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육교사모임 “교사 60% 신고 망설여”
신고자 익명성 보장 무용지물…불이익 등 우려
교육계 “신고자 보호할 법률적 장치 마련해야”

자료사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교사 등 신고 의무자에 대한 보호 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대전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943건으로, 이 가운데 신고 의무자 신고 건수는 178건에 불과했다. 반면 비신고의무자의 신고는 765건에 달했다. 2018년에도 신고 의무자 건수는 315건으로, 비신고의무자 804건보다 크게 낮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신고 의무자가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사실상 보복이나 악성 민원 때문에 신고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중 가장 높은 신고 비율을 차지하는 교사들도 주저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전국 교사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318명)가 아동학대 사례로 의심할 만한 사례를 목격했으나 이들 중 19%(154명) 만이 신고했다고 답했다. 

신고를 망설인 적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약 60%(466명)로, 주된 이유는 △신고 후 아동의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 (33.8%) △학대 확신이 서지 않아서(32.5%) △가해 주양육자의 위협(14.1%) △신고 절차 불신(10.8%) △신고 이후 소송에 시달릴까 봐(8.7%) 순이었다. 

특히 교사들은 아동보호를 위해 가장 개선할 점으로 신고 뒤 학대 주양육자와의 분리(76.5%, 복수 응답)를 꼽은 데 이어, 신고자의 신변 보호(70.1%)와 소송에 대한 신고자 보호(55.8%) 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아동학대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신고자의 신원이 특정될 가능성이 커 이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31)는 "신고 이후 과정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며 "학대 가해 부모가 법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빠져나간다면 아동의 안전은 물론, 신고의무자인 교사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 전화로 부모 항의에 시달리거나, 폭언과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칙상 신고자의 신원은 알리지 않지만, 학교에서 신고가 들어온 사실이 알려지면 사실상 담임교사 등으로 신고자가 특정될 수밖에 없다. 많은 우려를 감수하고 신고를 했어도 정작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의 신변 보호를 위해 아동학대 의심 사례가 발견될 경우, 학교에 보고하는 대신 교사 개인적으로 경찰에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신고자의 신원이 노출될 경우 악성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신고의무자에게 '의무'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그만한 보호 시스템을 법률적 장치로 마련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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