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존치’ 위해, 경쟁자 조승래 발의법안 도우미 자처
‘대전의 新보수’...막말 기존 정치권과 차별성 부각

장동혁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오른쪽)이 10일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 '중기부 대전 존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의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대전 존치’를 위한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중기부 존치를 위해서 정치적 경쟁자를 돕고 나서는 등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는 데만 익숙한 지역 정치권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 위원장은 1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위한 협조를 구했다.

여당 의원이 발의한 법률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 정치인이 자당 원내대표에게 협조를 구하는 모습은 정치권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더구나 장동혁 위원장이 협조를 구한 ‘행복도시법 개정안’ 대표 발의자는 같은 지역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조승래 의원이다. 장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대전 유성갑 지역구를 두고 조 의원과 경쟁해 고배를 마신 전력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지역 정치권에서는 장 위원장이 다음 지방선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 위원장이 대전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중기부 이전 논란’의 전면에 서면서 정치적 상품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다음 지방선거까지 1년 이상이 남았지만, 지역 정치권은 벌써부터 후보군이 거론될 정도로 물밑 경쟁이 일찌감치 불 붙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가능한 모든 후보군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는 중이다.

여권에서는 현역인 허태정 시장의 재선도전을 상수로 놓고, 현역 구청장들의 도전여부와 제3의 유력정치인 도전설까지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반면, 야권은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이장우·정용기 전 국회의원의 도전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최근 야권에서 ‘장동혁 변수’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8월 장 위원장이 임기 1년의 시당위원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총선에서 참패한 시당을 유지하고 관리할 ‘대리인’ 이미지가 강했다. 실권자인 금배지 출신 정치인들은 2선으로 물러나고, 잠시 시당을 대리 관리할 정치신인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중기부 이전 논란’이 변곡점이 됐다. 장동혁 위원장이 시당의 논평과 성명을 적극 활용하고 시민들과 SNS 접촉면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중기부와 청와대 앞 등에서 ‘1인 시위’에 나서면서 이슈의 전면에 서고 있다. 무조건 대립각만 세우고 정부·여당을 거칠게 비난하던 선배 정치인들의 모습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중기부 이전 논란’은 근본적으로 지역에서 여당보다 야당에 유리한 변수이기도 하다. 민주당 소속인 허태정 대전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도 총리, 당대표, 장관 면담 등으로 ‘중기부 이전 반대’ 여론을 결집시키고 있지만, 이들의 행보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대전에서 민주당이 시장과 구청장, 국회의원, 시의회까지 모든 선출권력을 거머쥔 상황에서 현 정부가 ‘중기부 이전’ 카드를 꺼내 든 이상, 이들 선출권력들의 입지는 수세적 한계를 지닌다. ‘권력을 줬더니 돌아오는 것이 중기부 빼가기냐’는 시민반감을 수습해야 할 입장인 까닭이다. 야당 시당위원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장동혁 위원장과 주변 인사들은 ‘지방선거 도전설’에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기부 이전 반대’의 전면에 서려는 의도가 ‘출마행보’로 희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장 위원장의 한 측근인사는 “위원장이 지방선거 도전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며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원장은 지방선거라는 게 준비된 능력 없이 열정과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 위원장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도 존재한다. “젊고 참신한 보수”라는 우호적 평가도 있지만 “팬덤을 끌어모을 응집력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역 야권의 한 인사는 “장 위원장이 매너 있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중도표심을 끌어 모을지는 모르지만, 선명성이 떨어져 보수표심을 끌어모으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지역의 보수진영에 필요한 리더십은 현 정부 실정에 맞설 단호하고 과감한 리더십”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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