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연재⓶] 충청 메가시티 성공하려면

대동 하늘공원에서 내려다 본 대전 원도심 일대. 자료사진.

지난번 게재한 칼럼 ‘길 잃은 축소도시 대전, 어디로 가야하나’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시민들이 그만큼 쇠퇴하고 있는 대전 현실을 큰 위기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는 대전 인구감소 현상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즉 대전 인구의 급감은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현상이다, 이미 예견된 중대한 사안임에도 모두 소홀했다, 현재보다 미래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특히 대전시의 대처는 더욱 안일하다. 그리고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전략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안이 장·중·단기적으로 치밀하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 인구감소의 요인들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대전 도시정체성의 재정립 실패, 정치적 리더십의 실종, 도시발전의 정책과 전략의 부재, 그리고 시민들의 일체감과 자신감 상실을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도시는 영원하지 않다. 성장하면 침체 내지 쇠퇴할 것이고, 쇠퇴하면 소멸하거나 아니면 재생할 것이다. 그것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기보다 그 도시의 지도자와 선각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어떤 의지와 자세를 가지고, 무슨 준비와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 도시위기에 잘못 대처하면 쇠락의 늪으로 떨어질 것이고, 잘 대처하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도 못한다면 그 기회마저 영원히 놓치게 될지 모른다. 대전시가 지난 백 년 동안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대도시 생존의 문제가 이제부터 시작된다. 

이 문제를 풀기위해 우리보다 먼저 도시쇠퇴를 경험한 외국 도시들의 부활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물론 외국 도시의 사례들은 도시역사와 환경 및 문화가 전혀 다른 대전시에게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그러나 대전이 올바른 방향을 찾아 가는데 있어서 시행착오를 줄여줄 대단히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대전·세종 통합 '오사카 실패' 타산지석 삼아야

대전시의 인구감소가 심각한 위기로 나타난 결정적 계기는 세종시 건설이다. 세종시가 출범하면 대전시는 저절로 함께 발전하리라는 환상에 젖어 아무 준비도 안하고 있을 때 충남도청이 빠져나가고 KTX 서대전역은 붕괴됐다. 

게다가 대덕연구단지까지 전국에 분산되면서 세종시보다 미래 도시경쟁력이 밀리기 시작한다. 잘 정립해오던 교통도시와 과학도시의 도시브랜드를 잃은 대전시는 갈 길을 잃고 헤매는 사이 세종시는 자치분권 모델도시를 지향하며 부동산 가치와 미래교육면에서 대전보다 비교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예상과는 달리 나타난 이 추세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 해결책이 있다면 대전의 도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회복하거나 아니면 세종시와의 통합일 것이다. 

대전시장도 여러 차례 세종시와의 메가시티 조성을 간절히 제안한 바 있으나 아직은 일방적인 구애 수준일 뿐이다. 대전과 충남의 재통합도 여전히 살아있는 대안이다. 이 해답은 최근 일본에서 진행된 오사카시(市)와 오사카부(府)의 통합실패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 말, 일본 오사카 시와 부의 통합을 통해 ‘하나의 오사카(One Osaka)’의 꿈을 실현코자 했던 오랜 지역 숙원사업이 주민투표의 부결로 5년 만에 다시 백지화됐다. 인구 275만의 일본 2대 교통중심 도시 오사카는 2000년대 들어 도쿄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로 인한 위성도시 전락 위기와 도시경제력이 약화되면서 도시부활을 위해 오사카 부와의 통합, 2025 세계박람회 유치, 그리고 역세권 재개발을 통한 국제금융도시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꿈을 키워왔다. 

행정구역개편을 통한 오사카도(都)의 구상은 중복 행정기능을 축소해서 행·재정 낭비를 줄이고, 동경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초광역권 지방정부의 구축을 시도했으나 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 결과는 현재 한국에서 추진코자 하는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의 재통합, 부·울·경 동남권 및 대전·세종 메가시티의 실현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주민투표 직전까지도 통합 분위기가 대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시민들이 통합에 대한 실익을 공감하지 못했다. 시민중심이 아닌 관주도로 추진된 통합과정에서 오사카 시민들은 복지와 안전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양과 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여론이 부정적으로 급변했다. 

