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선수 파악과 소통이 최우선, 지도 철학의 발현

한화이글스 첫 외국인 감독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본격적으로 팀 구상에 들어간다.

한화이글스는 2021시즌을 맞아 상당히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팀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스토브리그”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선수단은 오늘(2월 1일)부터 거제에서 1차 캠프를 시작한다.

역대급 최하위를 기록한 시즌이 마무리되자마자 줄곧 팀의 중심을 차지했던 많은 베테랑과의 이별을 선택했으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40대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처음으로 감독과 주요 코치진을 외국인으로 채우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외국인 세 장의 카드도 발 빠르게 채우며 2021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그 어느 구단보다 빠르게 말이다. 물론 이런 결정들이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나 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다른 구단에 비해 내년 시즌에 대한 준비를 빠르게 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부터 시작되는 동계훈련에 외국인 선수 세 명이 함께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감독과 주요 코치진들도 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직 입국도 하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2주의 자가격리 기간까지 포함하면 자칫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훈련 부족이 시즌 초반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발 빠르게 “스토브리그”를 진두지휘한 정민철 단장은 이러한 위험 요소들을 최대한 줄이면서 2021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제는 새로운 감독으로 한화이글스의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시간이 왔다.

한화이글스의 첫 외국인 감독으로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 성장에 일가견이 있던 수베로 감독이 과연 한화이글스의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가 동계 전지 훈련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최우선 과제는 “선수 파악”과 “소통”

아무리 수베로 감독의 지도 역량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팀 내 많은 선수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주요 보직의 코치들도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지도자들이기 때문에 같은 처지라서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수베로 감독은 빠르게 선수들 파악을 해야만 한다. 

물론 프런트에서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많은 자료를 넘겨주었을 것이다. 입국에 앞서서 많은 자료를 분석하고 영상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수베로 감독이 얼마만큼 현재 이글스 선수들의 능력과 재능을 빠르게 잡아낼 수 있느냐가 전지 훈련 성과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지도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데이터도 중요하겠지만 근거리에서 그 선수의 장, 단점을 파악해서 감독에게 보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지도자들이 감독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마이너리그에서 젊은 선수들을 지도한 경력이 많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라는 낯선 곳이다. 수베로 감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수 파악”을 하는 과정에서 국내 지도자 뿐 아니라 선수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는 프런트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한화이글스의 차기 감독의 첫 번째 덕목으로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소통”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한화이글스의 성공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성공도 함께 이루어질 것이다.

과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지도 철학”은 무엇인가?

미지의 한국에서 프로팀의 감독이 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과연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젊은 유망주들을 육성했던 그가 어떤 “지도 철학”을 가지고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을 지도할 것인가가 굉장히 궁금해진다. 전지 훈련을 통해 그의 “지도 철학”이 조금씩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당장 많은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 한국 야구에 적응기가 필요하고 앞서 언급한 “선수 파악”도 해야 되기 때문에 자신의 “지도 철학”을 팀이나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펼쳐 보이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도 철학”을 팀이나 선수들에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한국형 야구의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질 때 과연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릴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베로 감독은 기아의 윌리엄스 감독이나 과거 롯데의 로이스터, SK의 힐만 감독의 사례를 많이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전임 외국인 감독들이 과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어떤 판단 근거로 그 어려움을 극복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오늘(2월 1일)부터 시작하는 동계 1차 캠프에 신인 선수들은 모두 제외됐다. 이는 감독이 프런트와 퓨처스와의 소통을 통해 신인 선수들의 프로 적응 환경과 성장에 필요한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바로 수베로 감독의 “지도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 판단된다.

수베로 감독의 성공은 한화이글스의 성공이다. 수베로 감독은 한국형 야구와 한화이글스의 야구 그리고 수베로 야구의 접점을 빠르게 찾는 것이 성공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2021시즌을 맞아 새롭게 부활할 한화이글스 선수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역대급 시즌을 보냈지만 새로운 시즌에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화이글스 선수들로 거듭나길 바라고 새 시즌을 맞이하는 훈련 과정에서 부상 없이 새로운 시즌에 대한 준비를 잘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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