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창호의 허튼소리] 국민 생명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

나창호 전 충남 부여부군수.
나창호 전 충남 부여부군수.

「나폴레옹이 병사들을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을 때 높은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저기를 넘어야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갖은 고생을 하며 그 봉우리에 올랐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주변을 살피더니 “잘못 올라왔다. 이 봉우리가 아니고 저쪽 봉우리다”라고 말했다. 병사들은 어이없게도 산을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야 했다. 다들 기진맥진했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어라∽ 여기가 아니고 아까 그 봉우리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모두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물론 이는 역사 속의 사실이 아니다. 지휘관이 오락가락하면 안 된다는 우스개다. 지휘관의 말이 명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극성이다.(물론 세계 각국도 마찬가지다.) 매일 핸드폰이 여러 번씩 울리며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알린다. 예전처럼 어쩌다 한 두 명이 아니라 매일 매일이고, 어느 때는 무더기로 발생했다고 한다.(전국적으로는 매일 1,000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방역대책을 하는 정부와 대통령의 말이 일관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지난 1월 우한 코로나가 국내에 처음 발생했을 때도 진원지 중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미덥지가 못했지만, 다행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필사적인 헌신으로 코로나를 이겨내는 듯 했다. 그런데 정부는 코로나 환자가 줄어들 때 고삐를 죄면서 종식시키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열린 방역이니 K방역이니 하며 국내·외에 자랑하기 바빴다. 또 코로나가 조기 종식될 것 같은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면서 경제를 살린다며 소비쿠폰(외식, 숙박, 공연, 영화 등등)을 뿌려댔다. 방역이 느슨해진 틈을 타고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 마스크 써라, 손 씻어라, 외출 자제해라, 단체 활동을 삼가라며 국민들을 옥죄었다. 그러다가 확진자가 다시 줄어들면 또 소비쿠폰을 뿌려대는 갈지자 행보를 했다. 

필자에게는 과학적이어야 할 방역이, 설마하며 어림짐작으로 추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여기에다 대통령도 ‘곧 종식’, ‘터널의 끝’ 같은 낙관적인 말로 사태를 악화시킨 면이 없지 않다. 대통령이 낙관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코로나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악화됐다. 신천지 발 코로나 확산, 서울 구로구 콜 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그랬고, 지난 12월 초의 “긴 터널 끝이 보인다”는 발언이 있은 후에는 사흘 만에 1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대통령은 급기야 2.12 SNS를 통해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다”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12.13에는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지금은 중대한 국면’, ‘코로나 유입 이래 최대 위기’, ‘절체절명의 시간’ 같은 발언까지 했다. 천금 같이 무거워야할 대통령의 말이 새털처럼 가벼워진 면이 없지 않다.

감염병은 백신이 나와야 극복할 수 있다. 치료제 보다 백신이 우선이다. 백신은 단기간 내에 모든 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고, 접종을 마친 사람은 항체가 생겨 코로나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곧바로 경제활동에 뛰어들 수 있다. 반면에 치료제는 환자에 국한해서 사용할 수 있고 완치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행이 미국, 영국 등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한 모양이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는 이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40여 국가도 연내에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이들 백신 구입이 여의치 않아 연내 접종은 고사하고 내년 초에도 접종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정부가 백신 구입을 등한이 한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이 입도선매로 백신을 쓸어간 다음에야 구입하려 나섰다니 국민 입장에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 정부가 염장이나 지르지 않으면 좋으련만,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2.23 정례 브리핑에서 “(먼저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1∽2개월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데 대해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니 어이가 없다. 좋게 보면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한 후에 국민들에게 맞히겠다는 충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말이라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아 부아가 치민다. 정부가 도입하는 것이 확실한(계약을 마친) 영국제 백신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직 임상 3상을 마치지 못했고 화이자나 모더나처럼 FDA의 긴급사용 승인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아직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이 백신을 내년 2∽3월경에 들여올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FDA의 승인이 없더라도 자체 승인을 거쳐 국민들에게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한쪽에서는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한 후에 맞히겠다며 접종을 서둘 일이 아니라 하고, 또 한쪽에서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백신을 접종하겠다니 의아스럽다. 행여라도 급한 마음에 국민들을 모르모트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들이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해주는 꼴이 돼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백신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과오를 변명을 통해 넘기려 하지 말고 국민들 앞에 진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끝까지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 끝내 오만을 부린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을 지도 모른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안전한 백신 구입에 최선을 다하고 이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국민들 생명보호 책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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