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내린 감나무, 2020-12, 송선헌
서리 내린 감나무, 2020-12, 송선헌

1. 감나무 
 감나무는 한자로 시수(枾樹)로 동아시아 온대 지방의 특산종이다. 
감나무는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벌레가 생기지 않고, 그늘을 주고, 오래 살고, 단풍이 아름답고, 낙엽은 거름에 좋고, 열매는 맛이 좋아 칠덕수(七德樹)다.
감나무는 추위에 강한 고욤나무(小枾)에 추위에 약하지만 과육이 큰 감나무를 접목한 윈-윈 합작품이다.
감나무 접붙이용 대목으로는 돌감나무도 있다. 
목재는 가구 그리고 골프채 Wood 등에 이용했었다. 
감나무는 재질이 고르고 단단한 편이라 가구나 소품을 만드는 데 국립민속박물관의 경기 먹감나무(烏枾木) 이층장은 아름답다.
감나무의 타닌은 시간이 지나면 나무속에 침착돼 검은 무늬를 남긴다. 
심재(心材) 속에 검은 무늬가 있는 먹감나무는 귀한 가구 재료로 아름답다. 
감나무 가지는 약해 함부로 올라가면 위험하다
충북 영동의 가로수는 감나무고, 감고을 아파트도 있다.
내 고교 시절엔 북방한계선이 강화, 강릉이었는데 지금은 설악까지 상승했다. 
창덕궁 낙선재(樂善齋) 후원의 감나무를 추운 함흥 귀주에서 자란 태종이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대전(大田) 위의 감들은 대부분 떫을 확률이 높다
감나무는 해거리(Biennial bearing)를 한다. 
감나무는 한가위를 상징하는 나무다. 
오성(이항복)과 한음(이덕형)에도 감나무 동화가 나온다.
경남 ‘의령 백곡리 감나무(천연기념물 제492호)’는 감을 맺지 못한다. 
‘하늘 아래 첫 감나무’라는 상주 소은리 530살 감나무는 매년 5,000여개의 감을 열어, 한 개에 1만원 꼴로 팔렸고 제일 오래된 접목나무이다.
지금은 도로로 수용된 고향 황간 시골집 담과 텃밭엔 감나무만 있어 가을이면 아버님과 감을 따서 접으로 팔았다.
감나무도 자식을 키우는데 보탬이 되었다.
큰 감 몇 개는 광 시렁에 올려놓아 홍시가 되면 할머니께 드렸다.
어릴 적 우물가 감나무는 그늘도 주었지만 낙엽이 우물에 떨어져 제거해야하는 일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2. 감(Persimmon)
 감은 조율시리(棗-대추, 栗-밤, 枾-감, 梨-배)의 시다.
감의 씨(Persimmon stone)는 6개로 6판서를 의미한다.
감이 귀한 북한에서도 차례 때 대나무에 곶감을 옆으로 꽂아 올린다. 
떪은 감은 우리의 것, 단감은 일본 특유의 품종으로 종자가 다르다.
감은 끝이 반으로 길게 갈라진 대나무 장대 가지에 넣고 돌려 꺾어서 땄다.
단감 마을 김해 진영의 10월엔 축제가 열린다.
감 100개를 한 접이라 한다.
끝이 뾰족하고 큰 대봉시(大峯柹)는 최고의 홍시(紅枾)다.
연시(軟枾), 연감은 물렁물렁한 감이다. 
홍시 디저트는 아주 달지도 않은 단맛이다.
감은 우리나라 왕실과 일상에서도 빠지지 않는 후식이었다. 
차례엔 백시(白枾) 또는 준시(蹲枾, 곶감과 달리 꼬챙이에 꿰지 않고 납작하게 눌러 말린 감)처럼 실과(實果) 그대로 올리기도 했다.
홍시 샤베트(Sherbet)보다 겨울 장독의 언 홍시가 난 더 그립다. 
홍시나 연시는 숙취에 좋다고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도 나왔다.
설탕 대신에 홍시를 넣은 빵을 전남 구례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홍시죽은 생소하다.
홍시를 넣은 홍시김치를 만들기도 한다.
곶감배추김치는 장성 ‘울산 김씨’ 종가의 내림 김치다
상촌에는 감을 이용한 음식, ‘감이야기’ 농가맛집이 있다.
지방마다 ‘감나무집’이라는 토속 식당이 있다.
곶감(乾枾)은 수정과의 주원료이며 곶감 양갱, 샐러드도 있다.
곶감으로 호두를 싸서 곶감쌈으로 먹는다. 
곶감도 좋지만 반건시(半乾柹)가 성질 급한 나에게는 어울린다.
나는 한가위 선물로 황간 곶감을 고마운 분들에게 전한다.
곶감의 하얀 분은 당분이 빠져나와 굳은 것이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벗긴 껍질도 분이 피면 맛이 좋다. 
감잎으로 차를 만들기도 한다.
감을 숙성하여 감식초도 만든다.
감의 쓴맛 ‘타닌(Tannin)’은 소화 과정을 늦추고 장의 수분을 흡수해 변비를 유발한다.
감의 떫은맛은 타닌이 입 속에서 단백질과 결합 수분을 흡수하여 혀와 입 안이 까칠까칠한 느낌으로 즉 떫은맛은 맛이 아닌 촉감이다.
덜 익은 땡감은 삭혀서 먹는다. 
감을 삭히는 방법은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넣고 이불을 덮어 2~3일 정도 두면 쓴 맛이 사라진다. 
꼭지 부위에 소주를 붓고 3일 정도 이불에 덮어 삭히는 방법도 있단다.
​땡감을 쌀독 안에 20일정도 넣어 놓거나 두꺼운 종이로 10일 정도 싸서 두면 단맛만 남는단다.
삭힌 감은 메뚜기볶음과 함께 옛날 가을 소풍의 필수품이었다. 
제주 ‘갈중이’, ‘갈옷’은 무명에 방부제 역할을 하는 땡감물을 들인 것이다.  
감 씨앗을 심으면 고욤나무가 난다. 
아주 단 ‘곶감의 쪽’을 날쌔게 먹는 것과 같아 또는 감을 쪼개어 붙이면 모를 정도라 등등에서 ‘감쪽같다’는 말이 나왔다. 
곶감은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상주시, 산청군, 함양군, 영동군, 덕산의 감이 유명하다. 
상주 곶감은 쌀, 누에와 함께 3白 중 하나다.
천신(薦新) 즉 왕실은 때에 나는 과일이나 곡식을 조상의 혼에게 올리는 데 8월에는 홍시를 10월에는 곶감을 생갑(牲匣, 제사에 사용하는 희생(犧牲)을 담는 작은 그릇)에 담아 올렸다. 
인조 때 북쪽의 후금(後金)에서 홍시를 요구해 해마다 3만개나 보냈다.
경종이 게장과 생감을 먹고 죽어 독살설이 된 것은 아마도 게에 의한 식중독이었을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 엘리스 일행이 방한(1905)했을 때 오찬의 식단에 홍시를 그대로 올린 메뉴판이 뉴욕공공도서관에 있다. 
까치밥은 순한 마음인데 지금은 농작물에 정전까지 민폐를 끼치는 까치다.
밀양에서는 씨 없는 감도 출하했다.  
요즘은 기계로 껍질을 깎아 곶감을 만든다.
조율시리? 조율이시? ‘감 놔라, 배 놔라’도 하지 말고, 못 먹는 감도 절대 찔러 보지 말자, 아프니깐.
짝퉁 너훈아의 원본이 부른 홍시는 노래가사가 좋다. 


