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부터 대전에서 ‘공정의 가치’가 새삼 대두되고 있다. 대전소방본부에서 이른바 ‘아빠찬스’ 승진의혹이 제기되면서 소방청이 즉각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지 않겠지만 이번 감사가 어물쩍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난다면, 소방행정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할 수 있기에 털 끝 만큼의 의혹도 남겨둬선 안 된다.

제기된 의혹은 간명하다. 대전소방본부가 지난 연말 승진심사에서 소방교 승진대상자 24명을 선발하면서 근무 연수가 3년 이상인 3명이 탈락했다. 대신 근무 연수 2년 안팎의 3명이 승진대상에 올랐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전·현직 소방간부의 자녀라는 점이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무단결근으로 소방당국이 헬기까지 동원에 수색에 나서는 등 소동까지 일으킨 전력이 있어 ‘아빠찬스 의혹’이 더욱 강하게 일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대전소방본부는 “근무경력 1년 이상이면 승진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해명을 했다. 승진심사위원회에 아빠찬스 의혹을 산 3명 직원의 친인척 등 이해당사자는 제외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대전소방본부의 이 같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밝혀진 취업과 승진 등 인사비리를 보면 늘 과정은 ‘절차대로’였고 외형 또한 반듯했던 적이 많았다. 우리사회에 보이지 않는 특혜가 만연해 있다 보니, 경쟁에서 밀린 탈락자들은 늘 공정성을 의심하곤 했다. 

대전소방본부 직장협의회는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아빠찬스는 물론이거니와 00파, △△파, □□파 등 후진적 인사제도로 인한 지금의 현실은 창피함을 넘어 개탄스러운 수준”이라고 내부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소방본부 해명이 매우 옹색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조직 내부 인사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각종 재난·재해와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소방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이 더욱 빛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기가 ‘아빠찬스 승진’과 같은 불미스런 일로 꺾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 올 수밖에 없다. 

감사란 것이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지만, 조금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철저하게 이뤄진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소방행정이 ‘공정의 가치’를 스스로 복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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