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③ 비대면 일상화 된 공공기관
소통 없는 온라인화, 대안 찾아 고민해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 한 해 개인의 일상을 붕괴시킨 동시에 인류 공동운명에 대한 감각을 일깨웠다. 효율적인 감염 차단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고, 이는 지방분권시대의 가능성을 엿보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코로나 1년, 백신 접종을 앞둔 지금. 바이러스로 촉발된 기후위기와 돌봄 노동, 공교육의 역할, 민주주의 위기론에 대한 백신 준비는 잘 되고 있을까? ‘코로나 1년,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을 주제로 앞으로 지방정부가 의제화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민원실 투명 가림막 설치 모습.
민원실 투명 가림막 설치 모습.

코로나 이후 ‘방역’은 우리 사회 최우선 가치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감염원이 될 수 있는 외부인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사람과 사람, 기관과 시민, 언론 사이에도 칸막이가 생겼다.

공공기관은 지난 한 해 빗장을 걸고, 푸는 일을 반복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진 연결고리를 끊는 데 열중하면서 새 삶에 적응해왔다.  

지역 언론도 변화된 취재 환경을 체감하고 있다. 비대면 브리핑이 지속되고, 부서 방문 취재가 어려워지면서 ‘전화 취재’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정책 토론회나 시민 대상 공청회, 간담회 등 여론 창구가 사라지거나 온라인화 된 점도 큰 변화다.

1급 보안시설인 정부세종청사가 위치한 세종시 분위기는 더 삼엄하다. 단체장이나 실·국장 언론 브리핑이 비대면화 되면서 ‘질문 없는 브리핑’ 현상이 반 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방역이라는 최우선 가치와 함께 보장돼야 할 ‘참여 민주주의’, ‘시민 알 권리’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숙제로 남았다.  

‘온라인’ 자체가 답은 아니다

‘온라인’은 쌍방향을 전제해야만 ‘소통’이라는 목적을 거둘 수 있다. 일방적 정보 제공만으론 ‘전달 통로’에 머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비대면 전환 결정에는 언론 질의응답 방식 개선과 함께 사전·사후 정보 공개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는 것이 발전적이다. 

“여론이 나오는 현장이 사라진 게 가장 위험한 일이죠. 최근에는 현장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어요. 과거와 같은 생동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공간상의 제약이 덜해진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회의나 여론 수렴이 서면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일반 시민도, 언론도 내용을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요. 이런 자료가 선제적으로, 자발적으로 잘 공개되진 않거든요.” (3년차 기자 A 씨)

“질의응답에서 느낄 수 있는 뉘앙스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사 맥락에 이 뉘앙스를 풀어쓰기 위해서는 추가 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고요. 지역의 중요한 현안이나 찬반양론이 갈라지는 문제는 리더의 입장과 의지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요즘은 현장 활동이 적어져 밤잠이 없어진 것도 변화라면 변화네요(하하). 감염원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공무원 만나는 일도 여전히 조심스럽고요.” (20년 차 기자 B 씨)

방송기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상이 필수적인 취재 특성 상 생생한 현장이 없다면 보도에 제약이 따르고, 과거였다면 수월했을 시민과의 만남도 어려워졌다.

“온라인으로 정보가 전달되더라도 그 영상을 보도 영상으로 쓰긴 어렵죠. 현장 위주 취재가 필수적인데, 이 현장이 사라지면서 애로가 생겼습니다. 실과를 찾아 담당 공무원 입장을 듣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서로 부담이 돼 전화나 화상으로 대체해왔어요. 속속들이 취재할 수 있는 환경이 옛날 같지 않다는 점이 아쉽죠. 거리두기 문화가 일상이 됐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기회도 적어졌고요.” (방송기자 C 씨)