3. 추억
 감나무는 어릴 적 나의 친구였다. 
외로운 나를 키운 건 감과 감나무 그늘이었다.
장마철에 떨어진 하얀 감꽃이 안타깝기도 했다.
늦가을이면 감나무 잎을 모아 불쏘시개로 사용했었다.
텃밭의 감나무 잎들은 다시 묻어 거름이 되게 했다.
가끔은 인분을 링거처럼 감나무에 뿌리기도 했다.
지금도 고향 친구는 곶감 농사를 짓고 있다.
어릴 적 많이 먹어 지금은 입맛만 보는 정도로 감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감을 깎아 대청마루에 걸면 단맛에 벌들이 모여 들었고 곶감이 되기도 전에 반건시를 하나씩 빼먹어서 ‘곶감 빼먹듯 한다’는 말을 나는 100% 체득했다. 
곶감이야 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사실 곶감보다도 더 흔한 것이 곶감을 만들기 위해 깎은 감 껍데기, 그것도 분이 피면 달콤한데 그 간식이 그리고 그 맛이 그립다.
상품이 아닌 감은 껍질을 벗기거나 또는 벗기지 않고 잘라 말리며 거기에도 하얗게 분이 피는 데 소쿠리의 그 감말랭이도 별미다.
여름에 감꽃목걸이를 만들어 준 딸, MJ와의 추억도 행복이다.


4. 감으로
 감 몇 개를 간당간당 달고 서리 맞은 감나무는 나처럼 말라깽이라 애잔하다.
감은 살면서 매일 최선을 다해 感잡으라고 달린다.
감은 옷을 만드는 재료로 한 감은 치마 한 벌을 뜰 수 있는 크기이기도 하다.
회산, 창원, 합포를 관향(貫鄕)으로 하는 감씨(甘氏)도 있다.
감은 가을이면 하늘에 달리는 주황의 선물이다.
감은 주렁주렁 다산(多産)처럼 수고한 결실이다.
감, 땡깜은 자신을 보호하여 자손을 번창하려는 본능이다.
감은 중간에 낀 자식처럼 자기들끼리 크는 것 같다.
감은 사실 뜨거운 태양을 머금은 Anthocyanin 그 자체다.
감은 흔하지만 나누어 주는 마음은 더욱 귀하다. 
감, 특히 대봉은 귀한 분에게 먼저 드리는 선물이다.
감, 올해 대봉을 명열형이 주셨는데 너무 감사하다. 
감, 곶감은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귀한 겨울 Vitamin이었다.
감, 분이 활짝 핀 곶감은 어려운 시절 포도당이었다. 
감은 향이 없지만 미각에 닿으면 혹하고 끌린다.
감쪽같다는 말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
감은 홍시가 되어 떨어져도 벌 등의 식량이 된다.
감을 여성들은 뒷일 걱정으로 먹기를 대부분 사양한다.
감은 중년의 내겐 추억과 향수를 살리는 원천이다.
감의 맛은 사실 쓴맛을 베이스로 하지만 달아 오묘(奧妙)하다.
감은 사실 고등어처럼 푸근한 서민 과일이다.
감나무가 치과 세월과 같이 주차장에 있었는데 작년에 태풍으로 쓰러졌다.
감은 우리처럼 청춘 때는 덜 익어 쓰지만 익으면 달달한 것을 보여준다.
감은 멋진 色과 풍부한 맛으로 인생을 매일 치열하게 살라 툭 던져준다.
감은 떫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살기 위해 단맛을 잠시 숨긴 것이라 생각하자.
감의 Metamorphosis 즉 땡감, 홍시, 연시, 단감, 곶감으로의 탈바꿈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일부분의 진실에 매몰되지 말라 말하는 것인데 들리는가? 
 또 배운다.


송선헌(宋瑄憲) 약력

송선헌 원장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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