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① 개발 논리에 머문 세종시 건설
기후·환경 정책 후순위, 유보의 관점 제안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 한 해 개인의 일상을 붕괴시킨 동시에 인류 공동운명에 대한 감각을 일깨웠다. 효율적인 감염 차단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고, 이는 지방분권시대의 가능성을 엿보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코로나 1년, 백신 접종을 앞둔 지금. 바이러스로 촉발된 기후위기와 돌봄 노동, 공교육의 역할과 지역정치, 민주주의 위기론에 대한 백신 준비는 잘 되고 있을까? ‘코로나 1년,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을 주제로 앞으로 지방정부가 의제화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기후위기’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1순위 의제가 됐다. 인간의 탐욕과 자본주의 개발 논리는 지구온난화를 앞당겼고, 서식지를 파괴당한 동물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면서 생존의 문제가 대두됐다. 

정부도 지난해 말 ‘탄소중립 2050’ 선언에 나섰다. 전국 지자체 차원에서도 올해 최우선 정책 과제로 ‘기후위기 극복’을 꼽고 있다. 기후위기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경남도와 탄소감축인지예산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경기도,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나선 부산시가 대표적인 예다.

반면, 아직 건설 중인 세종시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주요업무계획 발표에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인 미세먼지와 관련된 공기질 개선 사업 정도만 내세우는 데 그쳤다. 세종형 뉴딜 계획 역시 기존 사업의 답습 수준에 머물렀다. 환경교육도시 선언이라는 새 의제를 내건 점은 주목할 만 하나, 아직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건설 초기 자주 언급됐던 ‘친환경 생태수도’ 슬로건도 빛바랜 논의가 됐다. 이용이나 활용, 편의 확대라는 측면에 묻혀 보존의 문제가 '개발 프레임' 안에서 논의되는 사례도 여전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종시는 지속가능한 행정수도로 발전할 수 있을까. 

지자체 차원의 기후위기 정책 부재와 ‘유보의 관점’에서 본 도시개발을 주제로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다음은 박 사무처장과 나눈 일문일답.

ㅡ 코로나 1년, 전 세계가 기후위기 극복을 1순위 과제로 꼽고 있다.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졌던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은 결국 개발로 인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야생생물 남획·포획 문제와 연결고리를 갖는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54일이라는 유례없는 긴 장마가 이어졌고, 홍수 피해도 컸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줄면서 탄소배출이 감소하는 유익한 현상도 있었고, 배달음식 등 소비습관 변화와 일회용품 사용, 마스크 폐기 문제 등을 체감하면서 삶의 방식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경각심도 갖게 됐다. 이제 지역 차원에서도 기후위기를 큰 문제로 인식하고, 선도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 됐다.”

ㅡ 유력 대선주자들과 단체장들이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의제를 내세우며 전 세계적 논의에 발맞춰 가고 있다. 다만, 세종시는 아직 건설되는 도시다보니 주요 의제 안에서 이 논의가 우선순위가 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자원순환 선도도시, 에너지 자립도시, 탄소중립도시 선언 등 각 지자체에서 이행 과제들을 선정해 내놓고 있다. 또 관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은 민간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세종시는 아직 거버넌스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비전과 방향성도 정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개발·성장하는 도시다보니 환경·생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고, 소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ㅡ 시민들은 ‘쓰레기 배출’ 문제를 가장 먼저 체감했다.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늘었는데, 세종에서는 이와 동시에 폐기물 처리장 건립 문제가 최근 이슈가 됐다.

“쓰레기 처리 시설이 400톤 규모로 조성된다고 하는데, 인구 대비 과한 규모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건립 문제와 동시에 논의돼야 할 것이 바로 쓰레기 배출 감량이나 재활용 활성화를 통한 소각 규모 감량 등의 노력이다. 폐기물 정책 우선순위가 감량, 재활용, 소각 순서인 만큼 앞선 1, 2단계 부분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ㅡ 친환경종합타운은 최초 전동면으로 입지가 선정됐으나 주민 반발로 무산되고, 현재 재공모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위치와 관련해 신·구도심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공모 선행 조건이 주변 3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과반수 동의다. 첫 공모에 선정됐던 전동면 부지 내 가구는 2가구뿐이었다. 기준 범위 내 주민 동의를 얻어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점 부터 다소 문제가 있다. 토론회, 설명회 등의 절차들이 정책 구상 단계부터 차근차근 이뤄졌어야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보니 오해와 불신이 커졌다고 본다.

통합시설로 간다면, 경계 부지에 짓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겠지만, 현재 공모 중이어서 주민들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밖에 해답이 없다. 유치 지역에 보상이 있긴 하나, 미미한 수준이다. 인센티브를 높이고, 플러스 알파 수준의 마을 발전 계획이 수립되지 않으면 지역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새벽 합강습지 모습. (사진=세종시 공식블로그)
새벽 합강습지 풍경. (사진=세종시 공식블로그)

ㅡ 세종에도 천혜의 자연자원이 존재한다. 개발 과정에서 이 자연자원이 어떻게 활용·보존되는지가 향후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 차원에서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다.

