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지원 서비스 중단에 한파까지...지난해 17명 사망
“사회적 자립 위해 공공일자리, 임시주택 등 늘려야”
“단순 '노숙인' 대신 '홈리스', 가정·주거 위기에 처한 시민으로 봐야”

김밥을 받고 있는 노숙인. 사진 대전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겨울, 한뎃잠을 자는 노숙인들의 삶은 더 꽁꽁 얼어붙었다. 감염병 확산으로 무료급식과 지원 등이 줄었고, 노숙인 지원시설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야 입장이 가능한 탓에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컸다. 유례없는 감염병과 한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노숙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12일 사회선교센터 벧엘의집 등에 따르면 시설이나 쪽방촌에 지내다 사망한 대전지역 노숙인은 2019년 31명, 지난해 17명으로 파악됐다. 20여 년 동안 노숙인 봉사를 해 온 원용철 벧엘의집 목사는 "길거리에서 동사하거나, 고독사로 발견되는 분들 등 안타까운 죽음이 많다"며 "파악하지 못한 사례까지 합하면 더 많은 사회적 약자가 소외된 채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속 노숙인들을 구제할 안전망은 더 열악하다. 원 목사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정부는 노숙인의 상황과 시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료급식 중단, 생활 시설 제한 등 무책임한 방역지침을 내리기에 급급했다"며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특별방역지침을 내놓고, 감염병에 대비한 임시보호시설이나 격리시설을 마련해 생계를 보존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원 목사는 또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처해있는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대신, 방역의 핑계로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중단되는 현실은 서글프기만 하다"며 "사실상 노숙인은 사회적 고립이 심화돼 다른 사람들보다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은 적다"고 토로했다. 

무료급식 모습. 벧엘의 집 제공.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야 입장이 가능한 탓에 노숙인들의 겨울은 더 어렵기만 하다. 김의곤 대전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희망반올림지원센터) 소장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숙인분들이 지낼 곳이 없어 1인당 4~5만 원의 비용으로 여관방을 얻어드린다"며 "후원금에 한계가 있고, 또 음성을 받아 시설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유증상자가 나올 경우 격리 공간이 없어 고충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어 "갑자기 급식시설 중단 통보가 내려와 급하게 전투식량을 배부한 적도 있다"며 "대전에선 실내급식시설 5곳 중 노인급식소였던 2곳 만이 운영을 계속했는데, 방역 때문에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고 도시락 용기 비용도 만만치 않아 결국 60세 미만에는 급식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료급식시설 중단과 운영 축소 등으로 우여곡절도 많았다는 얘기다.

“사회적 자립 위해 공공일자리, 임시주택 등 늘려야”
“단순 '노숙인' 아니라, 가정·주거 위기에 처한 시민으로 봐야”

그렇다면 제대로 된 대책은 뭐가 있을까.

원 목사는 "복지적인 차원이 아니라 고용적 측면에서 공공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일시 주거 지원 등의 단순 복지만으로는 실질적 해결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여성 노숙인 전용시설 확충도 필요하다고 꼽았다. 대전지역 여성쉼터 '한나의집'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약 7~8년 동안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김 소장은 '시스템 개선'과 '주택'을 꼽았다. 그는 "대다수 노숙인 분들이 가는 쪽방은 임시 거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시설에 계속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언제나 공실이 있는 임시주택이 적재적소에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을 '노숙인' 대신 집과 가정이 없는 홈리스(Homeless)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 단순 노숙인이 아니라 주거 위기상황에 있는 여성과 장애인, 노인 등으로 보고 맞춤형 자립·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중고를 겪고 있는 노숙인들도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대전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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