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깜짝 활약한 젊은 불펜진 성장세 계속, 수베로 감독의 운영의 묘

한화이글스의 내년 시즌은 투수진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투수들의 활약이 중요한 데 선발진 뿐 아니라 불펜진들도 분발이 요구된다.
한화이글스의 내년 시즌은 투수진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투수들의 활약이 중요한 데 선발진 뿐 아니라 불펜진들도 분발이 요구된다.

한화이글스에게 2020시즌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역대급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불명예스럽게 시즌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외부 인사를 통해 한화이글스의 암흑기를 끝내기 위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레전드를 내세워 새로운 도약을 꿈꿨지만 이 또한 실패로 귀결됐다. 물론 2018시즌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었기에 분명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고 2020시즌을 치르면서 결국 한용덕 감독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레전드 지도자들과 베테랑 선수들은 미래를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

암흑기의 한화이글스가 2018시즌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가장 큰 전력상 우위를 점한 것은 “최강 불펜”이었다. 불펜진 운영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으면서 한용덕 특유의 불펜 야구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송은범, 안영명, 이태양, 장민재, 박상원, 정우람으로 이어진 불펜진은 “난공불락”이었다.

하지만 역대급 시즌을 보낸 2020시즌에도 여전히 마운드를 지켜준 2018시즌 최강 불펜 요원은 없었다. 송은범, 이태양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안영명과 장민재는 부진했으며 박상원과 정우람도 부침을 겪었다. 2년 만에 최강 불펜이 완벽하게 무너졌고 해체됐다.

최근 한화이글스의 선발진은 약했다. 아니 강했던 적이 언제인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부침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최강 불펜의 존재는 그만큼 강렬했고 전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강 불펜의 베터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여전히 선발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불펜진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한화이글스이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만들어낸 젊은 불펜진의 성장세 지속과 수베로 감독의 운영의 묘

무려 114경기를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 최원호 퓨처스 감독. 역대급 시즌을 보내면서 초보 감독대행은 팀에 큰 유산을 남겨주었다. 바로 젊은 투수들의 발굴과 성장이었다. 많은 투수를 1군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살려주었고 내년 시즌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불펜진 운영을 전략적으로 하면서 2018시즌에 버금가는 불펜진을 만들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박상원을 제외하고 불펜 등판 뿐 아니라 1군 마운드에 처음 오르거나 경험이 적었던 투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경험을 쌓는 좋은 시간을 보내게 했던 것이다. 

소위 말하는 불펜에서의 보직, 승리조, 추격조 등의 보직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경기 상황에 맞게, 상대 타자에 맞게, 데이터를 중심으로 각 투수들의 장, 단점을 파악해 탄력적으로 마운드에 오르게 하는 합리적인 운영을 통해 장점을 극대화한 게 성공적인 불펜 운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 불펜 요원들은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의 도약이 될 마운드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발에서 불펜 전환에 성공한 김진영. 김진영은 해외 유턴파로서 1라운드에 지명된 유망주였다. 하지만 선발로서의 체력 부족으로 인해 선발진에 안착하지 못하고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과감하게 불펜 전환을 결정했고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에서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주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무려 58경기에 나와서 54이닝을 소화하며 3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33의 아주 좋은 성적을 거뒀다. 데뷔 이후 3년 동안 13경기에서 4패만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놀랄만한 성장을 한 것이었다. 또한, 김진영은 불펜에서 선배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베테랑 정우람과 함께 불펜에서 김진영의 리더십도 기대해볼 필요가 있겠다.

또한, 이번 시즌 혜성같이 등장한 한 불펜 투수의 활약에 한화이글스 팬들은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바로 대졸 신인 강재민이었다. 시즌 시작 후 뒤늦은 6월에 1군 마운드에 오른 강재민은 추격조로 본인의 프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곤 12경기에서 무자책 경기를 이어가면서 본인의 존재감과 가치를 끌어올려 결국엔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강재민은 50경기에 등판해 49이닝을 소화하면서 1승 2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면서 신인왕 후보에도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홀드 10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고 49이닝에서 그가 잡은 탈삼진은 무려 57개에 이르렀다. 

