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발언·연구 결과 판박이, 연구 수행 공정성 논란
지방의회 정책연구개발 첫 시행, 자치법규 정비 ‘미비’

세종시의회 ‘공공체육시설 설치·운영 활성화’ 연구모임에서 올해 시행한 연구용역. 행정안전부 예산 편성 기준 개정에 따라 세종시는 올해 처음 의원 정책연구개발비를 편성했다.
세종시의회 ‘공공체육시설 설치·운영 활성화’ 연구모임에서 올해 시행한 연구용역 보고서 표지. 행정안전부 예산 편성 기준 개정에 따라 세종시는 올해 처음 의원 정책연구개발비를 편성했다.

정책개발비 신설 이후 세종시의회 의원 연구모임에서 시행한 첫 연구 용역이 개인 의원의 편파적 의정 활동을 뒷받침하는 수단이 됐다. 

13일 시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개정해 지방의회 정책개발비 편성 지침을 마련했다. 의원정책개발비는 의원들의 정책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수행 예산이다. 세종시도 올해 세종시의회에 7000만 원의 정책개발비를 첫 지출했다.

‘공공체육시설 설치·운영 활성화’ 연구모임은 더불어민주당 유철규 의원(지역구 대평·보람동)이 발족한 의원 연구단체다. 2명의 시의원과 시 관계 공무원, 시 체육회 관계자 등 총 7명으로 구성돼있다.

올해 시행한 연구용역 주제는 ‘세종시 공공체육시설 효율적 공급 및 지역사회와 공존 배치 방안’이다. 용역은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맡아 올해 6월 착수해 최근 완료했다. 용역비는 2024만 원으로 수의계약 체결 기준(부가세 포함 2200만 원 이내) 이하 수준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올해 행안부 지침으로 정책연구개발비 편성이 가능해져서 3개 연구모임 모두 연구용역을 마쳤거나 마무리 작업 진행 중”이라며 “용역 계약과 수행은 지방계약법과 세종시의회 의회 연구모임에 관한 규칙에 따라 운영한다”고 말했다.

편파 논란된 의정 발언, 용역 결과와 판박이

지난 2018년 시의회 회기 중 유철규 의원이 한 테니스 관련 발언. 올해 연구모임에서 추진한 2000만 원 짜리 연구용역 결과에 모두 포함됐다.
지난 2018년 시의회 회기 중 나온 유 의원의 테니스 관련 발언들. 올해 연구모임에서 추진한 연구용역 결과에 이 제안들이 모두 포함됐다.

최근 유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민원 등을 고려한 체육 종목별 공존 순위, 다정동 저류지 내 유소년 야구장과 축구장 시설의 테니스장 변경, 체육시설 민간위탁 적극 추진 등을 제안했다. 연구모임을 통해 완료된 용역 결과가 이번 발언의 근거다. 

다만, 정책개발비로 수행한 연구가 의원 개인 의정 발언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고, 용역을 수행한 책임연구자가 같은 종목 동호인이라는 이해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 소지가 다분하다.    

정책연구포털 프리즘에 공개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소음과 종목 특성 등을 고려한 공공체육시설 재배치, 기존 유소년 야구장과 축구장의 경우 주거지와의 공존이 적합한 테니스 종목 시설로 재배치 등의 결과가 도출됐다. 

소음 등을 고려해 축구장과 야구장 등은 수질복원센터나 금강변 체육용지 등 원거리에 둘 것, 초근거리 지역에는 지역사회 공존도가 높은 테니스장을 조성할 것, 실내 테니스장 조성 필요성 등의 결과도 포함됐다. 다정동 저류지에 대해선 '특정 종목의 대규모 스포츠타운으로 리모델링' 제안이 나왔다. 

연구 결과는 유 의원이 수 년 째 주장해온 내용과 일맥상통하다. 제50회 임시회 제1차 산건위(2018년 7월 17일, 다정동 저류지 축구·야구장을 이용 빈도수가 높은 종목인 테니스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 제50회 임시회 제4차 산건위(2018년 7월 20일, 실내 테니스장 조성 요구 발언), 제51회 1차 예결위(2018년 9월 14일, 수질복원센터로 야구장 이동) 등의 발언이 그 예다. 

유 의원이 지난 11일 열린 시의회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하고 있다.
유 의원이 지난 11일 열린 시의회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하고 있다.

시가 지난해 말 1억 원 3000여 만 원을 들여 시행한 ‘세종시 공공체육시설 마스터플랜’ 연구용역 세부 주제와 밀접하다는 점에서 연구 중복 문제도 지적된다. 시 연구용역에는 ▲체육시설 적정 공급 기준 ▲연차별 부족시설 확충 방안 ▲체육시설 집적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번 논란에 대해 유 의원은 “연구용역은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연구모임 위원 전체 의견 수렴을 거쳐 진행된 사안이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며 “금액 문제로 연구 수행 기관을 찾기 어려웠던 불가피한 상황도 있다. 같은 동호인이라는 점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나 개인이 아닌 연구모임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광역·기초의회는 정책개발비 편성 변화에 맞춰 연구모임·단체 관련 자치법규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 규정은 정책개발비 정의와 사용 기준, 연구용역 진행 절차, 심의위원회 내 민간 위원 포함 등이다. 

13일 기준 조례 제·개정을 입법예고 중인 광역·기초의회는 약 40여 곳이다. 현행 세종시의회 연구모임 관련 자치법규(규칙, 2016년 개정)에는 정책연구개발비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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