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②] '주민참여' 민주주의 시정 원동력
갈등과 해소로 본 1년, 끊임없는 해법 찾기 연속

올해 2월 열린 시민감동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민감동특위는 시 대표 주민참여 기구인 시민주권회의 내 특별위원회를 말한다.
올해 2월 열린 시민감동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민감동특위는 시 대표 주민참여 기구인 시민주권회의 내에 구성된 특별위원회다.

올 한 해 세종시는 갈등과 해소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모양새를 갖춰왔다. 시는 내년 출범 10년차를 맞이한다. 

공공·편의시설 건립과 관계된 이해관계 충돌, 주민 갈등 문제는 신생도시가 겪어야 할 숙명이다. 복지 업무 위탁 문제나 기피 시설 입지 선정, 재정난 해소 방안을 둘러싼 행정과 시민사회 시각차도 제각각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민선 7기 핵심 시정 방향으로 ‘시민참여·시민주권’을 내걸었다. 주민 참여와 의견 표출은 갈등을 표면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민주주의 시정을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도시 건설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과 해소' 사례를 통해 지난 1년 간의 세종시정을 돌아본다. 

로컬푸드 입지 번복, 기관 유치 주민 갈등

올해 1월 이 시장이 첫 번째로 마주한 갈등은 로컬푸드 직매장 3호점 입지 문제다. 시가 재정 효율성, 상가 공실 활용 등을 이유로 이미 낙점했던 새롬동 입지를 인근 다정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상가주와 인근 주민들은 시와 세종시의회 등을 항의 방문해 원안 입지 유지를 촉구했다. 상가 공실과 상권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집객시설로 인식되는 직매장 건립까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반발은 점차 커졌다.

이 시장은 한 달도 안 지나 원안 선회 입장을 밝히며 갈등을 일단락했다. 시는 건립 시 많은 예산이 드는 주차타워를 제외하고, 2층 규모의 복합시설로 건립하는 안을 마련해 조정했다.

시가 과다 공급 상가 해소 차 입지로 고려했던 다정동 LH 단지 내 상가 활용 문제도 최근 해법을 찾았다. 시는 내년도 국비 36억 원을 확보한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세종사무소를 이곳 빈 상가에 유치할 계획이다.

세종시 다정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모습.
세종시 다정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모습.

비슷한 사례로는 올해 7월 한예종 영재교육원 세종캠퍼스 입지를 둘러싼 잡음이 꼽힌다. 급작스럽게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기관 유치를 추진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다정동 주민들은 영재교육원 발레실이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일부 공간을 활용해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반발했다. 

시는 층고가 높은 공간이 필요한 발레 특성을 고려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반면, 주민들은 기존 시설(클라이밍·스쿼시장)을 철거하고 들어서는 만큼, 주민 편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토론회 개최에 이어 주민들의 감사원 감사 청구로까지 이어진 이 사태는 결국 시가 원점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마무리됐다. 이후 최근 한솔동 주민자치회가 제1복컴 훈민관을 활용해 영재교육원 발레실 유치를 희망하면서 공간 확보 문제까지 매듭지었다.

한솔동 주민들은 지난 10월 시에 한예종 영재교육원 발레연습실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강당을 발레연습실로 리모델링하면서 노후 시설을 함께 보수하는 등 주민 편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화상경마장 유치 추진 '여론 뭇매'

시가 재정난 타계 방안으로 검토했던 시설 유치 사업이 시민사회 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시민주권회의 안건으로 논의된 화상경마장 유치 사업이 그 예다.

시는 기존 장외발매소 외에 승마장, 반려동물 테마공원, 안내견 훈련소 등 복합 테마 시설 형태의 화상경마장을 건립해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즉각 시민사회 반발에 부딪혔다.

시민사회는 화상경마장이 대표적인 사행 시설로 꼽히고, 도시 품격과 교육, 주민 생활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시대를 역행하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몇 년 간 충남 시·군에서도 유치를 추진하다 중단했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시는 5월, 유치를 공식 백지화했다.

