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마흔 아홉 번째 이야기] 중기부 이전 논란과 민주당의 뻔한 수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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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야 한다."

2015년 6월 2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누가 누구를 배신했고, 누가 누구를 심판하라는 소리인지 모르겠으나, 정작 국민의 심판을 받은 건 박 전 대통령 본인이었다. 이때부터 ‘배신의 정치’는 국민들에게 익숙한 말이 됐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을 때,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7개 지역구를 석권했을 때, 6선에 성공한 박병석 의원(서구갑)이 국회의장에 당선됐을 때, 대전시민들 마음은 한결같았을 것이다. ‘이제 대전이 홀대받는 일은 없겠구나.’ 과연 그럴까. 민주당은 시민들 기대에 부응해 믿음의 정치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는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이전 논란에 지역사회는 뜨거운데, 당은 미지근하고, 정부는 차갑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대전시민 의견을 무시하며 이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안심시켜놓고, 정세균 총리는 “행정절차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지난달 30일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중기부 이전에 반대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에 아랑곳없이 천막 농성 하루 만에 행정절차(공청회) 이행을 발표했다. 사실상 세종시 이전을 위한 수순인 셈.

지역구 의원들은 어떻게든 중기부 이전을 막겠다고 결의했지만, 시민들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다. ‘민주당 의원들이 나섰는데 감히 중기부가 이전할 수 있겠어’라는 사람보다 ‘어차피 갈 걸 갖고 쇼하고 있네’라고 보는 이가 많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청와대 게시판에 ‘평범한 시민’이 올린 중기부 이전 반대 청원은 ‘깡통 청원’으로 전락했다. 내일(5일)이 마감인데 공식 답변 기준(20만명)에 한참 모자란 1만 5천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청원글도 읽어보면 정말 '평범한 시민'이 올린 건지 의문스럽다. 

2주일 전 칼럼에서 “어쩌면 민주당은 지금 싸우는 ‘척’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썼다. 민주당이 수가 뻔히 보이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부디 다음 수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세종시와 합치자(메가시티)’는 아니기를 바란다.

중앙집권 체제에서 지역의 정치는 지방정부의 한계를 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곧 ‘책임정치’다. 정치력의 한계라고 치부한다면, 심판받아 바꿔야 마땅하고, 그 심판은 시민이 해야 한다.

시민들은 ‘뒷북 정치’, ‘페북 정치’나 하라고 몰표를 주고 배지를 달아준 게 아니다. 민주당이 그걸 안다면 ‘배신의 정치’를 경계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사례처럼, 배신의 정치는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누가 대전시민을 화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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