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지난 31일, 디트뉴스 편집국에서 조촐한 퇴임식이 열렸다. 33년 현역 기자로 일했던 대선배의 마지막 퇴근길에 후배들은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선배는 “이제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항상 대쪽 같았던 선배도 이날만큼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감사패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눈시울도 붉어졌다.  

후배들은 감사패에 이렇게 적었다. 

“평생 곁눈질 하지 않는 언론인으로 후배들에게 긍지를 심어주고 떠나는 선배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언론인으로서 공과를 떠나 후배들에게 감사패를 받고 기립박수를 받으며 언론계를 떠나는 선배가 얼마나 될까. 지역 언론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지만, 사실 진심어린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선배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더 양지바른 곳으로 떠나는 선배의 미래를 위해 박수를 친 적은 있지만, 그것은 언론인 선배에 대한 존경심이라기보다는 인간적 예우와 같은 것이었다. 

많은 선배들이 마지막 수인사도 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떠나기 일쑤였고, 떠나서도 후배들에게 짐을 지우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어떤 선배들은 ‘언론인 출신’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욕망의 길’만 걷다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언론인 김학용은 달랐다. 권위를 앞세워 후배들을 다그치는 일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편집위원과 편집국장을 거쳐 ‘주필’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칼럼을 쓰면서도 매번 까마득한 후배 부장에게 원고를 손보도록 했다. 아니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라면, 자식뻘 막내 기자에게도 묻기를 꺼리지 않았다. 

때로는 후배들과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배들이 보수적이고 진부한 논거라며 치받기도 했지만, 그는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온화하게 논쟁을 이끌어갔다. 항상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취재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사실에 접근해가는 ‘근성 있는 기자’의 선례도 남겨줬다. 

그는 1988년 언론인이 된 이후 2011년까지 <중도일보>에서 일했다. 1999년부터 연재한 ‘신 목민학’은 고전에 대한 해석을 곁들여 지방권력을 비판한 인기코너로 유명했다. 2011년 <디트뉴스>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특유의 날카로운 필체를 이어갔다. 

역대 충남지사와 대전시장 등 지방권력은 여·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늘 김학용의 비판대상이었다. 아마도 지방권력에게 가장 껄끄러운 언론인을 꼽으라면 김학용은 늘 순위권에 포함된 요주의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언론인 김학용은 <디트뉴스>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400편 넘는 칼럼을 남겼고, 대다수 칼럼이 <디트뉴스> 기사 중 가장 많이 읽힌 기사에 포함됐다. <디트뉴스>에게 김학용은 대선배이기도 했지만, 하나의 브랜드이기도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매우 큰 과제 하나를 남겼다. ‘기립박수 받으며 떠나는 선배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다. 고백하건데, 어떤 후배도 자신 있게 그 길을 따라 걷겠노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김학용의 빈자리’가 더 커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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