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절인연이 있음을 더 절실하게 알게 된다. 그것을 ‘유효기간’이라고 표현해본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음식, 물건들에 유통기한이 있듯이 사람과의 관계에도 그렇다. 이것은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만나는 그 순간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에게 충실해지는 방법이다. ‘정성을 다하라’는 의미는 비위를 맞추고 자신을 속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만남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의미로써의 ‘정성’이다.

누구나 겉으로는 상냥하고 친절할 수 있다. 때론 그렇지 않고 냉철하고 냉랭할 수 있다. 이것은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의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다. 사람관계에서의 유효기간을 흐르는 물로 비유하면 이미 흘러간 물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과 같다. 그저 적응하며 살아가고 과거에 연연하거나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 아주 작은 부분만 공유할 뿐이다. 그러나 때로는 많은 것을 공유했다고 믿어버린 것에서 오는 허탈감이 자신에게는 상실감과 절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경우를 타인은 생각지도 않는데 혼자만 그리워서 과거에 연연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과 같다. 결국 ‘자신과 같지 않음’에서 오는 절망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생활 속의 변화도 훨씬 더 개인화, 가족화로 달라지고 있다. 이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면 상처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 되고 만다.

연락을 하지 않았던 사람한테서 전화가 오거나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사람이 연락이 온다고 할지라도 이것은 개인의 필요성 때문이다. 사람관계는 필요에 의해서 만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 필요가 심리적 안정일수도, 물질적인 부분일수도 있다. 다양한 이유에서 보면 필요 없이 만나는 관계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왜냐하면 나쁘고 좋은 것의 문제가 아닌 삶의 연속선상에서 함께 공존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상처를 자주 받는 사람이거나 사람한테 큰 상처를 받았던 사람은 그 두려움과 공포는 그 어떤 걸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적어도 알고 있던, 그리고 자신과 친했던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미련 없이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자신을 보호해야 하고, 그럼에도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과 대면해서 좋은 에너지를 받도록 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의 포용력을 살피고 말을 해야 한다. ‘누울 자리를 보고 눕는다’는 표현과 같다.

우리는 사람관계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좋은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 알게 될 것이다. 무한한 에너지는 서로가 좋은 에너지였을 때는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상처와 관계에서의 유효기간은 피해갈 수 없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상처치유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디고 오래 걸리고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람관계에서의 유효기간은 두려워하지 마라. 과감히 떠나보낼 것은 떠나보내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백이 생기는 법이다.

또한 관계 안에서 꼭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저 '자신'이면 어떨까 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할이 얼마나 많은가? 본래의 ‘나’ 외에, 자녀로써의 역할, 부모로써의 역할, 사위 며느리로써의 역할, 사회인으로써, 다양한 리더로써의 역할 등이 있다. 우리는 꼭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냥 ‘나’이면 안 되는 것인가? 아니다. 그냥 ‘나’여도 좋다. 그냥 그 자체로서의 ‘나’여도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 많은가. 태어날 때 마냥 행복했던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만큼 존재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 그저 ‘자신’이 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관계 안에서 꼭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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