 한다.

▴ 가진 것이 적으면 잃을 것도 적음이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검소하면 잃을 것이 적으니라.’(以約失之者는 鮮矣니라.) 검소하게 살면 잃는 것이 적다는 것이다. 
재물이 많거나 호화스러운 생활, 번잡한 생활 일수록 그 만큼 복잡하고 걱정도 많고 잃는 것 또한 많아진다.
어느 날 아버지 거지가 큰 기와집이 불타는 것을 보고 아들 거지에게 말했다.
“얘야 우리는 불 탈 집이 없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니.”필자는 얼마 전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없애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데 약간의 불편함은 있으나 교통사고의 걱정, 딱지 뗄 걱정, 음주운전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으니 이 얼마나 자유스럽고 홀가분함인지 모르겠다. 뭐니 뭐니 해도 아무 때나 술 한 잔 할 수 있어 너무나 좋다.

고려 공민왕 때 이야기다. 형과 함께 길을 걸어가던 아우가 길 숲에서 금덩어리 두 개를 주웠다. 
하나는 형에게 주고 나머지 하나는 자기가 가지고서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 아우가 갑자기 가지고 있던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져 버렸다. 
이에 형이 어이없어하니 아우가 말하기를“내가 그 동안 형을 무척 사랑했는데 지금 금덩어리를 나누어 갖고 보니 갑자기 형이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다 금덩어리 때문인 것 같아 버린 겁니다.”
그러자 형도“네 말이 과연 옳구나.”하고는 동생을 따라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져 버렸다는 한강의 투금탄 설화이다.

형제간 정의(情誼)가 끊어지고 친구 간에 정분(情分)이 멀어지는 것은 돈 때문이라 하였다. 
위의 형제 이야기에서 형제는 정의(情誼)를 지키기 위해 금덩어리를 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형제가 택한 것은 금덩어리가 아니라 형제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의 유산 때문에 형제, 가족 간에 칼부림까지 하는 패륜적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 모두가 돈이 원수가 된 것이다. 
차라리 물려받을 유산이 없었다면 형제, 가족간의 정의(情誼)는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검소하면 잃을 것이 적다.’라는 공자의 말이 와 닿음이라 하겠다. 
가진 것이 적으면 잃을 것도, 손해 볼 것도 적으니 이 또한 무소유의 행복 아니겠는가.

▴ 그렇다. 
나는 형제의 정의(情誼)를 위해 황금 덩어리를 강물에 던질 용기는 없겠으나 돈을 모든 것에 우선하고 돈 때문에 양심과 정도를 버리지는 않을 수 있으리라.


김충남 강사.
김충남 강사.

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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