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자녀 또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힘들어요.’ 하면 바로 채워주고, 또 ‘힘들어요.’ 하면 또 바로 채워주는 이러한 보호가 과연 그 당사자들의 삶에 있어서 효과적인가? 더 간단히 말해서 좋은 영양분인가? 아니면 좋지 않는 영양분인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스스로 힘듦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영역의 폭은 넓어진다. 이 또한 사람마다 긍정사고와 부정사고에서의 차이는 크다.

항상 열심히만 살아온 사람에게, 그리고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혼자 일궈내야 했던 사람에게는 그런 삶이 숨 막힌다는 생각도 없이,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삶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을 꼭 해야 한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시간 낭비를 하면 안 된다. 티끌모아 태산이다. 나 혼자만 희생하면 가족이 편하다. 땀 흘린 만큼의 정직은 없다. 등 자신만의 신념체계를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것이 돈이나 취업 등의 현실적인 문제라면?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할 때 힘든 현실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 도와주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희망을 가지고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면서 현재 머무르게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가? 그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동양상은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의 격차는 벌어지게 된다. 이것은 플라스틱 통 안에서 기름이 흘러 나오는 물을 바라보면서 그 물이 아름다운 것인지 역겨운 것인지를 내가 선택하여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50대 중반 남성의 삶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홀어머니와 부인, 네 명의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 밤낮으로 열심히 돈 버는 일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가족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삶의 책임으로만 살아왔다고 했다. 지금처럼 자신이 벌지 않으면 가족을 망치게 된다는 삶의 불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단 하루도 편하게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남성에겐 자신의 삶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렇게 애쓰며 살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 때 두 눈에서는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매순간 삶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꼭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가치가 있지 않아도 된다.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에도 펑펑 운다. 그동안 너무 익숙한 자신의 삶에 젖어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익숙해진 삶을 살아간다. 그 익숙해진 삶이 고단하더라도 그 삶을 고수하기도 한다. 어쩌면 익숙함에 속기도 하지만, 그 익숙함에 스스로 우월성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또한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새로운 방식보다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르게 일 처리가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익숙함에 속다보니 똑같은 상황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의 다른 성향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는다면 실수가 계속 반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익숙함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즉 내식대로 빨리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익숙함’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회피도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가정에 헌신적인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어리둥절해 한다. 즉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무방비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성’은 자기 삶의 관리 즉, 자기 관리 부분을 말한다. 자신을 위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정에 헌신한 것으로 자신의 삶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삶인가’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는가?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자신을 위해서 육체적, 정신적, 시간적, 경제적, 심리적 여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자신을 위해서 ‘쉼’이 필요하다. 삶을 사는 것은 그리 많은 책임을 갖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사니까 살아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