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쉰 두 번째 이야기] 반성과 성찰로 새해 맞아야

오늘도 여기저기서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다. 1년 내내 이랬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속수무책이었다. 희망적인 순간도 있었다. 우리 정부의 감염병 대응 절차와 기법에 전 세계가 놀랐다. ‘K-방역’은 극찬을 받았다.

딱 거기까지였다. 방역망은 수시로 뚫렸고, 신규 확진자는 급증했다. 병상은 동이 났고, 입원 대기자가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랐다. 의료체계는 사실상 무너졌고, 백신과 치료제 도입은 요원한 실정이다.

수도권은 3단계 조치보다 강력한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돌입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엇갈린 ‘단계 파괴’ 정책을 펴는 동안 정부를 향한 민심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와 함께 1년 내내 국민을 지치게 만든 건 또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역사를 쓴 ‘추·윤’ 갈등이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대립에 국민은 짜증과 진저리가 났다.

여야도 이들의 갈등을 정치적 쟁점으로 끌어다 놓고 허구한 날 치고받았다. 누가 이기고, 누가 져야 끝나는 전쟁처럼 극단의 정치로 치달았다.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것인데, 코로나 상황에서도 정치·사회 전반에 소모적 투쟁만 반복했다는 얘기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먹물깨나 먹고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의 어휘 속에서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와 따뜻한 충고, 그리고 상생의 소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묻는다. K-방역에 기대 백신 확보에 게을렀던 집단이 누구인가. 제때 코로나 예산을 확보할 생각은 않고 이제 와 ‘백신 대란’을 질타하는 집단은 누구인가. 지긋지긋한 추·윤 갈등으로 국민을 갈라놓고 침묵하고 있는 집단은 또 누구인가.

국민은 정쟁과 불통의 시대를 살면서 구태정치를 청산할 때가 왔음을 절감했을 것이다. 정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조차 정치의 본질을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 역시 명확해졌다. 정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고, 국회가 바뀌어도 과거와 달라졌음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금의 정치행태는 무관심을 넘어 혐오로 이어지면서 국민에게 폐만 끼치고 있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게 6개월 전이다. 내년 예산에 국가채무는 956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47.3%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빚을 내 ‘슈퍼예산’을 만들어놓은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얼마 따왔노라 자랑만 늘어놓는다.

내년을 예측해 본다.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차기 대선 결과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정부나 여야 모두 중요한 일전일 수밖에 없다. 후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돌입할 것이다.

보선 승리를 발판으로 정권 재창출이든 교체든 하고 싶다면, 정치부터 바뀌어야 한다. 국민을 진심으로 대하고 책임질 줄 아는 정치가 필요하다. 반성과 성찰 없이 내일과 미래를 떠드는 건 공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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