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정섭 지부장, 대전교사노조와 공동교섭단 구성 등 언급
“학생인권조례 제정·기후 위기 대응·교육개혁 위해 노력“

신정섭 제21대 전교조 대전지부장.

2013년 법 밖으로 내쫓겼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7년이 흐른 지난해 9월 제자리를 찾았다. 해직 교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중단됐던 단체교섭이 재가동됐다. 

변곡점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은 전교조. 2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우여곡절을 함께 한 신정섭 신임 전교조 대전지부장(52)은 "뒤늦게나마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했다"며 "7년 전으로 시곗바늘이 되돌려진 셈인데, 전교조 창립 당시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8년간의 대변인 활동을 마무리하고 새해 신임 대전지부장으로 첫발을 내딘 신정섭 교사를 만나 새해 전교조의 목표와 다짐을 들어봤다.

1998년 가입 후 노래패→정책실장→대변인 
대변인 8년 활동…2021년 대전지부장 ‘첫발’
 

Q. 전교조 가입과 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전교조가 합법화된 게 1999년 7월 1일인데, 저는 그 전 해인 98년에 자발적으로 전교조 대전지부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문성호 선생님이 지부장이셨는데, 정말 열렬히 환영해 주셨다. 믿기지 않겠지만, 처음엔 노래패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노래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교육을 바꾸려면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정책 일꾼으로 데뷔했다."

"그런데 이게 ‘잘못 꿴 첫 단추’였다. 2005년 지부 정책실장을 맡아 2년간 일했고, 그 이후에도 정책실에서 일하다가 2013년부터 8년 동안 대변인으로 일했다. 대변인직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부장에 출마했다." 

Q. 지부장 당선 후 대전교사노조 등과 연대 의사를 밝혔다. 구상·계획은?
"전교조 내 관점이 좀 다른 사람들이 교사노조연맹을 만들었다. 대전교사노조는 연맹의 지역 단위노조이고, 대전교육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대전교사노조와 전교조 대전지부 둘 다 현 교육감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는데, 작년 교원노조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서 공동교섭단을 꾸려야 한다. 생각이 좀 다른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 공통분모를 넓혀가면서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교육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조만간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제21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신정섭 대전지부장(52·사진 왼쪽)과 모은주 사무처장(49). 사진 전교조 대전지부 제공

Q. 7년 만에 전교조 합법화, 지난해 소회는?
"대법원이 지난해 9월 3일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전까지 2506일 동안 전교조는 힘든 세월을 보냈다. 전국적으로 34명이 해직되는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해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2016년 1월 해직됐던 지정배 전 대전지부장이 지난해 9월 다시 출근했고, 홍도동에서 빼앗겼던 노조 사무실은 둔산동에서 되찾았다. 중단됐던 단체교섭도 재개됐다. 7년 전으로 시곗바늘이 되돌려진 셈인데, 전교조 창립 당시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Q. 합법화 4개월, 무엇이 달라졌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비로소 교원노조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교육청이 전교조를 바라보는 인식도 다소 나아졌고, 지역의 시민사회노동 단체가 전교조에 거는 기대도 높아졌다고 본다. 법적 지위를 회복했다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딛고 새 출발을 하는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참교육 실현에 매진할 것이다. 학교 현장을 보다 민주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학생인권조례, 교육감이 발의하는 게 가장 바람직"
"사학에 관대한 대전교육청, 지도·감독 적극성 필요" 

Q. 학생인권조례가 전국 곳곳에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제주처럼 조례를 제정했지만, 핵심 내용이 대폭 수정돼 빛이 바랬다는 논란도 있었다. 건강한 대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방향을 제시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교육감이 조례를 발의하는 것이지만, 보수 성향의 현 교육감에게 그걸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난 2016년 4월 대전시의회가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으나, 극우 보수 세력들이 난동을 피워 무산되고 말았다. 보수 색채가 강한 대전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학생자치활동을 활성화해 청소년들이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와 힘을 합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Q. 대전스쿨미투대응공대위의 투쟁이 250일을 넘어섰다. 계속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사립학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스쿨미투는 대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립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에 걸쳐 지역의 사립 여학교에서 심각한 성폭력이 저질러졌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게 향후 예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시교육청은 유독 사학에 관대하다. 인사권과 징계권이 학교법인 이사장에게 있다는 이유로 교육감이 지도·감독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스쿨미투대응공동대책위의 핵심 요구 중 교육감 사과, 여학교부터라도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 마련 등은 못 받을 이유가 없다. 매번 사고가 터지고 나서 수습만 하려고 하지 말고, 사학의 공공성 회복과 비리 차단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신정섭 제21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

Q. 올해 단체교섭의 방향과 목표는?
"대전지부가 김신호 당시 교육감과 단체협약을 맺은 게 지난 2008년 7월이었다. 그 후 간헐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긴 했으나, 교육청의 무성의한 태도와 법외노조 국면 등으로 무단협 상태가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작년 9월 하순부터 단체교섭을 재가동해 ‘코로나19 대응 전담팀’ 구성, 학교업무 정상화, 교원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다. 교육감은 아예 관심조차 없고, 교육청 교섭위원들은 계속 ‘학교장 자율성 보장’ 운운하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 교육청이 계속 의무를 게을리할 경우 교섭의 당사자인 교육감을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청에 고소하거나,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Q. 21대 전교조 대전지부장으로서의 각오는?
"대변인직을 오래 수행하긴 했지만, 조직의 리더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능력이 부족한 까닭에 어깨가 무겁다. 「미스 함무라비」 드라마에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대사가 나온다. 혼자 앞서가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가야 전교조도 지속 가능하다고 믿는다. 우리 조합원 동지들을 믿고 열심히 달려 볼 생각이다."

"법외노조 세월이 길어지면서 전국적으로는 조합원 숫자가 감소했는데, 대전은 오히려 늘었다. 대전의 교사들이 관리자의 비상식적 갑질과 부당한 행정업무 강요, 교권침해 등으로 그만큼 힘들어한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고생하는 거 즐겁게 일하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우리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학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교육개혁을 위해 당장 무엇부터 실천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 집단의 지혜를 모으려고 한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