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①] '적극 행정'과 '시행착오' 평가 엇갈려
소극적 재난 지원 ‘재정난 여파’ 발목

올해 2월 22일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직후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춘희 세종시장.
이춘희 세종시장이 올해 2월 22일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직후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올 한 해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세계적 대재앙 속에 지자체의 역할과 대응이 주목된 시기다. 또 정부가 큰 결단을 내리기 전, 틈을 메운 건 각 지자체별 특별 지원책이었다.

어느 지자체는 정부보다 빠르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정책 결정의 틈을 메웠고, 코로나 시대에 맞게 정책을 변형하거나 선제적 방역 지원에 나선 곳도 있었다. 코로나 시대 ‘작은 정부’ 역할을 한 각 지자체 대응은 전국적 벤치마킹 사례가 되기도, 시행착오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세종시 역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재정난으로 초기 적극적 재난 지원을 펼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경기 고양시와 동시에 도입한 세종시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는 올해 상반기 정부 적극행정 대상을 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시민들이 올 한 해 자신들의 터전에서 잘 보호받아왔는지, ‘코로나19 대응 행정’을 주제로 세종시정을 반추한다.

우왕좌왕한 상반기, 재정난 발목

코로나 발생 이후 상반기를 달군 이슈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는 경기도와 서울, 경남 등 지자체에서 시작된 재난기본소득 논의를 시작으로 곧 대세가 됐다. 

당초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자체별 재난지원금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다 지난 3월 말 입장을 바꿨다. 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에 30~50만 원씩 모두 11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4일 뒤 정부안이 나오면서 중복 지급과 재정난을 이유로 철회했다.

인근 대전, 충남, 경기, 경남 등 일부 지자체가 정부 지원과 별개로 자체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방향과 상반된 결정이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재정난이 큰 이유다. 

긴급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업종 종사자들의 반발도 뒤따랐다. 올해 4월 시가 발표한 다중이용업소 휴업보상금 지급 업종에서 학원업계와 법인택시 종사자들이 제외되면서다. 그 사이 당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세종시 학원 휴업율은 14.1%로 떨어졌고, 시는 이후 2차 휴업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두 업종 종사자들을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이 시기 시는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점포를 대상으로 점포 재개장 지원금을 지급하고, 지역 예술인 생계지원 사업 등을 실시했다. 시 공유재산을 사용 중인 소상공인 임차인을 대상으로 임대료의 50%를 지원하는 정책도 폈다. 임대료 인하 정책은 올해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중랑구을)이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1인당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33만 9336원으로 집계됐다.

세종시는 1인당 지급액이 25만 4333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적었다. 전국 지자체 중 1인당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가장 적게 지출했다는 의미다.

여민전 열풍과 신용보증재단 설립

세종시 새롬동 상권.
세종시 상가 밀집지역 모습. 

세종시 지역화폐 여민전 열풍도 올 한 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민전은 도입 3개월 차인 올해 5월 하루 만에 소진되는 기록을 세웠고, 6월에는 3시간 만에 동이 났다.

시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출시 이벤트로 내 건 10% 페이백 혜택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달 초 기준 여민전 앱 가입자는 10만 2000명, 판매액은 1500억 원을 돌파했다. 시는 향후 지역화폐 발행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수 년 째 위탁 방식으로 운영돼오던 신용보증재단 설립도 가속화됐다.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일환인 정부 경영안정자금과 보증 지원 사업 등에 수요자가 몰리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이 공주, 천안지점 등을 오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시는 2012년 출범 이후 충남신용보증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업무를 위탁해왔다. 지역 상권이 형성되고 소상공인 수가 늘어나면서 지점 설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시는 출연 자본금, 인건비 등 재정 문제로 이를 미뤄왔다.

하지만 시는 올해 코로나 사태 이후 보증재단 ‘지점 설치’에서 ‘재단 설립’으로 방향을 바꾸고, 내년 예산으로 국비 80억 원을 확보했다. 재단 설립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 올해 지역 소상공인들은 사업장이 세종에 위치했어도 사업주 주소가 타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현행 시 조례상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현금성 지원에서 배제된다는 문제가 발생한 까닭이다. 

