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1구 주민들, “대표자 진정성 있는 사과 있으면 협상에 임할 터”

서산 대산 현대오일뱅크(충남 서산시 대산읍) 유증기 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화곡1구 주민들의 집회가 100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서산시의회 환경대책 특별위원회 의원들이 오일뱅크를 방문, 중재를 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앞서 4일 추진한 서산시의회와 오일뱅크 측의 간담회 역시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하다 결국 표류하고 말았다. 이날 중재를 맡은 시의원들은 오일뱅크 측에 대안에 대한 요구를 했으나 오일뱅크는 사태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는 연구결과물을 근거로 브리핑만 했다. 의원들 역시 주민들의 압축된 요구사항에 대한 질문을 통해 협상안을 이끌어 내지 않고 오일뱅크 측의 브리핑에 대한 지적만 했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지루한 공방전만 벌이며 시간만 소모하는 형국으로 마무리 됐다.

유증기 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화곡1구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오일뱅크 대표자의 진정성 어린 사과 ▲농작물 피해보상 소급적용 ▲악화된 건강에 대한 건강검진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요구는 단 한건도 진행되지 않았다.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화곡리 환경대책위원회 유기종 위원장은 “현대오일뱅크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진심으로 들여다보지 않고 거대공룡의 힘으로만 누르려 한다”며“아무리 외쳐대도 귀 막고, 눈 막고, 주동자를 회유하며 덮어버리려는 초강력 갑 질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4일 간담회에 참석했던 현대오일뱅크의 문성철 상무나 김기문 대외협력부장, 김민태 팀장, 백영선 팀장 등은 소통과 공감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회사로 거듭날 것을 약속하며 문제를 조속히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했지만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대안으로의 접근은 한 발작도 떼지 못했다.

10일 서산시의회 환경대책 특별위원회 의원들의 오일뱅크 방문, 중재노력 역시 허사로 끝났다. 주민요구사항에 대한 핵심을 꿰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유기종 위원장은 “서산시의회 의원들 중 상당수가 오일뱅크 사태에 대한 내용을 간파하지 못해 문제의 핵심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남의 다리나 긁고, 목소리만 높이며, 명분만 실추시킬 뿐”이라고 성토했다.

간담회를 통한 중재 역시 진즉 의회에 신청했으나 불발됐고, 결국엔 주민들이 배제된 간담회로 오일뱅크 측의 변명만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유기종 위원장에 따르면 협상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유 위원장은 “현대오일뱅크 대표자의 진정성 어린 사과가 전제된다면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자의 사과로 첫 단추를 꿰면 나머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나올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중재를 하는 의원들도 우리가 원하는 문제의 핵심을 알고 접근해야 하는데 문책성 시정 질문을 하는 것처럼 지적만 할 뿐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조사를 통한 사고의 원인을 밝혀 시비를 가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얼마나 어루만져 줄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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