“세종시가 녹지율 52%라는 점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도시 한가운데 중앙공원이 있고, 합강습지와 금강, 미호천 등 천혜의 자연자원이 존재한다. 이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합강습지에 데크를 설치한다거나 중앙공원에 바비큐장을 만들겠다는 제안들이 나왔을 뿐이다. 최근에는 금강 자연성회복 선도사업을 논의한다는 미명 아래 하천의 복원, 연속성 확보 대신 대규모 주차장을 건설하는 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항간에는 보전이 필요한 지역에 중국 자본이 노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보존에 가치를 둬야 할 자연자원을 개발 대상지나 개발 유보지 수준으로 보는 인식에 대한 걱정이 많다. 법정 보호지역 지정 확대, 람사르 습지 지정 추진 등을 통해 시민들이 지속가능한 차원에서 생태문화 자원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개발을 유보하고, 미래 세대에게 남겨줘야 한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ㅡ 최근 정부 차원에서 세종보 철거를 결정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자연성 회복 선도사업 성과 등이 확인되면 그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 해체 문제는 자연성 회복, 하천의 연속성 확보 등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흐르는 물을 가로막는 횡단 구조물인 보가 목적을 다했거나 불필요하면 철거해서, 하천의 종적 연결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정부 결정이 있었지만, 차기, 차차기 정권에서 이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세종보 역시 시기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최근 환경부 장관 청문회에서도 세종보 만큼은 현 정부 임기 전 철거하자는 이야기에 공감대가 있었다. 금강만이라도 개별 연구용역을 통해 선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ㅡ 세종시는 미세먼지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대기질 차원에서도 최근 개장한 국립수목원, 앞으로 개장될 중앙공원 2단계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과거엔 세종시 대기정체일수가 연평균 20일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70일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신도심은 고층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대기 확산이 더 어렵다. 스마트도시, 첨단도시, 행정수도가 되더라도 미세먼지 때문에 숨쉬기 어려운 도시가 되면 무슨 소용인가. 미세먼지 취약지도도 만들고, 대기질 문제를 포함한 국토생태계획 수립도 필요하다.

중앙공원 2단계는 현재 기반공사를 시작했다.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고, 부동산 개발 이익과 연결되면서 건설이 늦어졌다. 세종시는 태생적으로 인공공원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도시다. 서울숲이나 외국 공원 사례들을 보면,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자기 동네 공원을 가꾼다. 주민들이 정원사 자격도 획득하고, 실습도 할 수 있다. 주민참여 공원관리제도를 도입하면, 예산도 절감되고, 지속가능한 관리 체계를 만드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오늘 17일부터 개장하는 국립세종수목원 전경. (사진=국립세종수목원)
올해 개장한 국립세종수목원 전경. (사진=국립세종수목원)

ㅡ 세종시가 기후위기 대응이나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도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공무원들은 우선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각의 사안들은 TF 형태의 민관협치기구를 구성해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 시민주권회의나 180여 개의 위원회가 구성돼있지만,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역시 수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애드보커시(Advocacy) 활동이 미흡했던 측면이 있다.

과거엔 환경보호 실천의 이유가 저마다 달랐지만, 이제 모두의 문제가 됐다. 매장 이용 시 시범적으로 환경세 도입도 제안한다. 시 차원에서 다회용기나 텀블러 사용을 장려해 포장제 플라스틱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일회용품이 더 위생적이라는 잘못된 인식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ㅡ 타 지자체에서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업 중 벤치마킹해 볼 만한 정책들이 있나.

“경기도 기초단체 사례처럼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보이면 좋겠다. 청사 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부서 실명제화해 배출하도록 하고, 배출량을 측정해 저감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또 아직도 공공기관 회의를 가면 일회용품을 쓰는데, 이를 강력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아이스팩 수거·재활용 사업도 시범 운영되긴 했지만, 아직 전면적으로 확산되진 않고 있다. 주민센터 등에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하는 일, 매장 내 비닐을 없애고 바구니 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일, 재활용이 가능한 대체 소재를 쓰거나 생산·제품 설계에서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업체가 늘어나게끔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차원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ㅡ 끝으로 시에서 추진 중인 사업 중 주목할 만하거나 관심이 필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소담동 싱싱장터 건물에 전국에서 11번째 업사이클센터가 들어선다. 약 100평 규모 공간에 체험이나 홍보, 교육 기능을 배치했는데, 규모가 너무 작다. 업사이클 수선 등과 관련된 디자이너 공방, 크리에이터 활동 공간, 작업장 겸 사무실 등 사회적 사업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팅 기능까지 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갖춘 민간위탁 기관이나 단체가 있을지도 아직은 염려스럽다.

도덕적 소비, 윤리적 소비, 가치 중시 소비, 착한 소비 차원의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런 소비 패턴 변화에 발맞춰 친환경 상품 생산·판매 등을 지원하고, 관련된 시장 개척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일에 대한 관심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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