올해는 시가 중점 추진해온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된 지역 청년층과의 갈등도 표면화됐다. 세종형 도시재생 사업은 그간 도시재생산업박람회 대통령상,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정부 모범 사례로 평가받아왔다. 

수 년 간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참여했던 지역 청년층은 갑작스럽게 사업에서 배제된 이후, 행정 편의주의식 도시재생, 지역 기득권 개입, 거버넌스 협치 의미 상실 등에 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 시가 공간 리모델링에 치중한 도시재생이 아닌 콘텐츠를 채우고, 일자리와 창업, 문화 진흥, 산업과 연결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수 백 억 대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고도 실제 주민 조직에는 어떤 효과나 이익도 남지 않는 사례, 중·단기 계획 없이 대규모 뉴딜 공모 사업이 추진되는 데 따른 우려 등도 세종형 도시재생의 방향을 되묻는 계기가 됐다.

갈등으로 무산된 친환경종합타운 ‘재공모’

세종시 전동면 소재 기존 생활폐기물 종합처리시설. 현재 일일 발생량 대비 처리 용량이 턱없이 부족해 추가 시설 건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세종시 전동면 소재 기존 생활폐기물 종합처리시설. 현재 일일 발생량 대비 처리 용량이 턱없이 부족해 추가 시설 건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민 간 갈등으로 한 차례 무산된 세종시 친환경종합타운 건립 사업은 올해 말 재공고 절차를 밟고 있다. 친환경종합타운은 1일 400톤 규모의 소각시설, 80톤 규모의 음식물자원화시설을 설치하는 폐기물처리종합시설이다.

시는 올해 2월 공개모집을 통해 전동면 심중리 지역을 입지로 선정했으나, 주민들의 신청 취소로 무산됐다.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부지 반경 300m 이내 동의자들이 철회 의사를 표시하면서다. 입지 선정이 늦어지면서 시가 당초 계획했던 2024년 완공도 불가능해졌다.

시는 지난달 읍·면·동 순회 설명회를 열고, 내년 2월 19일까지 재공고 접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주민편익시설 설립 예산과 지원기금 ‘2배 확대’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당초 120억 원 규모였던 수영장, 헬스장, 찜질방 등 주민편익시설 설치 예산은 240억 원으로, 주민지원기금도 5억에서 10억 원으로 확대된다.

시 하루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지난 2016년 96톤에서 올해 186톤으로 2배 증가했다. 외부 위탁 처리 비용만 한 해 90억 원에 달한다. 시가 쓰레기소각시설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친환경시설로의 인식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 낼지도 남은 과제다.

누리콜 장애인 콜택시 위탁 논쟁 '현재 진행 중'

누리콜 공공 이관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천막 농성 모습.
누리콜 공공 이관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천막 농성 모습.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누리콜 문제는 수 년 째 공공에 흡수되지 못한 채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사용자와의 갈등을 겪어왔다.

올해 세종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시 산하 공기업인 세종도시교통공사로의 업무 이관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상자가 교통약자이고, 그간 만족할만한 운영이 이뤄지지 않은 점, 공익성과 책임운영이 필요한 업무라는 점을 들어 공공위탁 방식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누리콜 이용 건수는 2017년 1만 4218건에서 지난해 기준 2만 8012건으로 3년 만에 약 2배 증가했다. 반면, 전국 8개 특·광역시 중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을 민간위탁하고 있는 곳은 세종과 울산 2곳뿐이다. 서울과 부산, 대구는 시설관리공단, 인천은 교통공사, 대전은 복지재단, 광주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공공운영을 맡겼다.

시는 공사를 포함해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 위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산하 공기업인 세종교통공사 측의 의지 없이는 일방적 이관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준식 세종시 시민감동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갈등 해소를 위한 가장 빠른 해법은 바로 투명 행정”이라며 “정책 구상 단계부터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느린 것 같아 보여도 결국 가장 빠른 길로 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시민 참여 통로는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회, 본청 단위의 시민주권회의라는 두 가지 틀이 있다”며 “올해 시정 참여 성과도 많았지만, 더 많은 일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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