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코로나 총선, 민주당 압승’
후반기 ‘원구성 파행, 중기부 이전’

대전 정치권의 핵심 인사들. 중기부 이전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장철민(동구), 조승래(유성갑), 박범계(서구을) 국회의원, 허태정 대전시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상민(유성을), 박영순(대덕), 황운하(중구) 국회의원. 자료사진. 

올해 대전지역 정치권은 총선모드로 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정치신인들에겐 불운한 한 해였다. 모든 이슈가 코로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정치신인들의 얼굴 알리기나 정책제시까지도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물갈이는 없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금배지들은 모두 공천장을 확보했다. 본선에서 선거를 통해 낙마한 금배지는 미래통합당 소속 동구 이장우, 중구 이은권, 대덕구 정용기 전 의원 3명 뿐.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전원 당선으로 귀결됐다. 

이장우 전 의원에 승리한 장철민, 이은권 전 의원에 성공한 황운하, 정용기 전 의원에 승리한 박영순 의원 등 민주당 초선의원 3명이 새롭게 국회에 입성했다. <디트뉴스>가 총선 전에 영상 릴레이 인터뷰를 했던 18명 예비후보 중 현역의 벽을 뛰어 넘은 후보는 대전 원도심에 출마한 민주당 3인방뿐이었다. 

총선 방역마케팅, 그때 뿐

기대했던 정책대결보다는 코로나 방역마케팅이 전면에 부각된 선거였다. 각 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방역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코로나가 선거기간에만 불어 닥친 것도 아니었는데, 이들의 방역 퍼포먼스는 그 때 뿐이었다. 당선자가 됐든 낙선자가 됐든 방역퍼포먼스는 선거와 함께 종료됐다. 

총선 과정에서 현역들이 던진 포부는 일부 실현됐지만 상당부분 실종되기도 했다. 6선에 성공한 지역 정치권의 맏형 박병석 의원(서구갑)이 21대 국회 첫 국회의장 도전에 성공했다. 5선 도전에 성공한 이상민 의원(민주, 유성을)은 선거기간 “개헌 후 국무총리 도전”이라는 큰 약속을 했지만, 개헌논의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총선 기간 ‘큰 정치’를 이야기했던 박범계 의원의 대망론은 ‘충청 메가시티’에 머물러 있다. 다만 추미애 장관 사퇴로 막을 내리고 있는 ‘검찰개혁’ 바통을 박범계 의원이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인지가 2020년 끝자락, 지역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에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도 큰 힘을 발휘했다. 본 선거에서는 지고도 사전투표에서 압승해 선거결과를 뒤집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대전 원도심 민주당 초선3인방이 사전투표의 진가를 확인시켜줬다. 특히 대전 중구 황운하 의원은 미래통합당 이은권 후보에 2808표차 신승을 거뒀는데, 관외 사전투표에서 이 후보보다 3205표를 더 받은 것이 승리의 원천이 됐다. 

대전시의회, 민주당 집안싸움

총선 후 지역 정치권은 대전시의회 8대의회 후반기 원구성을 두고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자리다툼’ 앞에 약속을 저버리는 구태가 어김없이 재현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시의회 22석 중 21석을 차지하고서도 갈등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자초한 측면이 컸다. 우여곡절 끝에 ‘당내 합의’가 지켜지긴 했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당내 징계를 받았다. 

2020년 후반기 지역 정치권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세종시 이전’ 논란으로 무력함을 보여줬다. 지난 10월 초,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국정감사 피감기관장 입장에서 청사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에서도 지역 정치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기부가 행정안전부에 이전 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행정절차가 사실상 진행되고서야 ‘이전반대, 존치’ 주장을 펴는 뒷북 대응에 나선 것이 고작이었다.   

중기부는 떠나고 무력감만 남겼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이 과정에서 정부세종청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지만, 중앙정부는 전혀 머뭇거림 없이 공청회 등 행정절차를 진행했고 급기야 총리까지 나서 이전을 공식화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결사반대’를 외쳤던 지역 정치권의 입장이 머쓱해 졌다. 중기부 이전 공식화에 유감을 표명하며 ‘수도권 소재 청 단위 기관 대전유치’로 출구를 모색 중이지만, 현재로선 기상청 이전만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을 따름이다. 중기부는 떠나고 기상청이 빈자리를 대신하는 정도의 봉합이 예상된다. 다만 고질적으로 정부대전청사 사무공간 부족문제가 제기돼 온 만큼, 일부 신축방안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2020년은 대전 시민들에게 ‘몰표의 결과물’을 의심케 만든 한 해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시장과 구청장, 시·구의회 등 지방권력 전체를 민주당에 몰아줬고 2020년 총선을 통해 7개 지역구 의석 전체를 민주당에 몰아줬지만, 돌아온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역의 정치인들은 입신(立身)했지만 정치력은 그대로'라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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