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로컬노믹스] ‘칼국수정식’을 제안하며

<디트뉴스24>가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정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경제·문화 전문칼럼 [강영환의 로컬노믹스] 코너로 독자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역을 의미하는 로컬(Local)과 경제학을 의미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결합한 조어인 로컬노믹스(Localnomics)는 지역성에 기반한 지역활성화 모델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입니다. 

지역에 내재하는 자연자원, 인문자원, 경제자원 등의 DNA를 이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회복를 도모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중앙권력이나 관치행정의 주도 논리에 의한 획일적인 발전방향이 아닌 지역의 고유성과 특화된 경쟁력, 지역의 자생성을 중심으로 대전형 지역발전모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강영환의 로컬노믹스]는 독자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모델입니다.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대전 칼국수축제 포스터. 자료이미지. 

2년 전 이맘때 대전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 경제인들과 칼국수 집에서 오찬을 했다. 대통령은 칼국수와 김밥, 수육 등으로 식사를 하며 “맛있다”를 연발하고 식사 후엔 주방에 들러 “정말 맛있게 먹었다.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다고 한다. 

대통령 방문시 오찬 메뉴로 선정됐듯 칼국수는 가히 대전을 대표할 만한 음식이다. 그리고 대통령도 인정하듯 대전의 칼국수는 정말 맛있는 음식이다. 2년 전 어느 기사를 보니 대전엔 칼국수집이 170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칼국수 종류도 20여종에 달하며 50년 이상 맛을 지켜온 칼국수집도 상당수이다. 

이렇게 칼국수는 대전의 자랑이며, 특히 옛 도심의 보배로운 자산이다. 맛도 있고 추억이 있고, 집마다 독특한 색깔이 있다. 그런데 늘 아쉬운 것이 있다. ‘칼국수 마케팅’이다.

중구청은 가을날 칼국수축제를 이어가는 등 마케팅활동을 지원한다. 업소에 따라선 능력껏 히트보증상품 백종원 씨를 활용한 마케팅도 펼치고 매장 특색에 맞게 자체 SNS마케팅도 진행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이 느껴진다. 가장 큰 원인은 ‘전 국민의 대전칼국수’에 대한 바람일 것이다. 대전을 방문하면 반드시 먹어야 할, 전 국민의 입맛을 당기는 대전의 칼국수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2019년 국민여행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의 여행비용 중 음식비가 차지한 비중이 40.5%에 달하고, 특히 당일여행의 경우 46.6%로 6.01%포인트 높다. 세대별로는 20∼30대가 타세대보다 2%전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음식이 여행지 선택의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여행지 선택이유로 음식은 19.9%(중복응답)로 여행지명도(42.2%)나 볼거리(44%)보다는 떨어지나 여행경비(15.6%), 숙박(6.6%), 교통(9.5%), 쇼핑(3,2%) 보다는 높다.   

그런데 대전으로선 아쉬움이 크다. 여행지별 전반적 만족도에서 대구(75.0점)와 함께 76.0점으로 최하위권이라는 점이다. 최고 높은 수준인 광주(83.8점)와 제주(81.6점) 대비 차이가 크다. 당일여행의 경우도 역시 74.4%로 가장 낮다. 역시 광주가 84.7점으로 가장 높고 전북(80.8점), 전남(80.1점)이 뒤를 따른다. 이런 낮은 만족도는 재방문 의향률 역시 72.8점으로 대구(73.1점)와 함께 최하위, 타인추천 의향률에서도 69.7점으로 세종(68.6점), 대구(69.2점)와 함께 최하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국민여행조사에는 항목별 만족도를 조사하지 않으나, 2017년도 조사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이유를 알 수 있다. 조사결과 대전은 문화유산, 관광종사자 친절성, 쇼핑, 관광지 혼잡도 만족도는 전국수준과 비슷했다. 그러나 5점 척도 기준으로 식당 및 음식은 전국 3.92대비 3.72, 숙박시설은 4.05대비 3.25로 만족도가 전국 최하위수준이었다. 결국은 숙박과 함께 음식이 대전여행에 대한 만족도를 저하시켰다는 의미다. 

음식은 전국 각지의 사람을 불러들이는 힘이며, 도시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전의 칼국수는 더 이상 대전 시민만의 자랑에 머물러선 안 된다. 전 국민을 유혹하는 마케팅상품이 되어야 하며, 대전 밖 사람들이 와서 돈을 풀게 하는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전라도는 음식문화가 발달했고, 대전은 먹을거리가 애초부터 빈약했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과거엔 그랬을지언정 지금도 이 말이 맞을까 싶다. 우리는 조선시대 3대 음식 중 으뜸으로 손꼽혔다는 전주비빔밥 정식을 찾아 전주로 간다. 광주에 가면 떡갈비정식을 찾는다. 

그러나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기본반찬에 고기와 찌개, 그리고 여기에 올라오는 그 지역특화음식 비빔밥이나 떡갈비, 이를 접하며 필자는 옛 역사와 전통 속에서 내려온 문화를 담은 음식이라기보다는 현대 마케팅의 찬란한 조합에 다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필자는 이 정식을 먹으며 대전의 자랑 칼국수는 왜 이를 못할까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비빔밥정식이나 떡갈비정식처럼 대전도 ‘칼국수정식’이 어떨까 하는 생각. 단품 칼국수가 아니라 정식으로 거듭난 칼국수 말이다.

전주비빔밥처럼 기본 반찬 가득 펼치고, 전채(에피타이저)로 꽁보리밥이나 연두부, 도토리묵국이 먼저 나온 후, 두부오징어두루치기에 수육이 등장하고, 메인식사로 칼국수를 제법 폼이 나는 용기에 담아 나온다면, 그리고 마지막 후식으로 간단한 차가 나온다면 전주비빔밥정식 그 이상의 정식이 아닐까 싶다. 언급한 부대요리는 대전의 칼국수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이를 잘 융합하여 ‘정식’이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업그레이드시켜보자는 생각이다.

특히 비즈니스나 다소 의전이 필요한 점심자리에 이 정도의 칼국수정식이라면 손색없는 식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 상차림이면 고기를 즐기고 인증샷과 함께 먹방(먹는 방송)이 기본인 2030세대 고객이나 여행객에게도 그럴싸한 한상차림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추억의 칼국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2030세대도 즐기는 젊은 칼국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적어도 대통령에게 보여주고 싶고, 대통령이 인정한 칼국수라면 단지 1회성 행사에 그치거나 이를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대전의 대표식품이 될 수 있도록 행정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 대표 특화상품으로서 길을 열고 칼국수업체 소상공인들의 상품화전략과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 지원부대 역할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상품화 연구개발을 위해 칼국수연구소도 만들 필요가 있다. 칼국수축제도 지역축제로서의 시각을 탈피해서 멋과 맛과 흥으로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을만한 꺼리를 발굴해 국민적 축제를 준비해야 한다.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그 새로운 시작, 칼국수정식이 어떠한가? 무거운 담론이 아니라 우리 주변 가까운 소재로부터 대전경제 활성화의 보배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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