적응기 1년, 용기 내 묘수 찾아야

지난해 하반기 대부분 언론 비대면 온라인 기조를 유지해 온 세종시 브리핑룸 모습. 좌석엔 투명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지난해 하반기 대부분 언론 비대면 온라인 기조를 유지해 온 세종시 브리핑룸 모습. 좌석엔 투명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문제인식을 느낀 건 기관도 마찬가지다. 개방성을 상징하는 온라인 브리핑이 자료 전달이라는 목적만 달성하는 데 그치면서 나타나는 역기능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폐쇄성이 짙어지면서 토론이 적어진 점이 공직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언론과 실시간 질의응답이 있었던 때는 실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국과장급 공무원들이 여럿 현장에 배석하면서 긴장감이 있었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상황에 언제 마이크가 올지 모르니까요. 시간이 부족하면 따로 비공식 백 브리핑을 이어서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세종시청 공무원 H 씨)

세종시교육청은 지난해 기존 언론 브리핑을 줌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코로나 안정기에는 대면·비대면 병행 방식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면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거리두기 수칙을 지켜 소수의 참석자 입장을 허용해 현장 질의가 가능하도록 하고, 온라인 참여 기자들에게는 실시간 질의응답을 받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영상은 기존대로 브리핑 직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브리핑 1일 전 자료를 공개하는 원칙도 유지 중이다.

“사전에 자료를 배포하고 있지만, 엠바고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습니다. 비대면 화상 방식의 브리핑을 도입한 이후 매회 5~6개씩 질의답변이 이뤄지고 있어요. 과거 현장 브리핑과 차이가 없는 거죠. 사전 질의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답변 내용이 충족되지 않으면 추가 질의가 불가능하잖아요. ‘이전의 질의응답 수준이 가능하느냐’를 중점으로 두고, 브리핑 방식에 변화를 준 겁니다.” (세종교육청 소통담당관실 공무원 F 씨)

지난해 새롭게 생중계 브리핑을 도입한 세종시의회도 대면·비대면 병행, 전면 비대면 브리핑을 상황에 맞게 시행 중이다. 소수 인원으로 제한해 현장 참석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서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해 일방향식 전달 브리핑에 머물고 있다. 

주 1회, 비교적 브리핑이 자주 열리는 세종시청은 비대면 전환에 따른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다. 기존 현장 브리핑에선 기본 6~7개씩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반면, 언론 비대면 기조 이후에는 1~2개 질문만이 사전 접수되고 있다.

“브리핑의 생동력이 떨어져가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참여도가 줄었다는 점도 공감하고요. 사실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면서 방역이라는 지침도 중요하고, 사전질문을 위해 자료를 먼저 제공하는 일은 엠바고 준수가 걱정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기존 수준에 가깝게 참여도를 높이고,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브리핑 개선안을 곧 마련해야죠.” (세종시청 대변인실 공무원 D 씨)

대전·충남 개방 기조 유지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고 언론 대면 온라인 브리핑 중인 (왼쪽부터) 허태전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고 언론 대면 온라인 브리핑 중인 (왼쪽부터) 허태전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비대면 언론 브리핑 기조가 유지됐던 대전시는 올해 개방형 기조로 변화했다. 충남도는 심각한 확산 시기를 제외하고는 언론 대면 방식의 온라인 생중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방역 수칙 준수, 비말 차단 가림막 등을 완비해 언론앞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제한된 환경에서도 다양한 대안을 고심하고, 지난 취재 관행을 되돌아본다면 좋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동시에 참여하는 시민과 언론에 주어진 감시·견제라는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이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도 상존한다. 

“상황이 극심했을 때 몇 차례 빼고는 언론 대면 온라인 생중계 브리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실국원장회의까지 개방 방침이고요. 발표자 자리에는 ‘ㄷ자형’ 비말차단 칸막이가 설치돼있고, 자리마다 칸막이가 있어요. 여러 시·도를 출입하는 언론 관행이 지난해 문제가 됐습니다. 이런 경우 출입에 대한 위험성을 따로 안내하는 걸로 알아요.” (충남도청 출입기자 J 씨)

“비대면 브리핑 상황에서 기관은 난처한 질문이 적어지니 좋을 수도 있겠죠. 방역이라는 명분이 크게 작용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시민 알권리나 민주주의 발전 차원에서의 언론 활동이 후퇴되는 분위기를 수용해온 것도 사실이고요. 시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역 문제 때문에 공무원들과의 접촉 빈도가 적어지고, 면담 신청 절차도 까다롭잖아요. 깊게, 멀리 보면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대전시청 출입기자 I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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