그리고 이 복잡하고 어려운 통합의제를 끌고 갈 걸출한 지도자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통합전 시와 부간의 협력을 전제로 충분한 실전연습의 부재도 실패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 시와 부는 이번에 드러난 한계점을 보완하며 통합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축소를 기회로 만드는 ‘스마트 축소전략’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그렇다면 대전과 세종이 메가시티 조성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메가시티에 대한 대전과 세종의 시민적 공감대 형성, 관이나 정당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주도로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추진체계 정립, 그리고 통합에 앞서 양 도시간 실질적 상생협력 정책 추진 등이다.

대전시는 저출산·고령화 및 인구감소의 전국적 추세, 변함없는 수도권 집중현상, 세종시의  국토균형 발전과 충청권 상생발전을 외면한 비정상적인 도시성장 등이 지속되는 한, 상주인구를 증가시키거나 유지하기는 당분간 불가능하다. 대신 인구감소 환경에 맞춘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는 스마트 수축을 중심으로 도시발전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도시축소 현상은 전통적인 도시성장과 대비되는 쇠퇴, 침체, 낙후의 부정적 의미가 아닌 긍정적 개념이다. 축소를 또 다른 기회로 보는 도시발전 전략이다. 축소된 인구와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목적으로 영국의 리버풀시가 채택한 부동산 개발 중심의 성장지향적 접근 대신 인구감소에 부합하는 살기 편한 도시로 재구조화하여 안정적 발전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독일 라이프치히시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 스마트 축소전략에서는 도시 내 노후 및 낙후된 시설물을 철거하는 물리적 재개발 보다는 시설물 축소 공급과 잉여공간의 친환경적 녹지 확대를 통해 수축된 도시의 규모에 맞춘 도시재생을 추진하여 성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재생에서도 과도한 성장 중심의 개발보다는 적정규모의 고용창출을 위한 산업구조의 다양성 확보와 특화산업 육성에 주력했다는 점도 대전시가 참고할 만하다.

특히, 대전이 명운을 걸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 대전역세권 개발사업이다. 2025년까지 총 2조 3200억을 투자해서 혁신성장의 거점도시이자 대전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대전역을 충청권은 물론 전국 광역교통망의 요충지로 자리매김 함으로써 교통도시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되찾고,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외부와의 유동인구를 늘리는데 있어서 절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런던의 킹스크로스 역은 철도교통의 허브이면서 문화예술의 중심지, 성장산업과 연구개발의 중심지로 성장한 성공 사례다. 도쿄의 역세권 개발은 신주쿠와 오다이바로 치우쳤던 상권을 다시 도쿄역과 긴자로 끌고 왔다.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고 상점과 문화시설들은 다시 문을 열고 지역친화적 스카이라인을 만들었다. 

역세권 개발, 대전부활의 신호탄 만들어야 

대전시도 역세권 개발을 통해 대전역과 구 도청사를 연계하여 뉴욕의 소호, 오사카의 도톰보리 수준으로 최고의 예술가와 상인들 그리고 과학자들이 모여 창의가 넘치는 공간으로 탄생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자영업, 소상공인, 원주민들이 모두 개발과정에 참여하여 개발이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진협의체를 구성하여 대전부활의 신호탄으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대전역사에 명품 호텔과 컨벤션 센터를 갖춰 국내․외 회의산업이 대전에서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서, 대전역세권 개발을 전환점으로 대전의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해 주간과 야간 인구이동 실태를 상주인구와 별도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오는 2023년은 대덕연구단지 출범 50주년 그리고 ‘대전엑스포 93’ 개최 30주년을 맞은 뜻 깊은 해다. 이 해에 세계지방정부연합회(UCLG) 총회나 아시안 게임 유치 또는 대전방문의 해를 가지고는 축소도시 대전발전의 획기적인 모멘텀을 찾는데 큰 효과가 없다. 

필자는 10여년 전부터 ‘대전 과학엑스포 23’ 유치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역사적인 2023년에 대전 부활의 몸짓을 국내·외에 선언하고, 대전의 자랑스러운 성과물들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시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삼기위해 지금부터라도 대전의 위상에 걸맞는 국제적 이벤트를 준비하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도시쇠퇴 위기로 갈 길 잃은 대전시는 하루속히 경로를 재탐색해서 올바른 길을 찾아 나서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에 서있다. 그러기 위해서 대전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모든 게 변해야 한다. 하나만 빼고 모든 걸 바꿔야 한다. 바꿀 수 없는 하나는 바로 대전을 지키고 사랑하는 우리들의 변치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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