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부에 맞서는 민주당 시장
‘중기부 이전 반대’ 결집효과 반영
‘코로나19 방역’ 빈번한 미디어 노출
다수 전문가 “어쨌든 ‘일하는 모습’ 평가”

허태정 대전시장 직무수행 지지도(청색)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적색) 그래프. 리얼미터 조사.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반면 민주당 소속인 허태정 대전시장 직무수행 지지도는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충청권 여론이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이른바 ‘추-윤 갈등’에 대해 집권여당에 비판적인 반면 이를 자치단체장 평가와 연결시키지 않는 모습이다. 

대전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과 관련해서도 지역 여론은 중기부 이전을 강행하려는 민주당 정부에 비판적인 반면, 이를 저지하려는 허태정 시장에게는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지역 숙원이었던 혁신도시 지정 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YTN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매주 실시하는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대전·충청권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7월 이후 올 하반기 30% 중반대를 오르내리다 12월 첫 주 들어 22.5%까지 급락했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 민주당 지지율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충청권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매월 첫 주 조사를 기준으로 7월 38.5%, 8월 34.2%, 9월 34.3%, 10월 44.2% 등으로 U자형 상승세를 보이다 11월 들어 35.5%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12월 22.5%까지 폭락했다.  

반면 허태정 대전시장에 대한 직무수행 지지도는 계속해서 U자형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중이다. 허 시장은 지난 6월 평가에서 44.7% 성적을 낸 뒤 7월 38.2%로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8월 38.9%, 9월 42.2%, 10월 42.5%, 11월 46.2%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당지지율 및 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지역 샘플이 작은 전국단위 정례조사는 특정시점 조사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만, 6개월 이상 결과를 축적해 여론추이를 살피는데 유용한 수단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주간이나 월간단위 조사결과를 연결해 곡선을 그리면 여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정치와 행정, 중앙과 지방 등을 구분해 평가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고, 시민들이 이를 직접 체감할 수 있기에 단체장에게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주당 지지율 급락과 관련 “부동산 문제나 윤석열 사태와 같은 성과도 없고 지지부진한 정치에 대한 실망의 표출”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권 교수는 “허태정 시장의 경우 중기부 이전 대응이나 충청권 메가시티 추진, 코로나 대응 등 일선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긍정적 반응으로 연결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충청권 민심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고향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최 교수는 “윤 총장의 부모님 고향이 충청이라는 점 때문에 출향인사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 민주당 지지율이 다른 지역보다 급락했을 것”이라며 “중기부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주당 정부에 대한 분노가 작용했을 것이고, 대전과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에서 서민층 상실감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태정 시장 직무수행 평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에 대해 최 교수는 “허 시장을 당과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며 “여기에 중기부 이전 문제를 두고 (민주당 정부에) 맞서는 모습, 혁신도시 지정에 대한 긍정적 평가, 트램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 등이 중첩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가는 또 다른 해석도 내놨다. 전국단위 여론조사업체 A이사는 “코로나19 비상상황에 자치단체장의 미디어 노출이 크게 늘어났다”며 “미디어노출 빈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방역 일선에서 고생하는 자치단체장을 박하게 평가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어쨌거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평가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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