이는 지난 10월 열린 세종시의회 임시회에 발의된 ‘세종특별자치시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발의자 상병헌 의원)’이 처리되면서 개선됐다. 조례안에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의 기준을 기존 ‘세종시에 주소와 사업장을 둔 자’에서 ‘세종시에 사업장을 둔 자’로 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집회·시위 천국, 지역 감염 취약 특성도

정부세종청사가 위치해 전국적 집회·시위가 빈번한 점은 지역 사회 감염 전파에 취약한 특성으로 꼽힌다.

시는 대규모 인원이 운집한 집회가 잇따라 개최되자 지난달 9일 100인 이상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8월 교회발 집단 감염이 이어지던 시기, 전국 개신교 단체가 청사 인근에서 대규모 행사를 강행하려다 시와 경찰의 설득 끝에 최종 집회 철회 신고를 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시는 올해 지역 대표 축제인 세종축제 개최를 취소했고, 국내 최대 규모 '대한민국 연극제'는 한 차례 잠정연기한 뒤 비대면 축소 형식으로 치렀다. 조치원 복숭아축제와 각종 행사도 전면 취소하는 등 지역사회 감염 전파 예방에 대응해왔다.

하반기 수도권발 2차 재확산이 시작되면서 일 평균 2000여 명이 이용하는 정부세종청사 통근 버스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렸다. 일 평균 56대의 출·퇴근 버스가 오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 감염 전파 우려가 부각된 것이다. 

당초 공무원 정착 유도 미흡, 특혜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청사 통근버스는 지난해 폐지될 계획이었으나 정주여건, 통근 지원 등을 이유로 미뤄져왔다. 행안부 청사관리본부는 올해 8월 세종시와 수도권을 오가는 정부세종청사 통근버스를 오는 2022년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자가격리 경험한 이 시장, 보건소 숨은 영웅들

올해 초 코로나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이춘희 시장(오른쪽)과 권근용 보건소장(왼쪽) 모습.
올해 초 코로나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이춘희 시장(오른쪽)과 권근용 보건소장(왼쪽) 모습.

이춘희 시장은 지난 8월 출입기자 확진 판정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경험했다. 국과장급 직원들까지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공직·언론 사회가 바짝 긴장했다. 다행이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이후 브리핑실 내 사회적 거리두기와 발표자의 마스크 착용까지, 감염 예방 절차가 강화되는 변화로 이어졌다.

이 시장은 올해 정례브리핑 외에 코로나 발생과 대처를 주제로 한 긴급 브리핑을 총 22회 실시했다. 2월 22일 지역에서 최초로 발생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대구를 방문한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3월 실내 운동시설 내 연쇄 감염, 4월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집단감염과 최근 서울 확진자가 다녀간 PC방 발 연쇄 감염까지 브리핑은 계속됐다.

시가 선제적으로 도입·운영한 코로나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는 지난달 열린 ‘2020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는 잠재적인 추가 감염을 예방하고, 대량 검사를 가능하게 한 세계적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보건소 직원들도 방역 최전선에서 진단과 예방 활동에 줄곧 힘써왔다. 요양병원 등 위험시설 출장검사를 비롯해 자각격리자 관리, 방역 물품관리, 행정 잡무, 민원 전화까지 처리하면서 업무 과중을 겪고 있다. 

시는 보건소 직원들의 피로도 문제, 늘어나는 검체 검사량을 감안해 치과 공보의를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14일부로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기존 의과 공보의에 이어 치과 공보의도 함께 선별검사를 하도록 하는 근무명령을 발령했다. 21일 기준 세종시 누적 확진자는 129명이다. 

박창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재난지원금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 차원에서도 지급이 됐는데, 세종에서 지급이 되지 않은 것은 국민 여론이나 수요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부합하지 않는 행정이었다”며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정보 제공은 시급히 이뤄졌으나, 시민들이 체감할만한 적극행정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책에 대한 견제나 비판이 이뤄져야 할 세종시의회에서도 시정에 대한 지적이나 대안이 나오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라며 “내년에는 코로나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에 초점을 맞춰 취약계층과 사각지대를 세심히 살피고, 지역경제 부분에서도 선제적인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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