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사업 성과…내년 1조 4000억 규모 투자
반목과 갈등, 실종된 ‘의회 협치’는 과제

지난 22일 12월 정례브리핑을 통해 내녀 '청년의 해'를 선포하고 관련 사업구상을 설명하고 있는 김돈곤 청양군수.

충남 청양군의 2020년은 가능성을 인정받은 한 해였다. 인구 3만2000여 명의 작은 군 단위 행정기관이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모험적인 전략에 집중했고 그 결과는 각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청양군의 현실적인 조건만 따지면 암울하다. 1966년 10만5000여 명을 정점으로 인구는 꾸준히 감소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3만 명대에 접어들었다. 지금은 도내 최소 인구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충남도 중부 내륙 한 가운데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무색하게 차령산맥의 영향으로 산지가 많아 각종 국책사업이나 광역단위 개발계획에서 외면 받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청양군민 절반이 농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반강제적인 환경이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 민선7기는 변화의 도전장을 던졌다. 제42대 김돈곤 청양군수는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외부 공모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친다. 충남도 기획관-자치행정국장을 거친 행정의 노하우가 동력이 됐다.

공모 과정에서는 청양의 위기요인이 오히려 강점이 됐다. 정부의 노인복지나 농촌살리기 시범사업의 맞춤형 모델이었다. 이로 인해 내년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 총 1조 4171억 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군민 1인당 4400만 원 꼴이다. 

이중 공모사업이 87건으로 2339억 원, 주요 국비사업은 231건 3648억 원이며 이에 편승한 민자유치도 21건에 9194억 원이나 된다. 청양군의 행정과 전략은 소문을 탔다.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고령자복지주택 융복합 사업은 보건복지부 정책으로 전국에 확산될 예정이며 푸드 플랜과 주민자치 정책 역시 행정안전부와 전국 60여 시·군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지난 9월  지역 농민들의 판로 개척을 위한 출구 차원에서 문을 연 청양먹거리직매장 유성점은 정식 개장 3개월여 만에 매출 10억을 달성했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580여개 지방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1등급 기관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거뒀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김 군수는 내년을 ‘청양 청년의 해’로 선포했다. ‘낙후’와 ‘노후’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청년들이 정착하고 젊은이들이 찾는 곳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동안 성과로 보여준 만큼 이에 대한 군민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의회 잡음 ‘그림자’

1일 ‘청양의 미래를 만드는 주민모임’ 회원들이 청소년 재단 설립과 가족문화센터 부지변경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1일 ‘청양의 미래를 만드는 주민모임’ 회원들이 청소년 재단 설립과 가족문화센터 부지변경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행정의 성과와 달리 의회와의 관계에서는 취약한 1년이었다.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정치적 구설수가 이어졌다. 김돈곤호 집행부와 야당이 다수였던 8대 군의회는 초기부터 잡음이 계속됐다. 

직원들에게 격려차 전해준 초콜릿 등 김 군수가 취임 초기 선관위와 법원 등에 제기된 의혹에 해명해야 했던 사안만 4건이나 됐다. 이 배경에 상대 당과 일부 군의원이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지역정가에 파다했다.

이렇게 쌓여진 감정의 골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 지원금’이었다. 군의회는 10만 원씩 모든 군민에게 일괄지급할 것을 요구했지만 집행부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별지급하는 방안을 고수했다. 군의회가 일방적으로 조례를 발표하면서 김 군수는 “무책임한 의회”라고 질타했고, 당시 구기수 의장은 “불통하는 군수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이는 청소년재단 설립과 가족문화센터 부지변경 등 군정현안의 표류로 이어졌고 결국 주민들의 집단반발을 불렀다. 어렵게 두 사업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앙금은 남아있다. 군민들은 군정의 양 수레바퀴의 엇박자에 혀를 찼고 ‘1+1’이 2는커녕 1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 개탄했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건 집행부와 군의회 모두에게 던져진 숙제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청양은 유독 심했다. 적은 인구 탓에 소규모 감염에도 타지역에 비해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집단감염이 두 차례나 발생했다. 9월 발생한 김치공장발 사태가 일단락 되자 이달 초 고교생 일가족이 확진됐고 그 여파는 마을회관까지 번졌다.

현재 청양군 누적확진자는 50명으로, 인구대비 감염자 비율은 도내에서 가장 높다. 새해에도 코로나19 3차 팬데믹의 기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청양은 병에 취약한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32%를 넘는 인구구조를 갖고 있다. 청양군 방역당국이 더욱 고삐를 조여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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