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처벌 대상 제외..노동계·진보정당 강력 비판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와 중대재해법 대전제정운동본부가 7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정의당 대전시당 제공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었다. 정의당과 산업재해 희생자 유족 등이 지난달 11일 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지 27일 만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처벌 수위가 낮아진 데 이어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실효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야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쟁점사안 중 하나였던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하한선을 폐지하는 등 주요 쟁점을 비껴가자 노동계가 "구멍 난 중대재해법"이라며 재논의를 촉구했다. 

사망 노동자 5명 중 1명은 ‘5인 미만 사업장’
“영세 사업장 처벌 제외는 국민 생명 차별하는 것”
민주노총 “누더기 중대재해법…온전히 법 제정해야”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와 중대재해법 대전제정운동본부도 비판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려한 말 잔치의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며 "국회 법사위는 지금까지의 합의를 폐기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온전한 법 제정을 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영세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25일째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인 남가현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전체 사업장의 80%가 5인 미만 사업장이고, 이곳에서 사망하는 노동자가 전체 사망의 20%를 차지한다"며 "영세 사업장을 제외한 것은 국민의 생명에 차별을 두겠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산재 사고 사망자 206명 중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42명으로, 전체 20.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5명 중 1명꼴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양벌규정에서 벌금형 하한선을 없애는 등 처벌 강도를 낮춘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앞서 과잉처벌 논란이 있는 형벌의 하한선을 삭제하고, 일정 수준의 상한선만 규정해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김율현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장은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고 기업과 재계의 이익을 선택했다"며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재계의 눈치를 보면서 소명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대전시당이 지난달 14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무실 앞에 설치한 천막 모습. 자료사진

문성호 대전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엄동설한에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해) 단식농성을 하는 이때, 제정신이 있는 정부라면 부정부패 등으로 구속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얘기를 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행태에 절대 굴복하거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대 재해 위험 사업장으로 꼽히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는 최근 4년 동안 39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지난해 11월 46세 노동자 양모 씨가 작업 도중 원통 기계에 끼어 입원 17일 만에 숨졌다. 

한화 대전공장에서도 2018년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데 이어, 사고 9개월 만에 유사한 폭발 사고로 또다시 20~30대 노동자 3명이 사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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