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대전 민주당, 정치역량 스스로 입증해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주요 인사들이 지난 30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중기부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행정안전부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세종시 이전을 위한 공청회를 내달 17일 개최한다고 공고했다. 공청회 개최는 매우 중요한 행정절차로, 이 관문을 넘으면 중기부 이전은 사실상 확정단계에 접어든다는 것이 관가의 지배적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정부세종청사 앞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자마자 행안부는 공청회 개최를 발표했다. 정부를 상대로 여당이 농성정치에 나선 것도 매우 이례적인 풍경이지만, 여당의 농성정치를 단 하루 만에 무색케 하는 정부발표도 의아스럽다.   

중기부 이전은 여러모로 지역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전시민의 눈으로 볼 때, 시장과 구청장, 시·구의회, 국회의원 등 선출직 거의 전부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몰아줬지만 민주당 정부는 대전에 있는 중기부를 빼내 세종시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시민들 마음속에 박탈감과 배신감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하다. 지방정부야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중앙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해도, 지역구 7개 의석 전석을 석권하고 국회의장까지 배출한 대전의 정치역량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지 모두들 의아해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박영선 장관 발언으로 중기부 이전 논란이 수면 위에 등장할 당시만 하더라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박 장관과 중기부만의 희망사항이라거나, 원론적 수준으로 이전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이후 중기부가 공식적으로 이전 의향서를 행안부에 접수하고서야 지역 정치권과 관변단체 등이 여기저기 현수막을 걸기 시작했다. 곧바로 지역 정치권은 ‘면담정치’를 이어갔다. 국회의장과 당대표, 장관, 국무총리 등을 만나 중기부 이전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줄을 이었다. 면담정치의 성과로 해석할 만한 희망적인 메시지도 나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1일 최고위원회 석상에서 “(중기부) 이전 여부는 대전시민 의견을 경청하면서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대전시민의 의견을 무시하며 이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하자, 박영순 대전시당위원장이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감사인사까지 건넸다. 

허태정 시장도 이튿날(1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아직 끝난 문제는 아니지만, 매우 의미 있고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 모든 것이 지역사회의 역량”이라고 의미부여를 할 정도였다. 

결과론이지만, 이낙연 대표 발언은 대전시민을 상대로 한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이낙연 대표 발언 후 보름도 되지 않아 허태정 시장은 정세균 총리로부터 “행정절차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상의 ‘중기부 이전 통보’를 받았다. 정부여당을 이끄는 당 대표와 총리 발언이 불과 보름 만에 극명하게 엇갈린 셈이다.

민주당 시당이 ‘천막당사’라는 박근혜식 퍼포먼스에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중기부가 이전의향을 밝히자 현수막을 걸고, 국무총리가 행정절차를 기정사실화하자 천막을 치는 뒷북정치로 중기부 이전 행정절차를 막지 못했다. 이제 공청회 개최까지 확정된 마당에 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역 정치권의 역량은 여기까지였다. 당 대표의 립서비스를 끌어낼 정도의 역량만 있을 뿐, 행정과 정책을 움직일 역량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박병석 6선 국회의장과 이상민 5선 박범계 3선 중진의원을 만들어 주고, 초·재선 조승래 황운하 박영순 장철민 4명 의원까지 지역구 7석 모두를 민주당에 몰아준 시민의 선택에 대해 시민들 스스로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젠 시민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그들 스스로 입증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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