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의힘, 충청 민심 못 얻는 까닭
[칼럼] 국민의힘, 충청 민심 못 얻는 까닭
  • 류재민 기자
  • 승인 2020.11.20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톡톡: 마흔 일곱 번째 이야기] 지역 이슈와 야당 역할론

자료사진.
자료사진.

얼마 전 일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전시당 위원장을 비롯한 시당 관계자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지역 최대 이슈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대전 존치를 위해 국민의힘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대화가 오고갔다.

동석자 중 한 명이 열변을 토했다. 대여(對與) 투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묘안’도 제시했다. 중기부 이전 반대를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을 하거나,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중기부가 세종시로 이전했을 경우 대전이 받을 피해 사례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중기부가 세종으로 이전했을 경우 대전의 인구 유출은 어느 정도이며, 경제적 손실은 얼마로 예상되는지 수치를 제시해 실무적 논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래야 중기부가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했을 때 민주당에 책임론을 제기하고, 지역 민심에 “우리는 이만큼 노력했다”고 호소할 명분이 생긴다는 얘기였다.

마침 그날은 장 위원장이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 중기부 대전 존치를 위해 중앙당 차원의 협조를 구했다.

장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에게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중기부 이전을 막기 위해 발의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에 협조를 요청했다.

장 위원장과 조 의원은 지난 총선 대전 유성갑에서 경쟁했던 정적(政敵) 관계다. 여당 의원이 발의한 법률 통과를 위해 자당 원내대표에 협조를 구하는 건 흔치 않다. 한마디로 정치신인으로서 ‘새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전지역 여권은 어떻게든 중기부를 지역에 붙잡아두려고 국회도 가고, 여론전도 펴고, 법안도 발의했다.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은 제1 야당다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중기부 이전을 반대하는 1인 피켓 시위 정도에 머물러 있다. 장동혁 위원장만 백방으로 뛰며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국회 이전 이슈 역시 마찬가지다. 김병준 세종시당위원장은 중앙당을 향해 ‘파격적 대안’을 촉구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오히려 중앙당은 위헌성 논란과 비효율성을 내세워 국회 이전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대전과 세종에 국민의힘 원내 의석이 전무하다는 정치적 현실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중앙당 차원에서 국회 이전이든 중기부 이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 역시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 정치권마저 이것저것 재고 있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차기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여당이 주도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심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충청권에서 그런 기미가 안 보인다.

실례로 원외 충청권 4개 시·도당위원장은 지역 현안 대응을 위한 ‘협의체’는 만들었지만 지역 현안을 표면화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5석을 가진 충남 지역구 의원들과 단일대오를 갖추지도 못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회 이전은 단순한 지역의 현안과 과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세워놓고 움직이고 있다. 바꿔 말하면 야당의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중기부 이전 논란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입김을 불면 민주당은 중기부 이전을 막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가 ‘대체재’를 내놓으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중기부 이전을 허용할 공산이 높다. 어쩌면 민주당은 지금 싸우는 ‘척’만 하는 것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걸 국면 전환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중기부 이전이 백지화할 경우 민주당은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지만, 국민의힘은 ‘막아냈다’라는 성과로 삼을 수 있다. 중기부 이전이 현실화한다면 차기 지방선거 쟁점이 될 수 밖에 없다. 미리 대안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장 위원장이 식사 자리에서 나온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진 모른다. 다만 아무리 “힘없는 야당”이라고 하소연해야 지역 민심은 알아주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행동하지 않는 정치는 민심을 얻지 못하고, 권력을 넘어설 수도 없다.

충청권이 일치단결해 지역 현안의 로드맵과 대안을 만들어 중앙당에 지원을 건의해야 한다. 그래도 중앙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머리 띠라도 매고 나서는 과단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파격이고, 진정성이다. 축구경기도 그렇지만, 상대 골문에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