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기간제 교사 A씨가 오랜만에 전화를 해 하소연한다. 아마도 답답한 심정을 호소할 마땅한 데가 없었나 보다.

“제가 평가 점수가 낮다고 내년에는 재임용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제가 가르치는 과목에서 과원이 되어 한 명이 나가야하는데, 기간제 교사 평가에서 제가 낮아서 탈락 대상이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선생님보다 점수가 낮은 것을 납득할 수 없겠더라구요. 주변의 동료 선생님들도 그렇게 말씀하시고요.”

A씨와 같은 기간제 교사들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나 과원이 되어서, 또는 휴직자의 조기 복직 등으로 그동안 정든 직장을 떠나야 한다. 그들이 매번 겪어야 하는 아픔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간제 교사는 초등학교에 9천24명, 중학교에 1만6889명, 고등학교에 2만2058명이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의 기간제 교사를 모두 더하면 4만7971명으로, 전체 교사(43만2263명)의 11.1%를 차지한다. 2016년 9.7%였던 기간제 교사 비율은 3년 동안에 1.4%포인트 늘어났다고 한다. 반면 같은 기간 정규직 교사는 38만6937명에서 38만4294명으로 2천643명 줄어들었다. 

지나치게 많은 교원자격증 소지자를 양산하고 있는 현행 교사 양성제도의 탓도 있겠지만,  정규직 교사 채용이 줄어들면서 더 많은 사범계열 졸업자들이 기간제 교사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의 사고로 인해 한시적으로 투입하는 경우와, 휴직 등과 같이 일정한 기간 동안 일하는 계약조건으로 채용돼 정규직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기간제 교사들은 학교에서 학생교육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정규직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동등한 대우를 해야 옳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고용불안정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차별 대우로 인해 눈물짓는 기간제 교사들이 많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기간제교사인 고 김초원 선생님은 자신의 책무를 다했음에도 당시 정부는 교육공무원이 아니라며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3년여가 지나서야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순직을 인정받았지만, 기간제 교사들의 가슴에는 멍울이 남았다. 당시 교육청은 정규교사에게는 수학여행 등 외부 교육활동의 사고에 대비해 상해보험, 생명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복지제도를 적용했지만, 기간제 교사들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는 죽어서까지도 차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탄이 나왔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에서 지난 2020년 2월 진행하여 기간제 교사 627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따르면 응답교사의 89.7%가 ‘차별을 당하거나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84.4%가 ‘그냥 감수한다’고 답했다. 한 마디로 대부분의 기간제 교사가 차별에 직면했었다는 것이고,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고용불안’(412명) 다음으로 ‘관리자의 성적 모욕과 희롱’이 무려 252명이라고 답해 충격을 준다. ‘긴 노동시간으로 힘들다’(240명)든가, ‘보람을 느낄 수 없다’(232명)거나, 강한 노동강도(221명)라고 응답한 경우보다 많다.

학교 관리자에 속하는 행정실장이나 부서의 부장과, 교감, 교장에 의한 성적 모욕과 희롱을 당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의 교권 보호를 위해 지도감독기관인 교육청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학교 내 최대 약자라고 볼 수 있는 기간제 교사들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근무했던 학교에서도 회식 자리에서 관리자에게 술을 따르게 하는 등의 작태가 존재했었는데, 이를 막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부끄럽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하는 교사들을 기간제라는 틀에 가두어 차별하는 것은 우리 교육에 바람직하지 않다. 임용고사에 합격했느냐 보다는 교사로서 자질과 사명감을 갖추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학교 현장에서 지켜본 기간제 교사들 가운데는 훌륭한 자질을 갖춘 교사들도 많았다. 

이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간 동안 학교에 근무하고, 자질이 뛰어난 기간제 교사들을 현행 임용고사와는 별도로 정규직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나아가 지나치게 많은 교원자격증 소지자를 양산하여 바늘구멍 들어가기처럼 엄청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지금의 교원양성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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