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 무전(煎)
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 무전(煎)
  • 송선헌
  • 승인 2021.01.18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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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이룬 무시, 2021-01, 송선헌
짝을 이룬 무시, 2021-01, 송선헌

1. 무는
 무는 ‘무우’의 표준어, 내 고향 영동 황간(黃澗)에서는 ‘무수’나 ‘무시’라 불렀고, 가을걷이가 끝나면 마당에 땅을 파서 ‘地장고’를 만들어 짚으로 얼지 않게 덮고는 봄까지 무를 파먹었다.
 무는 겨울 산삼인 ‘동삼(冬蔘)’으로, 지중해 근처에서 태어나 실크로드로 중국을 거쳐 불교와 함께 삼국시대에 우리나라로 들어와 다시 일본까지 갔는데 조선무(만년필 촉 모양), 중국무(짧고 뭉툭), 일본무(길고 호리호리)가 있고 순무는 무와 관계없는 배추와 가깝다.
 무는 3개월이면 다 크고 수분함량 95.3%의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품으로 줄기와 잎의 무청은 말린 시래기로 배춧잎을 말린 우거지와 함께 겨울철 양식이 되고,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소화제(디아스타아제)로 단맛이 나며, 무의 시니그린이 종일 수고한 기관지를 보호하고 무에는 비타민도 많아 생으로 먹어야 좋고 무씨를 물에 불려 싹을 틔운 ‘무싹’도 식용 그러나 무는 시원한 국물 내는데 일등공신으로 소고기 무국은 참으로 맛나고, 오징어 무국도 그립고, 생선조림에 간이 배어든 것도 좋고, 무지짐(무조림)도 일품의 맛이고, 누구에게나 어머니가 생각나게 하는 고등어무즙조림도 있고, 오뎅과 함께 육수에서 푹 익은 무는 동절기 거리의 별미, 치킨에는 기름기 맛을 줄여줄 치킨무, 구절판(九折板)의 밀전병 대용으로 쌈무가 나오기도 하고 메밀국수인 소바(蕎麦, そば)는 매운 무를 갈아 넣은 육수에 담가 먹고, 무채에 회를 올리는 일식집도 있고, 올해 처음 시도한 아내가 자랑하는 무김치인 석박지도 즐기는 찬이고, 설렁탕집 한밭식당의 깍두기는 메인보다 더 유명했었고, 동치미에도 무가 일조를 하고, 무를 한의학에서는 나복(蘿葍)이라 하며 나박김치의 ‘나박’과 같은 어원이며 김밥과 중국집의 기본 찬인 단무지는 일본무이며 그리고 무를 작고 얇게 썰어서 말린 무말랭이 무침은 꼬들꼬들함을 자랑한다.
 양성평등 시대엔 남자나 여자나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것이지?
그리고 무다리(大根足, 다이콘아시)란 비하 발언은 금지하며 본질과 다르게 바람 든 무처럼 실없이 살지 않고 최선을 다해 꼿꼿하게 살기!


2.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무 요리는
 단연코 무전(煎)이다.
명절이면 솥뚜껑을 거꾸로 걸고 들기름을 바르고 장작불을 붙이고 썬 무를 소금물에 삶은 후 묽은 밀가루 반죽을 묻히고 살짝 지져 내는 너, 혼이 나갔기 때문인지 제물(祭物)이라 그런지 밍밍한 그야말로 무맛인 것을 커서 알았는데
그 담백함이 내 깊은 DNA속에 들어가 있음도 발견했다.
없는 듯 튀지 않는 부침개로 그저 그런, 그런데... 그런데... 진하게 생각나는...
황간 우리 집에서는 무적, 충남에서는 무부침, 전북에서는 무부치개라고도...
 요즘 난 네가 그리우면 싱싱한 무생채무침으로 달래다가 어느 날 무를 들기름에 볶은 무나물볶음이 반찬으로 착하게 올라오면 고마워요 그리고 나는 무전이 더 좋은데 하고 싶지만, 속으로만... 쉬이!


3. 생 무
 고된 세상! 당신만의 소화제를 품고 사시는지요? 
나는 겨울이면 동면용으로 무를 냉장고에 저장하고 Vit. C처럼 찾는데 꼭, 날것, 생으로 먹어야 100점!, 그리고 난 무보다는 시골스런 무시가 좋고 정감이 더 간다.
 무시는 재주 많은 친구처럼 곳곳에 불려 다닌다.
무시는 Main을 시원하게 돕는 충실한 보조자다.
무시는 절대로 가볍게 무시(無視)해서는 안 된다.
무시는 무시(無時)로 생각이 난다.
무시는 밍밍하지만 질리지 않는 벗이다.
무시는 色도 맛도 희다.
무시는 무소식이 희소식 같다.
무시는 팔보다는 다리다.
무시는 시원한 해결사다.
무시는 최소한의 느낌만주고 사라진다.

무시는 수분을 잔득 머금은 물풍선이다.
무시는 無, Zero, 0, 空 등이 생각나게 한다.
무시는 단맛도 있지만 성질나면 매운 맛도 뿜는다.
무시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담백한 선비의 맛! 아닐까?


송선헌(宋瑄憲) 원장

▲송선헌(치과의사·의학박사, 시인) 약력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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