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능력·정책 검증보다 도덕성 등 ‘신상 털기’ 집중
야당 동의 없이 대통령 임명 가능 ‘개선’ 목소리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 후보자 페이스북.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 후보자 페이스북.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인사청문 제도의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청문회가 후보자의 업무능력이나 정책 검증보다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신상털기’식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특히 야당의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 제도적 보완 등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文, 박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국회 제출
오는 25일까지 청문 절차..野 동의 없어도 임명 

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오후 국회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청문요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때문에 국회는 오는 25일까지 청문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국회가 법정 시한을 넘기면 대통령은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고, 여기에도 응하지 않으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박범계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재산신고 누락과 부동산 헐값 매각, 측근 금품수수 방조 논란, 사법시험 고시생 폭언·폭행 의혹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野, 박 후보자 의혹 검증 '예고' 불구 제도적 한계
정책 검증 보다 도덕성 '공방', 개선책 마련 목소리

박병석 의장은 지난 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청문 제도의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며 “도덕성 검증은 미국처럼 비공개로 하되, 정책검증은 공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병석 의장실 제공.
박병석 의장은 지난 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청문 제도의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며 “도덕성 검증은 미국처럼 비공개로 하되, 정책검증은 공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병석 의장실 제공.

야당은 청문회에 앞서 박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놓고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의 임명이 가능해 청문 절차가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경우 현 정부 들어 야당동의 없는 27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이는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과도 비교된다. 

또 야당은 후보자에 제기된 도덕적 흠결을 과장해 정치 공세에 집중하고, 여당은 방어와 엄호로 일관하면서 청문 절차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증 영역 분리·국회 임명동의권 강화 등 대안 
박병석 "도덕성 검증 비공개, 정책 검증은 공개"
여야, 제도개선 TF구성 합의, 실효성은 '미지수'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개·비공개 검증 영역 분리, 국회 임명동의권 강화, 후보자 자료제출 의무 강화 등이 개선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해 11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박병석 의장은 지난 6일 화상으로 진행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청문 제도의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며 “도덕성 검증은 미국처럼 비공개로 하되, 정책검증은 공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인사청문 합의서가 여야 합의로 채택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의 도덕적 기준이 높아졌고, 후보 자격의 문제, 다른 하나는 야당의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성(검증)을 비공개로 한다고 해서 (검증을)느슨하게 하거나 묻어놓고 가겠다는 게 아니다. 비공개로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자료, 더 엄격하고 철저한 검증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인사청문 제도 개선 TF 구성에는 합의했지만,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과거 국회 때도 유사 기구를 운영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야가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세부 절차를 논의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극단의 청문회는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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