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원 칼럼]

칼럼니스트 한기원

정상적이라면 해마다 이맘 때 쯤 되면 대체로 우리 지친 영혼은 새해와 더불어 회복기에 접어드는 시기였다.

‘새해벽두’라는 화두는 일상에 찌든 우리에게 온 대지에 품고 있는 차가우나 신선한 기운과 함께 분별력도 살뜰하게 챙겨주는 그런 직관의 요체로 수식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엄혹한 코로나 정국 속에서 민심은 영혼의 회복은 커녕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져 옆 사람에게 말도 쉽게 붙이기 어려운 형국이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이 와중에 제4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여야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여당은 전 국민 지급과 선별지급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전 국민 지급쪽에 무게가 실리는 반면 야당은 오는 4월 치러질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 지급이 사실상 유권자 매수행위에 해당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야의 셈법은 복잡하나 여론추이를 주시하며 아직 상대방의 의중을 타진하는 선으로 그저 자기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국민 70% 가까이가 전 국민 지급에 동의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태인데다 이미 두차례 선별지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밀어붙일 경우 추경예산의 국회통과는 불 보 듯 뻔한 양상이다.

여기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유권자 매수’라는 주장이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인데다 무턱대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속하기도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크게 줄 경우 여야 모두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기는 버거워 보인다.

이런 점에서 자영업자와 야당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추경안에 담기고 여야가 이를 심의과정에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고 합리적인 지급기준이 마련될 경우 장독을 깨지 않고 쥐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실존에 대해 늘 고민하는 것은 대부분 내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한 것들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여야가 비록 자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배려’ 와 ‘관용’에 무척 인색하다는 무력감을 느낀 지 참 오래 되었다. 이 문제는 정치가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이유 중의 하나로 국민의 눈칫밥을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그걸 모를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더욱 참담하다.
 
진영논리에 매몰돼 있는 그들로선 관용은 상대를 그저 포용하거나 용서하는 감정적인 태도가 아니라 역지사지의 이해로써 남의 입장을 존중하는 이성적 태도임을 간과하기 때문은 아닐까. 로마제국이 유럽세계를 무려 천년동안 지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관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올 들어서만도 공수처법, 사면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여야가 사사건건 극과 극으로 충돌하는 갈등의 중심에서 야기되는 모든 상처는 결코 우리 사회를 아름답지 못하게 만든다. 그 상극의 불화가 늘 도사리고 있는 한 국민의 피로도는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정치는 언제쯤 우리 영혼을 회복기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그게 안되면 시민의 힘으로 정치를, 세상을 더 많이 바꿔야 하지 않을까. 쥐를 보면 도망가는 고양이가 아니라 쥐만 잡는 고양이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에 있어 ‘누보 로망(nouvwau roman)’을 기대한다.

* 필자는 국회 입법보좌관, 언론인, 공기업 홍보실 등에서 근무했으며 민족문제연구소와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운영에도 참여한 바 있다. 2021년부터 디트뉴스를 통해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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