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20일 공개하자 대전시 즉각 보도유예 요청
허태정 시장, 정세균 총리와 협의 후 21일 공식발표
정치권 “결국, 이낙연·정세균 경쟁구도가 원인” 분석

지난 20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허태정 대전시장과 면담과정에서 메모지에 적어 놓은 손글씨. 중기부 세종 이전에 따른 대책으로 기상청 외 대전으로 이전할 3개 기관명이 적혀 있다. / 국회=류재민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세종시 이전 대안으로 기상청과 3개 공공기관 대전 이전이 거론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다”는 전제로 기상청과 함께 대전으로 이전할 3개 기관인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임업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직접 거론했다. 

사실 이들 3개 기관 명칭은 전날(20일) 허태정 시장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 면담과정에서 이낙연 대표에 의해 먼저 공개된 바 있다. 이 대표는 3개 기관명을 친필로 적은 메모지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정세균 총리와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기상청 이전만으로 대전시민의 박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지역언론은 ‘기상청+α’에 주목해 왔다. 지난 20일 이낙연-허태정 면담현장 취재가 언론에게 중요했던 이유다. 

그러나 대전시가 즉각 지역 언론 등에 보도유예를 요청했다. 총리실 등과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관명이 공개되면 ‘기상청+α’를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전시는 ‘보도에 의한 공익’보다 ‘보도유예에 따른 공익’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고, 다수 언론이 이를 수용했다.     

이튿날(21일) 허태정 시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서면서 보도유예가 해소됐다. 이날 허 시장은 “어제(20일)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전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해 준 언론인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대전시 요청을 수용해 준 언론에 감사인사부터 건넸다. 

이어 대전시의 노력, 특히 정세균 총리의 배려와 노력을 강조했다. 허 시장은 “정세균 총리께서 대전에 대한 배려와 시민 감정이 어느 정도 중기부 이전에 따른 대책을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만들기 위해 특별한 노력과 배려를 해주셨고, 그래서 오늘 3개 기관 이전까지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허 시장은 정세균 총리와 직접 대화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허 시장은 “총리께서도 (3개기관 이전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씀을 주셨다”며 “또한 이것(기관 이전)은 중기부 이전에 따른 조치이지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서 대전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하셨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 시장은 정 총리의 노력과 배려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별히 신경쓰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기상청+α(플러스알파) 3개 기관 발표는 총리실이 추진했던 사안으로 총리의 승인 아래 이뤄졌어야 했는데, 이낙연 대표가 돌발적으로 공개를 하는 바람에 대전시와 허태정 시장 입장이 상당히 곤란했을 것”이라며 “확정 전 사안이 공개되면서 총리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었는데, 허 시장이 총리에게 상황을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이튿날 총리의 노력을 치켜세우는 방식으로 발표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인사는 또 “결국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의 보이지 않는 경쟁구도 속에서 대전시가 속을 태운 꼴”이라며 “해프닝으로 끝났기 망정이지, 총리가 속 좁은 사람이었다면 최악의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허태정 시장은 다른 한편으로 중기부 이전 논란을 여기에서 끝내겠다는 출구전략도 시도했다. 그는 ‘시민이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전으로선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현재의 조건에서 기상청 외 기관의 대전 이전은 단기간에 이뤄진 성과로 많은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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