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② 여전히 ‘귀한’ 사서교사
저작권 문제 고충, 다른 형태의 '배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 한 해 개인의 일상을 붕괴시킨 동시에 인류 공동운명에 대한 감각을 일깨웠다. 효율적인 감염 차단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고, 이는 지방분권시대의 가능성을 엿보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코로나 1년, 백신 접종을 앞둔 지금. 바이러스로 촉발된 기후위기와 돌봄 노동, 공교육의 역할, 민주주의 위기론에 대한 백신 준비는 잘 되고 있을까? ‘코로나 1년,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을 주제로 앞으로 지방정부가 의제화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① 세종시, 빛바랜 '친환경 생태수도' 슬로건

② 세종시 4년차 사서교사의 배달독서 1년

세종도원초 김한솔 사서교사.
세종도원초 김한솔 사서교사.

전국 교육계에 여전히 '귀한' 교사들이 있다. 한 아이와 한 권의 책을 이어주는 사서교사다. 지난 한 해, 비대면 원격수업이 이뤄지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사서교사가 배치된 소수의 학교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축복받은 학교’로 등극했다.

교육부는 오는 2030년까지 학교도서관 수 대비 사서교사 배치율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년 전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사서교사 의무배치는 제도화됐으나, 그 비율은 여전히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정식 사서교사 확보 전까지 기간제 사서교사를 우선 배치하거나 사서보조원을 채용하는 곳도 있다. 세종시교육청도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지난 2019년부터 장애인 사서보조원을 채용해왔다. 올해는 책 읽는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 3개 중점 과제, 8개 실천 과제를 추진한다. 

올해 4년차 사서교사인 세종도원초 김한솔 교사를 만나 코로나 시대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교육은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또 어떤 교육 격차를 고민해야 하나. 

다음은 김 교사와 나눈 일문일답.

ㅡ 세종시 사서교사 현황은 어떻게 되나.

“임용 후 첫 배치를 받은 후 올해 4년차 사서교사로 일하고 있다. 세종도원초는 읍·면지역 초등학교 중에는 장서량이 많은 학교에 속한다. 현재 세종시 내 사서교사는 총 20명으로 이중 9명이 초등학교에 근무한다. 초등학교는 현재 총 50개교인데, 비율로 보면 18% 정도 된다. 사서교사는 비교과교사에 속하고, 전국적으로 선발 정원 자체가 적다.”

ㅡ 지난 한 해 코로나19로 학교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서교사로서 지난 2020년을 회고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학교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이미 진행되고 있던 세상이 일찍 도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대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사서교사로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고민해보는 계기도 됐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학생들과의 대면 교육 문제였다. 도서관 운영지침이 계속 변경되고, 독서프로그램 운영에도 제약을 받았지만, 학생들이 끊임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데에 시간을 썼다.”

김 교사가 배달독서를 위해 만들었던 책꾸러미(왼쪽)와 교육청 지원을 받아 학교도서관에 마련한 책 소독기(오른쪽).
김 교사가 배달독서를 위해 만들었던 책꾸러미(왼쪽)와 교육청 지원을 받아 학교도서관에 마련한 책 소독기(오른쪽).

ㅡ 학교도서관은 지난 한 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됐나.

“학년별로 요일을 정해 개방했고, 쉬는시간과 점심시간도 나눠 이용하게 했다.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직접 학급으로 배달 대출을 하기도 했는데, 학년과 주제에 맞는 책을 난이도별로 나눠 선정한 후, 직접 반마다 배달을 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 오지 못하니 직접 책을 교실로 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교실에 있는 시간도 제약을 받다 보니, 책을 집으로도 보내야 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책 대출을 요청하면, 꾸러미에 넣어 보내주는 식인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 반납된 책은 소독기를 사용해 다시 배치하는 일을 반복했다. 책 소독기는 교육청에서 전액 지원받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초기에는 주문이 밀려 배송 전까지 반납된 책들은 널어 보관하기도 했다.”

ㅡ 새학기를 앞두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계획했던 교육과정에 차질이 컸을 텐데.

“기존 형식을 벗어나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다시 기획해야 했다. 책 친구 독서인증제나 Kahoot 프로그램을 활용한 독서 퀴즈 활동, 가정독서 인증샷, 북페이스(독서 인증) 등을 진행했다.

정규수업은 이동수업이 제한되는 바람에 직접 책을 이고 가 교실수업을 해야 했다. 3~4학년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을 이용해봤지만, 1~2학년 학생들은 도서관 이용 경험이 없어 한 학기에 1반씩만 도서관 수업을 했다. 온라인 예약제를 활성화하고, 학교도서관 소장 장서에 대한 홍보도 다각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개선점도 느꼈다.”

ㅡ 사서교사의 경우 학교도서관이라는 공간과 책이라는 교구의 제약을 받다보니 남모를 고충도 있었을 것 같다.

“교실로, 집으로 책을 꾸러미로 만들어 직접 배달하다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동아리와 함께 도서관을 운영하고, 초등의 경우 학부모 명예사서분들과 협업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력 지원 부분은 다른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

교과 수업과는 다르게 원격 수업이 거의 불가능했던 한계도 있었다. 교과서가 있긴 하나 사서교사들은 개인이 수업 자료를 직접 만들어 활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교사 개인이 온라인 수업 자료를 만든다할지라도, 출판물에는 모두 저작권이 걸려있다. 특히 전문을 공개하는 일은 큰 위험이 따른다. 교사 개인이 출판사에 연락해 저작권 여부를 묻고, 사정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인 만큼,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이를 지원해주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북페이스 인증제.
세종도원초 학생들이 참여한 북페이스 프로그램. 읽은 책 표지를 얼굴 위치에 놓고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방식이다.

ㅡ 학교도서관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첫 번째는 허브(hub)로서의 공간이다. 독서교육은 범교과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모든 교과와 연결돼있고, 주제 중심 융합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매개다. 교육의 허브(hub)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또 휴식의 공간이라는 측면도 중요하다. 교직원, 학생, 학부모 누구든지 아무 때나 찾을 수 있는 접근성 낮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실제 학교도서관은 늘 건물의 중앙에 위치한다. 

어린 시절 접한 한 권의 책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사람은 선택지 앞에서 내가 읽은 책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이 무수한 결정들이 모여 곧 개인의 인생을 만든다. 한 권의 책이 곧 한 아이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ㅡ 사서교사의 역할 대비 업무 성과는 잘 드러날 수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

“사서교사 업무는 독서 그 자체와 비슷하다.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보통의 수업과는 다른 형태의 배움을 주는 일이다.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이용자인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한 권의 책을 이어주고, 그 책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을 때다. 

또 독서수업 후 함께 읽은 책을 아이들이 다시 찾아 읽는 모습을 볼 때나 평소 도서관을 잘 찾지 않던 학생의 방문 횟수가 증가하는 모습을 볼 때, 학부모들의 긍정적 피드백이 가장 큰 힘이 된다. 세종시 사서교사가 아직 20명 뿐이어서 교사연구회 활동을 가면, 모두 1인 다역을 맡고 있다. 지난 1년 간의 고민이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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