특유의 강심장으로 타자들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승부를 펼친 것이 주효했고 차세대 마무리 투수로의 성장도 충분히 기대할 볼만 자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졸 선수로서 군 문제를 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이지만 이번 시즌 경험을 토대로 당장 내년 시즌에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필승 불펜으로서 난공불락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김종수와 윤대경. 이 두 선수의 이름은 한화이글스 팬들에게도 생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년 시즌 투수진 운영을 위해 이 두 선수의 이름을 빼놓을 수는 없게 되었다. 

김종수는 입단 8년 만에 그 이름을 알렸다. 부상으로 점철된 그의 프로 경력은 이대로 끊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종수는 포기하지 않았고 드디어 1군 레귤러 선수로 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종수는 내년 시즌이 중요하다. 2019시즌에 35경기에 출장하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2020시즌에는 무려 54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르며 본인의 역량을 과시했다면 내년 시즌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해서 필승 불펜 요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하기 때문이다.

50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5.94. 평균자책점이 많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박빙의 승부에서 아쉬운 실점이 많았던 것을 되짚어 보면 경험을 토대로 고비만 넘어갈 수 있다면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된다. 김종수는 140대 중반의 직구를 회복한 것이 가장 큰 성장의 열쇠가 되었다.

군입대 박상원 빈자리 대체 급선무...안영명 자리와 왼손 불펜진도 필요

김종수와 더불어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거친 윤대경. 프로 데뷔 8년 만에 1군 무대에 올랐고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야수에서 투수로, 방출에서 일본 독립리그 진출 그리고 한화로의 입단. 윤대경은 절실하게 야구를 했고 그 절실함은 한화 마운드에서 빛을 낼 수 있었다.

윤대경은 55경기에 출장하며 51이닝을 소화했고 5승 7홀드,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며 8년 만의 데뷔 시즌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윤대경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절실함이 만들어 낸 윤대경의 기회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무명의 1994년생, 2013년 입단 동기 김종수, 윤대경은 한화이글스 불펜의 핵심이 되었다.

김진영, 강재민, 김종수, 윤대경. 이 4인방은 모두 이번 시즌 실질적인 1군 불펜 데뷔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경기에 출장하면서 경험을 쌓았지만 그만큼 내년 시즌에 상대 타자들에게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이번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는 본인만의 노하우를 만들어야 하고 내년 시즌에 이번 시즌의 성장세를 보여줘야 한다. 한 시즌 반짝 활약한 선수들은 수없이 많았다. 불펜의 핵심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 이상의 꾸준함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내년 시즌이 중요한 이유이다.

한화이글스에게 숙제가 생겼다. 바로 박상원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하냐는 것이다. 박상원은 프로 데뷔 이후 지난 4년간 불펜에서 무려 210경기를 책임지며 불펜의 핵심 중의 핵심 자원이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는 군입대로 인해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앞서 언급한 4인방을 제외하고 박상원을 대체할 선수를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한화이글스이다.

만약 박상원을 대체할 자원을 발굴해내지 못하게 되면 한화이글스 불펜진의 과부하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보군은 있다. 동계 훈련을 통해 어떤 선수가 수베로 감독의 눈에 띄어 1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또한, KT로 이적한 안영명의 빈자리도 메워야 한다. 베테랑 안영명의 존재감은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도 감안해야 되기 때문에 장민재가 1순위가 되어줘야 한다. 정우람과 함께 불펜진을 이끌 경력 있는 고참 선수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 시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장민재가 안영명의 역할을 해주면서 후배들을 반드시 이끌어줘야만 젊은 불펜진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왼손 불펜진 보강이 이루어져야 한다. 박정진의 은퇴, 권혁의 이적 이후 한화이글스 불펜에 좌완 불펜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도 임준섭, 이현호, 송윤준, 황영국, 김기탁 등이 선을 보였지만 임팩트는 부족했다. 임준섭, 송윤준을 축으로 황영국, 김기탁, 이승관 등의 젊은 좌완 투수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한 시즌이 될 것이다. 

2021시즌을 맞아 새롭게 부활할 한화이글스 선수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역대급 시즌을 보냈지만 새로운 시즌에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화이글스 선수들로 거듭나길 바라고 새 시즌을 맞이하는 훈련 과정에서 부상 없이 새로운 시즌에 대한 준비를 잘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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