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선 KTX, 가덕도 신공항...대전의 호남선 직선화는?

호남선 KTX는 전북 익산에서 갈라져 한 쪽은 여수로 향한다. 169km 전라선 KTX다. 이 노선은 고속철도가 운행되기는 하지만 기존 철로 위를 달리기 때문에 경부선이나 호남선KTX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다. 주민들은 ‘무늬만 고속철도’라며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민원을 들어주려면 4조7천억 원을 들여야 한다. BC(경제성)가 0.51밖에 안 나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는 얼마 전 호남에 내려가 이 사업을 국책사업에 포함시켜 진행하겠다고 했다.

4.7조짜리 전라선 직선화와 0.8조짜리  호남선 직선화

대전도 전라선과 같은 철도 민원을 가지고 있다. 호남선 서대전~논산 구간 직선화다. 호남선KTX가 대전 밖으로 벗어나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대전으로선 절실한 문제다. 사업비가 전라선의 5분의 1도 안 되는 8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고 BC가 0.95여서 나름의 경제성도 입증됐다. 그런데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언론은 “이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멈춰서 있다”며 당초 지난 9월 나올 예정이 발표가 지체되며 해를 넘길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달빛내륙철도를 함께 추진 중인 광주와 대구도 요즘 한껏 부풀어 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건설 국회토론회’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용섭 광주시장은 물론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등 영호남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사업비가 4조원 넘게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지만 언론들은 건설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이 현실화되면서 고무돼 있다. 확정되면 최대 10조 원짜리 선물이 굴러 들어오는 사업이다. 

서대전~논산 직선화야말로 빨리 해야 할 사업이다. 사업비가 적게 들 뿐 아니라 경제성도 가장 좋다. 무엇보다 호남선의 대전 이탈로 단절된 대전-호남을 다시 이을 수 있는 사업이다. 대구-광주의 연결이 중요하다면 대전-광주 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르다. 달빛철도는 도시 모두가 원하고 있는 반면, 서대전역 직선화는 대전만의 민원 사항이다. 가급적 서울과의 직통을 원하는 광주는 서대전역 살리기가 호남에 피해를 줄 거라고 걱정하는 것 같다.

2015년 권선택 대전시장이 윤장현 광주시장을 만나 두 도시 간 연결 문제를 제안하자 광주시장은 공동 노력을 약속하면서도 “신설 호남선의 기능을 약화시키지 않는 전제 하에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강조점은 노력보다 그 ‘조건’에 있었다. 광주의 잘못된 걱정이지만, 현재로선 호남선 문제에 관한 한 두 도시의 이해가 다른 상태다. 호남을 오가는 대전시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대전에 호남 출신이 50만은 된다고 하니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누가 호남을 설득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나서는 정치인이 없다. 지금처럼 ‘호남정권’ 하에선 여당 정치인들이 먼저 나서야 맞다. 대전시장과 여당 국회의원들이 우선적인 책임이지만 이들은 이 문제에 오히려 소극적이다. ‘주인’ 눈 밖에 날까 걱정하는 것 같다. 호남정권 눈치 보기다. 

정치와 힘의 논리로만 벌이는 공사판

영호남 지역은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는 사업들도 들썩들썩 하는데 대전은 경제성이 충분한 사업도 낮잠을 자고 있다. 힘있는 동네들만 ‘으쌰으쌰’ 하고 힘없는 동네는 구경만 하는 처지다. 오직 정치 논리와 힘의 논리로만 공사판이 벌어지고 엎어진다. 이런 현상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정치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더 노골화되고 있다. 내편에겐 경제성도 타당성도 따지지 않고 퍼주면서 내편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정부가 아무리 빚을 내더라도 나라에서 쓸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다. 힘 센 지역이 다 가져가면 다른 지역엔 못 주거나 적게 줄 수밖에 없다. 가덕도에 10조를 쓰고 전라선에 4조를 조달하기 위해선 서대전역 직선화 같은 사업 20개를 포기해야 한다. 예타면제사업 이후 정부가 돈을 펑펑 써대는 데도 서대전역 직선화가 자꾸 늦어지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자치단체장은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가덕도가 신공항으로 확정된다면 부산시민에겐 6년 전 시장직을 걸고 싸웠던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이 반은 되는 셈이다. 그가 그 때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밀양에 공항을 빼앗기고 말았을 수도 있다. 그의 직을 건 투쟁이 가덕도로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입장에서 문제가 있지만 한 지역의 자치단체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고 때론 마땅한 일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탈(脫)대전은 국책사업은 아니지만 문제의 성격은 비슷하다. 중기부 이전을 막기 위해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쪽 저쪽에 설명하고 건의하러 다닌다. 투쟁 의지가 약하면 호소와 간청밖에 안 된다. 이미 논란이 되어 있는 문제를 빌어서 해결한 경우는 못 봤다. 중기부 이전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시민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서대전역 직선화 문제도 이젠 ‘요구’해서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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