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잇는 통행로 두고 수 년 째 입주민 마찰
공동 관리 요구 반대에 펜스 설치 검토까지

세종시 1-2생활권 범지기마을 두 아파트 단지 간 통행을 두고 갈등이 수 년째 지속되고 있다. A 단지 내 재활용시설에 설치된 경고문(왼쪽)과 B 단지 승강기에 붙은 안내문(오른쪽).
세종시 1-2생활권 범지기마을 두 아파트 단지 간 통행을 두고 갈등이 수 년째 지속되고 있다. A 단지 내 재활용시설에 설치된 경고문(왼쪽)과 B 단지 승강기에 붙은 안내문(오른쪽).

세종시 내 아파트 단지를 잇는 보행로 갈등이 격화되면서 담장 없는 도시 콘셉트에 빨간불이 켜졌다.

1일 시와 행복청 등에 따르면, 1-2생활권 범지기마을 두 단지 입주민 간 통행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상가와 학교, 편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인접 단지를 통과하는 보행로를 이용하면서 발생한 민원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A 단지는 B 단지와 인접한 쓰레기장 무단 사용 문제, 도로 손상, 야간 소음 등으로 수 년 째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입주자대표회의 간 공문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시작했으나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최근에는 제안된 중재안(보행로 청소·유지비 분담, 단지 내 공용시설 상호 이용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가 하면, 펜스 또는 출입문 설치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곳 아파트 입주민 A 씨는 “자연스럽게 이용해 온 길을 앞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안내를 최근 승강기 게시판을 보고 알게 됐다”며 “자녀들의 등하교와 주민들의 출퇴근, 인근 상가 이용까지 고려하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 단지 주민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민원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 년 째 여러 생활 민원이 있었고, 최근에 공식적으로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함께 사용하더라도 결국 관리와 운영의 문제는 별개이기 때문에 계속 민원이 치우치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행복청 “지구단위계획 상 담장 설치는 위법”

행복도시는 담장 없는 도시 콘셉트로 아파트 단지 간 보행 연결성에 중점을 둬 설계됐다. 개방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인접한 단지 내 중심 보행로와 상권, 생활 중심지와 연결돼 하나의 보행축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일부 단지에선 통행권과 재산권 두 가치가 상충하면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단지 내 통행로는 공공보행통로가 아닌 이상 사유재산에 해당되나, 현행 행복도시 지구단위계획 상 담장 등의 시설 설치는 위법이다.

행복청 도시정책과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상 담장과 울타리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공공보행도로 지정 여부나 사유지인 것을 떠나 공동주택은 커뮤니티 개방감 확보를 위해 이 지침을 두고 있고, 위법에 따른 조치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시 주택과 관계자는 “통행권, 사생활 문제로 여러 분쟁이 생기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시민의식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주민협의체에서 이런 갈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입주민이 원하는 선에서 중재나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개방형 공동주택 설계, 담장 허물기 등의 정책을 도입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집단 민원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아파트 단지 내에 공공보행통로를 지정해 외부인 이동이 가능하도록 개방했으나, 서초구, 광교신도시 등 일부 단지에선 안전 문제를 이유로 출입문과 펜스를 설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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