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당 거부권 무력화 법안 재개정 추진
국민의힘, 국회·국민 무시한 일방 독주 ‘반발’

왼쪽부터 박범계·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성일종·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왼쪽부터 박범계·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성일종·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 불발을 놓고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법 재개정에 나설 뜻을 비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민주당의 일방적 처사에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지난 18일 회의를 열어 예비후보 10명의 자질과 이력 등을 검증한 뒤 4명까지 대상자를 압축했다. 

후보추천위, 7명 추천위원 중 6명 동의 못얻어
최종 결정 못한 채 활동 ‘종료’..여야, 책임 공방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추천할 2명의 최종 후보를 정하지는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다. 현행 공수처법은 7명의 추천위원 가운데 6명 이상 동의를 얻도록 규정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가 활동을 종료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왔지만, 여야간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법안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견된 일, (국민의힘은)할 마음이 없는 거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라며 공수처법 재개정에 나설 것을 암시했다.  

같은 당 법사위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도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추천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했기 때문에 법 개정을 해서 추천이 가능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제도로 추천이 불가능하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 절차를 시작하는 것에 당내 공유가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다른 길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연내 공수처 출범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도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야당의 반대와 관련해선 “반대하는 걸 네 달 가까이 존중하고, 경청하고, 토론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예견된 일, 이제 결단의 시간”
김종민 “다른 길 없어..결정할 때 왔다”

김 의원은“이번에 추천위 운영을 보면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들이 정치적 중립성에서 다 문제없는 후보들”이라며 “심지어 국민의힘 추천 후보 중에도 민주당에서 동의해주는 후보가 있었다. 그럼에도 결정이 안 됐다. 이건 정상적 반대를 위한 것보다 아예 공수처 자체를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공수처라는 입법 결정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야당의 정상적인 비토권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다. 이 정도 존중해줬으면 됐고, 일단 국회 의석수에 따라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낙연 대표 역시 이날 법사위원들과 가진 긴급 간담회에서 “소수 의견을 존중하려고 했던 공수처법이 악용돼 공수처 가동 자체가 저지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번뿐만 아니라 이다음을 위해서라도 소수의견은 존중하되, 공수처 구성 가동이 오랫동안 표류하는 일은 막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합리적 개선을 법사위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일종 “野 비토권 있다고 했다가 뒤집어”
홍문표 “법 또 만든다면 일방독주..투쟁할 것”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수처법 재개정 추진을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맞서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충남 서산·태안)은 이날 비상대책 회의에서 공수처장 추천권을 언급하며 “야당에 비토권이 있어 여당 마음대로 안 된다고 했다가 (법개정을 하겠다고)뒤집었다”고 반발했다. 

성 위원은 “비례대표 정당 안 만들겠다고 했다 만든 정당. 보궐선거 후보 안 내겠다 약속했다가 선거 치르겠다는 정당이다. 선거 이길 수 있으면 약속, 공약 뒤집는 명수가 민주당”이라고 성토했다. 

같은 당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도 이날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정부가 원하는 사람이 (후보로)안됐다 해서 회의를 중단시키고, 법안을 새로 내겠다는 것 같은데, 이것이야말로 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홍 의원은 “일방적으로 법을 또 만들겠다면 이건 국회를 무시하고 독주로 가자는 건데, 이것만 정치가 아니라고 본다”며 “여당이 또 법안을 내게 되면 저희는 거기에 대응해 새롭게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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