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쉰 일곱 번째 이야기] '공존의 정의' 담아 '국민의 장관' 되시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습. 박 후보자 측 제공.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습. 박 후보자 측 제공.

그를 처음 만난 건 6년 전 국회 의원실이었다. 나는 막 국회를 출입하기 시작한 기자였고, 그는 야당 초선 의원이었다. 인사와 취재를 겸한 인터뷰를 하러 간 참이었다.

인터뷰 끝에 ‘18번’을 물었고, 그는 “부르라는 소리지요?”라며 한 곡조 뽑았다. 그가 부른 ‘빈 잔’은 몇 소절에 불과했지만, 내 귓가에는 남진의 그것보다 애잔하게 들렸다.

그의 ‘빈 잔’에는 ‘갈매기 조나단’과 ‘장애인 어머니’와 ‘대통령 노무현’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구성지다’ 보다는 ‘구슬프다’에 가까웠다. 처연했고, 쓸쓸했다. 회한과 한숨, 시련과 상처가 가락을 타고 와 박혔다.

첫 만남은 그렇게 강렬했다. 당시는 20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이었다. 이듬해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초선 땐 새끼 호랑이, 재선 땐 소문난 쌈닭으로 불렸다. 그래서 내 주변에는 그의 언행을 마뜩잖게 여기는 이들이 여럿이다.

그는 오늘(29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장관 임명장을 받는다. 부처에도 ‘급’이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니 법무부가 단연 최상급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정부 업무 평가에선 최하등급을 받았다.

법무부의 최대 핵심과제는 검찰개혁이고, 검찰개혁은 대한민국의 최대 핵심과제다. 검찰을 개혁하려면 ‘검찰’을 알아야 한다. 호랑이나 쌈닭 기질로는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 손에 피만 묻힐 뿐이다. 성정을 누그러뜨려야 과제도 풀고, 더 높은 곳도 바라볼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처럼, 그의 빈 잔도 새로워야 한다. 그 안에는 ‘선택적 정의’가 아닌, ‘공존의 정의’를 담아야 한다. ‘본디 그런 검사’가 아닌, 검찰 조직에 소통의 문화를 채워야 한다.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라 국민의 장관이어야 한다.

야당 의원이 그의 인사청문회에서 한 마지막 질의로 당부와 축하를 대신한다.

“그동안 박 후보자가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말이 앞서고, 버럭버럭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오늘은 잘 참고 있다. 오늘 하루만 그런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장관에 임명되고 난 이후에도 그런 모습을 가져가는 것이 국무위원으로서 대한민국 품격을 지키는 것 아니겠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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