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쉰 한 번째 이야기] 지역주의 소환, 진영논리는 금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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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차기 대권 잠룡으로 떠올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수개월 간 대립과 갈등을 이어오면서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렇다 할 차기 대권 주자를 보유하지 못한 보수진영은 그를 ‘해결사’로 여기는 듯싶다. 

특히 충청 보수진영은 윤 총장 부친이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을 내세워 군불 때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 이들은 윤 총장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는 ‘지지세력 부재’에 지원군 역할을 하겠다는 열의까지 불태우고 있다. 

서울사람, 호남사람, 충청도 사람 ‘新 텃세’
호남 인구 넘어선 충청도, 이제 ‘캐스팅보트’ 아냐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총장 출신지 논란에 입장을 밝혔다. 정리하면 윤 총장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친 고향이 충남이니 ‘충청도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역대 대통령 가운데 호남 사람(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번 당선됐는데, 충청도 사람(김종필·이인제) 덕을 봤으니 호남이 충청에 빚을 갚을 때라고도 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한마디 했다. 그는 충청도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정치해야 충청 대망론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폈다. 

두 사람 모두 ‘4차 산업혁명’과 ‘메가시티(megacity)’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서울과 호남, 충청도란 ‘지역주의’를 소환한 셈이다. ‘신(新) 텃세’다. 대통령감이 특정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미 구태가 된 세상이기 때문이다. 

충청도 인구가 이미 호남 인구를 넘어섰다. 굳이 호남에 준 빚을 안 받아도 표(票)의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충청도는 이제 ‘캐스팅보트’가 아니다. ‘충청 대망론’ 역시 더는 신기루가 아니다. 충청도에서 태어나서 자랐다는 단순 논리로 대망론에 접근하는 건 고루한 방식이다. 

윤 총장이 ‘정치’나 ‘대권’을 언급한 적도 없다. 더구나 그는 2개월간 직무가 정지되긴 했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현직 검사다. 그런 인물을 충청대망론 후보로 물망에 올리는 것 자체가 대망론의 격을 떨어뜨린다. 

‘야권 주자’와 ‘충청 주자’ 성질 달라
충청의 저력 끄집어낼 정치력 담아야

‘충청 대망론’과 ‘윤석열 대망론’은 바로 보고 써야 한다. ‘윤석열 대망론’은 정치공학적이고, 야권에 특출난 인물이 없다 보니 나온 얘기다. ‘야권 주자’와 ‘충청 주자’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성질인 것이다.

그간 충청도는 여럿 인사가 대망론자로 거론됐지만, 뜻을 이룬 이는 없다. 그 과정에서 여러 정치적 환경과 사건이 있었지만, 지역민들은 여전히 충청 대망론을 여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여망에 부응하려면 ‘충청 대망론’이라는 말에 품격을 높여야 한다. 그 품격의 그릇에는 포용의 자세와 더불어 충청인의 저력을 끄집어내 결집하는 정치력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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