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쉰 여섯번째 이야기] 다시 5년을 분열 속에 살순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청와대-백악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청와대, 백악관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미국의 통합에 영혼을 걸겠다”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둘로 갈라진 미국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바이든은 당선인 시절 “나를 위해 투표한 사람 못지않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4년 전 취임사에서 비슷한 약속을 했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다.” 과연 약속은 지켜졌나?

당시 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경쟁을 벌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대연정’을 제안했다. 안희정의 대연정은 원내 1당인 민주당과 2당인 새누리당의 연합을 뜻했다. 

당내 지지층은 분노했다. 친박(친 박근혜) 새누리당과 어떻게 ‘연합’할 수 있느냐는 이유였다. ‘선의’라는 항변은 씨알도 안 먹혔다. 최근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사면론’도 선의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안희정의 ‘대연정’처럼 이 대표의 ‘사면론’ 역시 욕만 먹었다.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 자리도 흔들리고 있다. 

안희정이나 이낙연이나 대한민국 정치의 큰 물줄기를 바꾸고 싶었을 게다. 그 물꼬를 대연정과 사면으로 풀어 ‘국민통합’에 이르겠다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다만 실권을 쥔 당내 강성 지지층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선의’는 아군끼리나 통하는 단어다. 

친박은 어떤가.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까지 오는 동안 끈질긴 생존력을 보여줬다. 암만 “친박은 이제 없다”고 해도, 친박은 여전히 건재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도 사면 대상이 될지 모른다”고 엄포를 놓았다.   

친문은 친박을, 친박은 친문을 척결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사면을 이야기하고, 통합을 이야기한들 귓등으로나 들을까. 내년 대선 이후에도 이 나라에서 ‘국민통합’이 요원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어쩌면 우리는 분열과 양극단의 정치를 보면서 다시 5년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는 정치 때문에 국민 입에선 한숨만 나온다.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요 모양 요 꼴인 정치는 누가 바꾸어야 하나. ‘통합’은 바다 건너 미국 이야기로만 들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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