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환경, 대전에 불리하게 작용 
民충청권 지지율 급락, 여론지형 변화

더불어민주당 대전지역 주요 인사들이 지난 30일 천막농성 돌입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대전지역 이슈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세종시 이전’ 향배가 결정될 행정안전부 공청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전지역 정치권은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 시민단체 등이 지난 30일부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행안부는 공청회 개최를 확정하는 등 행정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행안부는 오는 17일 공청회 개최 뒤 관계부처 협의에 들어가고,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 뒤 이전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1개월여 뒤 중기부 세종 이전 계획이 확정될 수 있다는 의미.

코로나 위기감, 중기부 이슈 뒷전

이런 상황에서 여러 대내외 환경이 중기부 이전에 반대하는 대전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시키는 등 여론결집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역민의 관심이 중기부 이전과 같은 정치·사회 이슈보다는 ‘코로나 확산’ 등 안전문제에 쏠리면서 여론지형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두 번째’ 중기부 이전 반대 청원은 정치권의 동참호소에도 불구하고 청원시작 일주일이 흘렀지만 고작 2000명 참여(7일 오후 3시 현재)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달 5일 시작된 ‘첫 번째’ 국민청원은 마감기한인 1개월 동안 청원인원이 1만 4623명에 그쳐, 여론의 응집력을 전혀 나타내지 못했다. 일각에서 ‘대전지역 정치권과 언론 등 오피니언층만 관심을 갖는 문제 아니냐’는 자조가 흘러나올 정도. 

대전, 불리한 정치적 변수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실시한 개각의 내용도 대전이 중기부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인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이유로 이번 개각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종 명단에선 빠졌다. 

또한 행정절차 진행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행안부 장관에 전해철 의원이 임명된 것도 대전으로선 부담스런 대목이다. 허태정 대전시장 등은 진영 장관을 만나 ‘대전시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친문핵심인 전해철 의원을 압박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집권당 대표와 총리가 중기부 문제에 다른 시각을 드러낸 점이 ‘정치적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중기부 이전은 대전시민의 의견을 경청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정세균 총리는 “행정절차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정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두 사람이 집권당인 민주당 내부에서 잠재적 대선경쟁자로 손꼽히고 있지만 부처 이전에 대한 총리권한이 클 수밖에 없고, 이낙연 대표는 측근문제로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전의 중기부 이슈에 더 큰 관심을 두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전·충청 民지지율 급락, 냉소적 표현?

여론은 차갑게 반응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역민의 평가가 냉소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기부 이전 이슈와 일정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YTN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매주 실시하는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중기부 이전 이슈가 불거지지 않은 지난 9월 2주차(7∼11일), 대전·충청권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4.5%로 전국평균 지지율(33.4%)보다 높았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25.6%)을 크게 상회했다.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장관이 중기부 이전 의향을 밝히고 실제 행안부에 의향서를 제출한 시점부터 여론추이가 돌아섰다. 10월 2주차(12∼16일)에는 충청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0.8%대 29.1%로 지지율 격차를 크게 좁혔다. 이런 격차는 11월 2주차(9∼13일)에도 31.9%대 28.8%로 계속 유지됐다. 

민주당 대전시당 등이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 12월 첫주(11.30∼12.4)에는 오히려 지지율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이 22.5%에 그친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무려 33.9%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지지율 역전은 전국적 현상이긴 하지만 충청권 민심이 가장 심하게 요동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충청권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19.0%)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결과적으로 ‘중기부 이전’ 이슈로 대전지역 집권여당이 유탄을 맞는 역설적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이들의 더 큰 고민은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역 여권의 한 관계자는 “분명한 상황변화 없이 농성천막을 접을 수도 없고, 중기부 이전을 수용하는 대가로 다른 보상을 언급하는 것도 거래로 비쳐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현재로선 17일 공청회까지 최대한 여론을 결집하고 민심에 호소하는 길 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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